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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조달지형 변화

공모채 대신 선택한 조달 영구채·메자닌이 대세

[조달수단] ②영구채 2조3540억·메자닌 2조3324억·P-CBO 7868억·사모채 1조2816억

안정문 기자  2026-08-24 07:41:33

편집자주

기준금리는 7월에 올랐지만 기업의 조달금리는 연초부터 올랐다. 청구서는 우량 대기업에도 예외 없이 날아들었다. 공모채 문이 좁아지자 대기업들은 영구채와 메자닌, 중소기업용 정책보증으로 옮겨 갔다. 조달 형태가 바뀐 자리마다 기업이 내준 대가가 다르다. The CFO는 2024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회사채 발행 8695건을 분석해 대기업 조달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대기업 계열이 올해 상반기 공모 무보증사채가 아닌 방식으로 조달한 돈은 139건에 걸쳐 6조754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81건 3조9649억원에서 70% 늘었고 대기업 발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에서 20.5%로 뛰었다.

공모채의 빈자리를 메운 수단은 영구채와 메자닌, P-CBO, 그리고 사모 일반사채 쪼개기다. 각각 내주는 대가는 다르다. 영구채는 6%대 금리와 후순위성을, 메자닌은 주식 전환권을, P-CBO는 정책보증 프로그램의 자리를, 사모채 쪼개기는 조달 규모를 내놓는다.

◇영구채, 15건 2조3540억원, 평균 6.13%

올 상반기 대기업 계열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상반기 15건, 2조354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건 9410억원(평균 5.59%)과 비교해 규모는 2.5배가 됐고 평균 표면금리는 6.13%로 0.54%포인트 올랐다. 15건 전부가 사모이고 모두 콜옵션이 붙었다. 신종자본증권을 비롯한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이지만 대부분 발행 3~5년 시점에 콜옵션과 스텝업 조항이 걸린다.

건별로 보면 CJ CGV가 4월30일과 5월28일 각각 3000억원씩 6.10%에 발행해 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세계프라퍼티가 6월29일 4000억원(5.8%), 롯데건설이 1월29일 3500억원(5.8%), 호텔롯데가 3월30일 2200억원(5.79%), 효성화학이 5월22일 2000억원(5.5%)을 각각 냈다.

금리 상단은 업황이 갈랐다. 제이티비씨(JTBC)는 6월1일 540억원을 8.1%에, 금호건설은 6월29일 300억원을 7.0%에, 이수건설은 3월6일 750억원씩 두 건을 6.3%·6.6%에 발행했다. 미디어와 건설이 상단을 채웠다.

발행 주체는 그룹 단위로 뭉쳤다. 롯데 계열만 롯데건설 3500억원, 호텔롯데 2200억원, 롯데지주 1500억원(1000억원 5.00%·500억원 5.35%), 롯데컬처웍스 1000억원(5.85%), 롯데글로벌로지스 500억원(6.28%), 롯데지알에스 500억원(6.31%)으로 상반기 대기업 영구채 15건 중 7건, 금액으로는 9200억원을 차지했다. 전체의 39%다.

◇메자닌 16건 2조3324억원, 그중 13건이 무이자

메자닌은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 유일하게 조달 비용이 내려간 구간이다. 대기업 계열의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발행은 상반기 16건 2조33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건 1조883억원, 2024년 상반기 5건 2643억원에서 계속 늘었다. 평균 표면금리는 2.23%이고, 16건 가운데 13건은 표면금리가 0%이거나 무이자였다.

최대 건은 삼성에스디에스가 4월30일 발행한 1조2200억원 규모 사모 전환사채다. 표면금리 2.50%, 만기 2032년이다. 같은 시점 회사채 AA- 3년물 유통금리가 4.5%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포인트가량 낮다.

한국항공우주는 3월4일 5000억원을 무이자로, 코스모신소재는 1월 30일 1200억원을 1.20%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월23일 1000억원 교환사채를 무이자로 발행했다. SNT홀딩스는 1월에 교환사채 두 건과 전환사채 한 건을 합쳐 1485억원을 모두 무이자로 찍었고, 엠에스오토텍은 5월22일 660억원, 카카오게임즈는 6월19일 600억원, 코오롱은 4월6일 600억원을 각각 무이자로 조달했다.

표면금리 0%는 이자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전환가액과 리픽싱 조항, 풋옵션 등을 통해 비용을 뒤로 미룬 구조다. 주가가 오르면 지분 희석으로, 오르지 않으면 조기상환 청구로 되돌아온다. 메자닌은 이자비용을 지분 희석 위험으로 치환한 것이 특징이다.

◇P-CBO, 20개 법인 28건 7868억원

P-CBO는 독자 신용으로 채권을 소화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회사채를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으로 묶어 유동화하는 정책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들어온 대기업 계열이 상반기 20개 법인 28건 7868억원으로, 2024년 상반기 12개 법인 14건 3175억원의 2.5배가 됐다.

발행 시점이 회차 단위로 몰린다. 5월27일 하루에만 14건 4750억원이 나왔다. 삼표산업 600억원(4.48%), 케이씨씨건설 500억원(5.39%), 한일시멘트 500억원(3.98%), SK스페셜티 700억원(4.18%·4.19%), 이랜드월드 500억원(4.58%), 에코프로비엠 700억원(4.28%·4.29%), 한솔테크닉스 350억원(4.48%) 등이 같은 날 발행됐다. 대한제당 200억원(4.38%), 에스엘엘중앙 200억원(4.59%), 노브랜드 200억원(5.09%), 아주스틸 300억원(5.48%·5.49%)도 같은 날짜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이 눈에 띈다. 에코프로비엠은 5월과 6월 세 차례에 걸쳐 1000억원을 4.26~4.29%에, 엘앤에프는 6월29일 400억원을 4.96%에 조달했다.

금리 상단에는 코오롱글로벌이 자리잡고 있다. 3월26일 200억원을 7.65%에 발행했다. 정책보증을 얹고도 7%대를 지불한 셈이다. 한솔교육은 6월29일 25억원을 6.69%에 냈는데, 지난해 6월26일 발행분의 5.29%보다 1.40%포인트 높다.

상반기 P-CBO 전체 947건의 평균 표면금리는 6.04%로 지난해 5.03%에서 1.01%포인트 올랐다. 대기업 계열의 평균은 4.91%로 전체보다 1.13%포인트 낮다.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도 대기업 계열이 더 나은 조건을 받았다는 뜻이다.

◇사모채, 건수는 늘고 금액은 줄었다

사모 일반사채는 건수와 금액이 반대로 움직였다. 한 번에 소화되지 않는 물량을 잘게 나눠 여러 기관에 파는 구조다. 발행 횟수가 늘수록 주관·인수 비용이 붙고 만기도 짧게 끊긴다.

상반기 발행은 80건 1조28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9건 1조6445억원보다 건수는 63% 늘었지만 금액은 22% 줄었다. 건당 발행액은 336억원에서 16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발행 법인은 30곳에서 38곳으로 늘었다.

AJ네트웍스는 상반기 사모채만 8건을 발행했고 쌍용씨앤이와 SK이터닉스가 각 6건, 쌍용건설과 코리아세븐이 각 4건, 부산롯데호텔·동부건설·한솔테크닉스·지에스엔텍·중앙일보가 각 3건을 찍었다.

한편 공모채와 사모채, 영구채, P-CBO를 2024년 이후 모두 사용한 대기업 계열은 CJ CGV와 HL D&I한라다. CJ CGV는 2024년 영구채 1400억원(7.3%)에서 시작해 지난해 5월 공모 영구채 400억원(6.10%), 7월 공모채 1000억원(5.45~5.60%), 9월 P-CBO 800억원(5.82%), 12월 사모채 100억원(5.9%)을 거쳐 올해 다시 영구채 6000억원으로 돌아왔다.

HL D&I한라는 2024년 P-CBO 450억원(3.57%)에서 지난해 사모채 70억원(6.1%)과 공모채 460억원(6.09%), 영구채 800억원(6.53%)을 거쳐 올해 3월 P-CBO 300억원(4.48%)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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