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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실트론 인수 재무 방정식

실트론 영업가치 6조의 조건…30% 마진을 뉴노멀로

⑤몸값 64%가 2033년 이후 기반…FCF 7300억, 영구성장률 1% 전제

고진영 기자  2026-08-10 16:03:31

편집자주

두산이 우여곡절 끝에 SK실트론을 품는다. 유동성 위기를 자산매각으로 추스르자마자 조단위 인수에 승부수를 던졌다. AI시대 반도체 소재로 성장축을 다시 세울 기회지만 새로운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차입 확대와 실트론의 기존 재무부담, 미국 실리콘카바이드(SiC)사업 정리비용을 같이 떠안게 됐다.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며 2.3조의 가격표는 무엇을 전제로 매겨졌을까. 인수 뒤 남을 변수와 과제까지 THE CFO가 분석해본다.
SK실트론 인수를 위해 두산이 치르는 대가는 지금보다 훨씬 먼 미래에 무게가 치우쳐 있다. 몸값을 따지기 위해 해마다 얼마를 벌지 셈하긴 했으나 정작 그 계산이 영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못 미쳤다.

나머지는 그 뒤로도 고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채우고 있다. 가치평가의 분기점은 연도별 실적 추정이 끝나는 2032년이다.

◇영구가치 빼면 주식가치 마이너스

두산이 이번 거래가격의 적정성을 검토한 기준 시나리오에서 SK실트론 영업가치는 5조9637억원으로 산정됐다.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사용한 값이다.

여기에 비영업용자산 3853억원을 더하고 이자발생부채 3조1307억원을 빼면 지분 100%의 주식가치는 3조2183억원, 인수 지분 70.61%의 가치는 2조2723억원이 된다.

하지만 이 가치의 중심은 연도별 실적을 구체적으로 추정한 기간을 벗어나 있다. 평가 시나리오가 잉여현금흐름(FCF)을 명시적으로 추정한 것은 2032년까지다. 이 기간의 잉여현금흐름 현재가치는 2조1609억원으로 전체 영업가치의 36.2%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3조8029억원(63.8%)은 2033년 이후의 영구가치에서 나온다. 영구가치는 연도별 추정이 끝난 뒤에도 회사가 계속 영업해 창출할 것으로 보는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실트론의 경우 이 영구가치가 지분 100%의 주식가치보다도 크게 계산됐다.


영구가치를 걷어낼 경우 SK실트론의 100% 주식가치는 마이너스(-) 5845억원으로 돌아선다. 2032년까지의 잉여현금흐름 현재가치(2조1609억원)에 비영업용자산을 더해도 SK실트론의 이자발생부채보다 적기 때문이다. 결국 영구가치를 보탠 뒤에야 주식가치 3조2183억원이 남는다. 실트론의 주식가치를 플러스로 돌아세운 것은 결국 2033년 이후의 현금흐름란 얘기다

◇2032년 영업이익률 30% 가정…과거 업황 고점도 상회

그렇다면 영구가치의 출발점이 되는 2032년 SK실트론은 어떤 모습일까. 가치평가에 반영된 사업계획에서 SK실트론은 2027년부터 5년간 매출이 연평균 7.1%, 영업이익은 30.6%씩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수익성으로 환산하면 이 기간 영업이익률이 11.1%에서 30.0%로, 5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뛰는 그림이다.


이미 영업이익률 30%에 근접한 수익성을 낸 적은 있다. SK실트론은 2022년 연결 기준 24.0%, 청산 예정인 SiC 사업을 제외한 실리콘 웨이퍼 부문에서는 27.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당시는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과 SK실트론 수익성이 함께 정점을 찍은 해였다. 이번 평가에서는 영구가치 계산의 출발점 자체를 영업이익률 30%로 삼았다. 과거 업황의 고점에서 기록했던 수익성을 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장기 정상치로 유지해야 6조원 영업가치의 전제가 성립한다는 얘기다.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데엔 감가상각 변화가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감가상각 전 수익성을 보여주는 EBITDA 마진은 2027년 30.9%에서 2032년 38.6%로 7.7%포인트 오르지만 이는 이익률 상승폭의 일부일 뿐이다. 나머지 11.1%포인트는 매출에서 감가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효과에서 나온다.

실제로 평가의견서는 이 기간 감가상각비가 4662억원에서 2857억원으로 39% 줄어들고 매출 대비 비중도 19.7%에서 8.6%까지 떨어질 것으로 계산했다. SK실트론이 기계장치를 5년 정액법으로 상각하는 점을 감안하면 산수가 얼추 맞는다. 기존 투자분의 상각이 추정기간 안에 순차적으로 끝나는 흐름이다. 새로 집행되는 투자는 상각 종료분을 대체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성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투자 추정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평가 시나리오상 2027년부터 2032년까지 매년 CAPEX가 감가상각비보다 적게 잡혔다. CAPEX에서 감가상각비를 단순 차감하면 유·무형자산 순투자가 마이너스(-)인 구조가 추정기간 내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2033년부터는 계산법이 달라진다. 감가상각비를 현금흐름에 더하지도, CAPEX를 빼지도 않는다. 이때부터 두 항목이 서로 상쇄된다고 보고 세후영업이익을 사실상 그대로 현금흐름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산출한 잉여현금흐름은 약 7300억원으로 세후영업이익의 98.5%에 달한다.

◇WACC 0.25%p에 지분가치 1200억 출렁

계획서는 이 잉여현금흐름 7300억원이 매년 1.00%씩 영구히 성장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11.00%로 할인했다. 현금흐름을 고정했을 때 영구가치를 움직이는 축이 WACC와 영구성장률 두 가지 뿐이란 뜻이다. 실트론 몸값을 산정한 기대치의 대부분이 여기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두 변수를 조금만 바꿔도 두산이 인수하는 지분의 평가액은 크게 출렁인다. WACC가 0.25%포인트 오르내릴 때 인수 지분 가치는 1150억~1210억원씩, 영구성장률이 같은 폭으로 움직일 때는 720억~760억원씩 증감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평가의 핵심은 2032년 영업이익률 30%를 한 번 달성하느냐가 아니라, 감가상각 부담이 낮아진 그 수익성을 장기 정상치로 볼 수 있느냐에 있다”며 “영업가치의 절반 이상이 7년 뒤 현금흐름에 근거를 뒀기 때문에 재투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 영구가치와 지분가치도 함께 낮아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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