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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실트론 인수 재무 방정식

몸값은 2.3조, 숨은 부담은 3조 차입금

③단기성 차입 15개월 새 85% 급증,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이중 부담'

고진영 기자  2026-08-05 10:02:40

편집자주

두산이 우여곡절 끝에 SK실트론을 품는다. 유동성 위기를 자산매각으로 추스르자마자 조단위 인수에 승부수를 던졌다. AI시대 반도체 소재로 성장축을 다시 세울 기회지만 새로운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차입 확대와 실트론의 기존 재무부담, 미국 실리콘카바이드(SiC)사업 정리비용을 같이 떠안게 됐다.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며 2.3조의 가격표는 무엇을 전제로 매겨졌을까. 인수 뒤 남을 변수와 과제까지 THE CFO가 분석해본다.
기업의 인수는 잔금 납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두산의 SK실트론 인수 역시 계약서에 적힌 대금만으로 무게를 가늠하긴 어렵다. 거래와 함께 실트론에 쌓인 빚과 만기 부담이 같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수는 SK그룹이라는 신용 울타리에 있다. 실트론이 SK 이름을 떼고 신용등급이 낮아질 경우 차환 비용이 뛰는 것은 불가피해진다. 사업 통합뿐 아니라 달라진 여건에서 차환 구조를 짜는 것도 두산이 마주한 숙제라고 볼 수 있다.

◇실트론 차입금 3조, 58%는 1년 내 만기

두산이 SK에 지급하는 2조3000억원은 지분 70.61%에 대한 대금이다. 하지만 계산이 여기서 끝나진 않는다. 거래가 종결되면 SK실트론의 부채가 통째로 두산 연결재무제표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 SK실트론의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3조원 수준이다.

만기구조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SK실트론의 총차입금 가운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금이 1조7842억원에 이른다. 2024년 말과 비교하면 85%가 늘었다. 거래종결 예정 시점이 올 11~12월이니 두산은 경영권을 넘겨받자마자 차환 대응부터 해야 할 전망이다.

앞서 SK실트론은 차입 총량보다도 구성 측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SK실트론의 총차입금은 올 3월 말 3조855억원으로 2024년 말 대비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9035억원으로 141% 뛰었고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성장기부채도 8694억원으로 51% 불었다.


반대로 장기성 차입규모는 크게 감소했다. 사채를 포함한 장기차입금이 2024년 말 1조6673억원에서 올 3월 말 1조2188억원으로 4485억원 감소했다. 장기로 빌렸던 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유동성 항목으로 넘어왔는데 신규 조달은 단기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총차입금에서 단기성 차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사이 35%에서 58%로 올라섰다.


다만 차환 부담을 전부 두산이 넘겨받지는 않는다. 이자발생부채 명세를 뜯어보면 안진은 청산 예정인 'SK Siltron USA' 등 미국 SiC 법인의 재무를 분리하고 SiC 법인 차입금 6841억원을 포함한 청산 관련 순유출 6013억원을 별도 항목으로 계상했다.

구체적으로 청산 시나리오에서 SiC 법인이 갚거나 지출해야 할 돈은 차입금 전액과 청산비용 등을 합쳐 약 8061억원이다. 반면 SiC가 보유현금과 자산 매각으로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돈은 2048억원에 그친다.

모자라는 6013억원은 모회사인 SK실트론이 채워 넣어야 하고 거래종결 후엔 두산이 실트론 주인이 된다. 안진이 이 금액을 몸값에서 미리 깎은 이유다. SiC 몫을 걷어내고 실트론에 남은 단기성 이자발생부채(리스 제외)는 안진의 평가표상 1조5882억원으로 계산됐다.

거래 구조상 두산은 종결 전부터 이 차입 관리에 관여할 수 있다. 주식매매계약서 제6.1조는 매수인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할 수 없는 행위 중 하나로 "금전의 대여, 차입, 사채의 발행이나 인수 또는 담보 및 보증의 제공, 콜옵션이나 풋옵션 등 옵션거래, 스왑거래 기타 파생거래에 관한 계약" 등을 명시하고 있다. 두산이 5영업일 안에 답하지 않으면 동의로 간주되지만 형식상으로는 계약 체결일인 지난달 31일부터 SK실트론의 차환 결정마다 두산의 도장이 필요해진 셈이다.

◇'SK' 이름값 사라지면 A+ 흔들

더 구조적인 변수는 조달 조건에 있다. 실트론이 그동안 A+ 등급을 유지할 수 있던 데엔 SK그룹이라는 배경이 존재했다. SK 계열의 지원 가능성이 1노치를 높여준 덕분이다. 달리 말하면 실트론의 자체신용도는 A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 상승효과는 이번 매각으로 사라진다. 신용평가 3사는 지난해 우선협상대상 선정, 매매계약 체결을 거치면서 모두 SK실트론을 하향 검토 감시대상에 올렸다. 새 모회사가 될 두산의 등급은 BBB+로 실트론의 자체 신용도보다도 낮기 때문이다.

결국 실트론은 낮아진 등급표를 들고 차환 협상에 나서야 한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어떨까. 리스를 제외한 단기성 차입 1조7734억원 기준으로 조달금리가 1%포인트 벌어질 때 연간 이자 부담은 177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실트론 영업이익(1931억원)의 9%에 해당하는 규모다.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돈은 만기표에 적힌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트론 차입 가운데 약 1조2000억원(7월 말 기준, 회사채 약 7000억원 포함)에는 지배구조 변경제한 특약이 붙어 있다. 대주주가 바뀔 경우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은행차입의 경우 채권자가 대주주 변경에 대한 동의(웨이버)의 대가로 금리나 담보 조건 재설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안진의 밸류에이션은 이런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SK실트론 기업가치를 할인하는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산정에서 타인자본비용으로 5.05%를 적용했다. "평가기준일 현재 신용등급 및 재무상태를 고려한 A+ 등급 5년 만기 무보증 공모 회사채 수익률"이라는 설명이다. 매각이 종결되면 유지하기 어려운 조달 조건이 몸값 산정의 전제로 들어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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