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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실트론의 CSS 청산 의미

원충희 서치앤리서치(SR)본부 부장  2026-08-20 09:26:53
성장 산업에서 발을 뺀다고 해서 미래를 내던지는 건 아니다. 시장이 성장하는 것과 그 안에서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SK가 미국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회사 SK실트론 CSS를 청산하기로 한 결정이 딱 그런 사례다.

SK실트론은 2020년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을 4억5000만달러(당시 약 5400억원)에 인수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전력반도체와 핵심 소재인 SiC 웨이퍼 수요도 폭증할 것이란 판단이었다. 미국 미시간 공장을 증설했고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5억4400만달러(약 7600억원)의 대출도 확보했다.

산업 전망 자체가 틀렸던 것은 아니다. SiC는 여전히 전기차를 넘어 충전 인프라, 태양광·ESS,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망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문제는 성장의 과실을 누가 가져가느냐다.

수요가 늘어난 속도보다 공급이 쏟아져 나온 속도가 훨씬 빨랐다. 중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서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여기에 주력 규격마저 6인치(150㎜)에서 8인치(200㎜)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더 큰 웨이퍼를 높은 수율과 낮은 원가로 생산해야 한다.

결국 CSS를 끌고 가려면 적자를 메우는 수준을 넘어 8인치 전환을 위한 천문학적인 추가 설비투자를 감당해야 한다. 시장에서 버티기 위해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계속 쏟아부어야 하는 전형적인 '성장 산업의 함정'이다. 여기서 경영진의 계산기는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로 커지더라도, 경쟁에서 안 밀리려고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돈을 태워야 한다면 그건 사업이 아니라 밑 빠진 독이다.

이번 청산 결정이 SK실트론의 두산 매각 작업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적자가 누적되고 앞으로도 돈 들어갈 일만 남은 부실 사업을 떠넘기기보다, 매각 전에 선제적으로 털어버리는 쪽을 택했다. 인수 주체인 두산 입장에서도 당장의 손실은 물론 미래의 추가 출자 부담까지 걷어낸 깔끔한 매물을 넘겨받는 셈이다.

듀폰 사업부를 인수하는 데 쓴 5400억원과 지금까지 들어간 투자금은 이미 돌려받을 수 없는 매몰비용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현금흐름이다. CSS를 억지로 살리기 위해 들어갈 수천억원의 적자 보전금과 차세대 라인 투자비는 지금 멈추면 아낄 수 있다. 이번 청산은 과거의 실패를 장부상 손실로 인정하는 대신, 미래의 치명적인 현금 유출을 틀어막는 결단이다.

한때 SK는 CSS의 SiC 웨이퍼와 SK파워텍의 SiC 전력반도체를 연결하는 수직계열화를 꿈꿨다. 그러나 실트론 매각과 CSS 청산으로 이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어지게 됐다. 덩그러니 남은 SK파워텍의 거취를 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정리할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유망한 산업이라고 해서 그 안의 모든 사업이 유망한 건 아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게 아깝다고 남은 물통까지 쏟아버릴 이유는 없다. 뜨겁게 달아오른 성장 산업 한가운데서 냉정하게 멈출 줄 아는 것, CSS 청산이 보여주는 자본배분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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