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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실트론 인수 재무 방정식

영업이익 1조 육박해도 언아웃 '0'…추가 청구서의 역설

②안진회계법인 추정 EBITDA, 2027~2034년 지급 기준 매년 하회

조은아 기자  2026-08-05 07:51:35

편집자주

두산이 우여곡절 끝에 SK실트론을 품는다. 유동성 위기를 자산매각으로 추스르자마자 조단위 인수에 승부수를 던졌다. AI시대 반도체 소재로 성장축을 다시 세울 기회지만 새로운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차입 확대와 실트론의 기존 재무부담, 미국 실리콘카바이드(SiC)사업 정리비용을 같이 떠안게 됐다.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며 2.3조의 가격표는 무엇을 전제로 매겨졌을까. 인수 뒤 남을 변수와 과제까지 THE CFO가 분석해본다.
두산과 SK는 SK실트론의 실적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기본 인수대금 외에 추가 대가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거래가격의 적정성을 검토한 안진회계법인 가치평가에서는 2027년부터 2034년까지 EBITDA(상각전영업이익) 추정치가 지급 기준을 매년 밑돌았다.

2032년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하는 성장 전망에도 성과대가는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안진회계법인도 넘기 어렵다고 본 기준을 왜 계약에 담았을까. 구체적인 산정 공식과 협상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기본 인수대금 2조3000억원이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 범위 안에서 적정하다고 인정된 만큼, EBITDA 조건은 사업계획을 넘어선 초과 성과가 현실화됐을 때 추가 이익을 나누기 위한 문턱으로 풀이된다.

◇8년 내내 문턱 못 넘어…2034년 격차 3910억원

두산이 SK로부터 인수하는 SK실트론 지분은 70.6%다. 기본 인수대금은 2조3000억원이다. 안진회계법인은 해당 지분 가치를 2조898억9700만원에서 2조4736억3800만원으로 산정했고, 거래가격이 이 범위 안에 들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EBITDA 연동 성과대가는 2027년부터 2034년까지 적용된다. 실제 EBITDA가 연도별 기준을 넘으면 초과분의 40%에 거래 대상 지분율 70.61%를 반영해 SK에 지급한다. 기준 초과분의 약 28.2%가 추가 지급액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계약상 지급 기준은 2027년 8900억원에서 시작해 2034년 1조700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반면 안진회계법인의 EBITDA 추정치는 같은 기간 7287억원에서 1조3090억원으로 증가하지만 모든 연도에서 지급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격차는 2032년까지 점차 줄어들다가 이후 다시 확대된다. 안진회계법인 추정치는 2032년 지급 기준보다 1168억원 낮고, 2034년에는 격차가 3910억원까지 벌어진다. 안진회계법인은 이를 반영해 EBITDA 조건에 따른 추가 지급액을 주식가치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SK실트론의 성장성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안진회계법인 추정상 EBITDA는 2027년 7287억원에서 2032년 1조2832억원으로 약 76% 증가한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3614억원에서 3조3223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625억원에서 9975억원으로 늘어난다. 성장성 자체는 높게 평가했지만 계약상 '초과 성과'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한 셈이다.


◇못 넘을 문턱 왜 달았나…기본가 아닌 '초과 성장'의 몫

한 차례도 넘지 못하는 기준을 계약에 넣은 이유는 기본 인수대금과 조건부 대가가 보상하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진회계법인은 SK실트론이 제시한 과거 재무정보와 미래 사업계획, 외부 시장통계 등을 토대로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했다. 이렇게 산정한 지분가치 범위에 기본 인수대금 2조3000억원이 포함돼 거래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안진회계법인이 평가에 반영한 매출과 이익 성장은 이미 기본 인수대금의 적정성을 뒷받침하는 사업계획에 해당한다.

두산 입장에서 가치평가에 반영된 사업계획 수준만 달성해도 추가 금액을 지급한다면 이미 기본가에 반영된 성장에 대가를 두 번 치르는 셈이 된다. 조건부 대가를 기본 전망보다 높게 설정해야 초과 성과에 대해서만 추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반대로 SK는 매각 시점에 모든 성장 기대를 기본가격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향후 반도체 업황 개선과 고객사 투자 확대 등으로 SK실트론이 예상보다 크게 성장하면 상승분 일부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문턱이 높다고 실효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진회계법인의 수치는 평가 시점의 사업계획과 시장 전망을 토대로 한 추정치로, 경영전략과 영업계획, 거시경제 환경이 달라지면 실제 실적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미래 실적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게 안진회계법인의 설명이다.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거나 주요 고객사의 증설 효과와 생산성, 판매가격이 전망치를 웃돌면 실제 EBITDA가 계약 기준을 넘어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경우 SK는 매각 이후 성장 과실을 공유하고 두산은 성과가 발생한 뒤에만 추가 대가를 지급한다.

다만 뒤로 갈수록 문턱은 가팔라진다. 2032년 계약 기준은 안진회계법인 추정치보다 약 9% 높고, 2033년에는 약 20%, 2034년에는 약 30%까지 격차가 커진다. 상당한 추가 성장이 현실화돼야 성과대가가 발생하는 구조다.


◇조건부 대가 3가지 모두 가치에 미반영

이번 거래의 조건부 대가는 EBITDA 성과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안진회계법인 평가의견서에 따르면 초과이익 공유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는 2026년부터 2029년 6월까지 특정 거래처가 요구하는 제품 품질 인증을 완료하는 경우다. 둘째는 2027년부터 2034년까지 EBITDA가 합의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다. 셋째는 청산 예정인 SK Siltron USA와 종속회사 보유 자산, 기타 매각 예정 자산을 장부가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하는 경우다.

안진회계법인은 세 조건을 모두 검토했지만 주식가치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품질 인증은 평가기준일 현재 검토가 진행 중이어서 완료 여부가 불확실했고, 미국 SiC 법인 등의 자산 예상 처분대금은 장부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봤다. EBITDA 조건 역시 연도별 기준이 자체 추정치를 모두 웃돌았다. 다만 가치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급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계약기간 중 조건이 충족되면 두산의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


M&A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기본가격에 모두 반영하기보다 실제 성과가 확인됐을 때만 추가 대가를 지급하고, SK는 매각 이후 예상 밖의 성장 과실을 일부 공유하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지급 기준은 조항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 가치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를 기본가격과 사후 정산으로 나눠 처리한 절충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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