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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실트론 인수 재무 방정식

FI 유치 없다, 로보틱스 팔고도 1조 차입

①PRS로 확보한 9500억 전부 투입…부담 줄일 재원 실트론 배당

고진영 기자  2026-08-03 08:30:35

편집자주

두산이 우여곡절 끝에 SK실트론을 품는다. 유동성 위기를 자산매각으로 추스르자마자 조단위 인수에 승부수를 던졌다. AI시대 반도체 소재로 성장축을 다시 세울 기회지만 새로운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차입 확대와 실트론의 기존 재무부담, 미국 실리콘카바이드(SiC)사업 정리비용을 같이 떠안게 됐다.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며 2.3조의 가격표는 무엇을 전제로 매겨졌을까. 인수 뒤 남을 변수와 과제까지 THE CFO가 분석해본다.
두산의 SK실트론 인수는 재무 전략의 대전환과 다름 없다. 그동안 유동성 확보에 주력해왔지만 이제 기조가 달라졌다.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팔아 확보한 현금을 반도체웨이퍼 사업에 쏟아붓는다.

관건은 SK실트론이 앞으로 만들어낼 현금이다. 차입 부담을 낮추려면 견고한 현금흐름, 적극적 배당이 뒷받침돼야 한다. 벌어들인 돈 일부를 SK와 나눠야할 수도 있는 거래조건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의 성패는 초과이익 규모에 달렸다.

◇FI 없이 2.3조 인수… 로보틱스 매각대금 실탄으로

두산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보통주 4732만2350주를 인수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지분율은 70.61%, 매매대금은 2조3000억원으로 매겨졌다.

눈에 띄는 부분은 FI(재무적 투자자)가 없다는 점에 있다. 인수 지분을 나눠 투자자를 유치하지 않고 자체자금과 차입으로 거래를 끝내는 구조다. 투자수익을 나눌 필요가 없는 대신 두산 홀로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두산은 자체자금 1조3000억원을 써서 대금의 절반 이상을 내고 나머지 1조원은 차입해 충당키로 했다. 6월 말 별도기준으로 가용 유동성은 2조1000억원, 이 가운데 현금성자산은 1조6865억원이다. 차입금(1조6745억원)보다 현금이 120억원 많은 순현금 상태로 계산된다.


대부분은 두산로보틱스 매각으로 마련한 실탄이다. 두산은 작년 12월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1170만주(18.05%)를 주당 8만1000원, 총 9477억원에 정리했다. SK가 두산을 SK실트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지 엿새 만이었다. 사실상 실트론 매입을 위한 재원 확보였던 셈이다. 로보틱스에 대한 두산 지분율은 68.11%에서 50.06%로 낮아졌으나 경영권은 유지했다.

계약은 7개 증권사와 PRS(주가수익스왑)를 맺는 형태로 이뤄졌으며 올 2월 거래가 마무리됐다. PRS는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을 계약 당사자끼리 정산하는 파생계약이다. 증권사들이 주식을 팔아 회수한 금액에서 비용을 뺀 금액이 기준가격(주당 8만1000원)에 못 미치면 두산이 부족분을 메워주고 반대로 기준가격을 웃돌 경우 증권사들이 초과분을 두산에 지급해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가격변동 리스크는 오래 남지 않았다. 금융기관들은 5월과 6월 세 차례 블록딜을 거쳐 1170만주를 모두 처분했다. 총매각액은 1조2784억원으로 기준 대금보다 3300억원 정도 많다. 계약상 주식 처분비용 등을 뺀 뒤 차액이 정해지는데 상당한 PRS 중도정산대금이 2분기 두산에 유입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대출에 쏠린 조달구조…차입 확대 불가피

다만 자체자금을 확대하고도 차입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1조원을 어떤 방식으로 빌려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가볍게 보기 힘든 부담이다.

두산의 기존 차입구조는 금융기관 대출에 쏠려 있다. 6월 말 별도 차입금 1조6745억원 가운데 은행차입금 등이 1조5335억원으로 91.6%를 차지했다. 회사채는 1410억원에 그쳤다. 직접 조달보다 대출에 크게 기대는 구조다.

여기에 인수차입 1조원이 그대로 더해질 경우 별도 총차입금은 2조7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60%에 가까운 증가 폭이고 금융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1분기 말 기준 두산의 별도 차입금 금리는 연 3.81~5.01%에서 형성됐다. 신규 차입 1조원에 기존 금리 수준(연 4~5%)을 적용하면 연 400억~500억원이 이자로 나가게 된다.


부담을 낮출 재원으로 두산은 SK실트론에서 받을 배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산 측은 배당을 통한 재무 개선을 노리고 있다. 회사는 이사회의사록에서 “인수에 따른 예상 IRR(투자수익률)이 두산의 자기자본비용(CoE)를 상회한다”며 “지속적인 배당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실트론은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인 상황에서도 2025 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 주당 1500원, 총 1005억원을 결의했다. 두산이 취득하는 주식 수에 같은 주당배당금을 적용하면 710억원이다. 이 금액을 전액 1조원 차입의 원금 상환에 쓴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약 14년이 걸린다. 이자와 세금 등은 제외한 계산이다.

차입금을 2030년까지 배당으로만 갚는 시나리오라면 어떨까. 두산이 실트론 배당을 통해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 시기다. 보유 지분율(70.61%)을 적용했을 때 SK실트론이 배당해야 하는 금액은 4년간 총 1조4162억원이다. 연평균 3500억원, 2025년 배당액의 3.5배에 이른다.

SK실트론 지분가치 평가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추정한 4년 누적 잉여현금이 1조7000억원 수준이니 그 80% 이상을 배당으로 풀어야 나올 수 있는 수치다. 게다가 최태원 회장 측 지분(29.39%)까지 추가 인수할 경우 투입금액은 더 불어난다.

양 측은 SK가 실사 과정에서 제시한 실트론의 실적 예측이나 경영목표, 사업계획, 추정, 수익성 등에 대해 별도의 보장을 약속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인수합병(M&A)이 비슷한 형태지만 문제는 실트론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일정 기준을 넘어갈 경우 두산이 이를 SK에 공유해야 한다는 데 있다. 예상보다 잘되면 초과이익 일부를 SK가 가져가지만 계획이 빗나갈 리스크는 전적으로 두산 책임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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