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때 중요한 의제 중 하나는 ㈜두산과 SK실트론의 합병 여부다. ㈜두산 내 전자BG와의 인수 후 통합(PMI) 작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다만 법인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잔여 지분 문제를 해결하고 부채비율 상승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등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합병 시 SK실트론 현금흐름으로 인수금융 빚 상환 가능
5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SK실트론 인수 후 효율적 운영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두산과 합병을 포함한 다양한 구조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사 합병 시 장점은 딜 클로징 이후 합병 법인 내부에서 SK실트론이 창출하는 막대한 현금 창출력으로 인수금융 이자를 갚아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두산은 이번 M&A를 위해 자체 현금에 1조원가량을 추가 차입해 인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두산의 핵심 사업부문인 전자BG는 2분기 매출액 67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전방 수요가 회복되면서 SK실트론 역시 웨이퍼 공급 확대 등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장 중인 첨단 반도체·전자 소재 사업(전자BG)과 SK실트론의 웨이퍼 사업이 한 울타리에 묶이면, 그룹 차원에서 소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전방 산업 수요에 통합 대응하는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합병 작업이 마냥 핑크빛만은 아니다. 가장 먼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걸림돌이다. 이론상으로는 ㈜두산이 보유한 지분 70%만으로도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 합병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잔여 지분(약 30%)을 양사 합병비율에 따라 ㈜두산의 신주로 교환해 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최 회장은 ㈜두산 주식을 상당 부분 확보한다. ㈜두산은 계열사를 최상위에서 지배하는 사업형 지주사인 만큼 사실상 최 회장이 두산그룹의 지배력을 일정 부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동시에 최대주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일가와 일반 주주의 지분율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결국 최 회장 지분을 모두 사들이지 않을 경우 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결과적으로 ㈜두산과 SK실트론 합병을 추진하려면 최 회장의 지분을 먼저 확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의 잔여 지분을 현금으로 매입해 SK실트론을 100% 자회사로 만든 뒤 흡수하면 완전 자회사 간 간이합병(무증자합병) 형태가 완성돼 주식 교환 자체가 필요 없다.
SK실트론 전경
◇완전 자회사로 만든 뒤 흡수합병 가능성 ↑, 부채 전이 우려도
설상가상 ㈜두산이 SK실트론을 100% 자회사로 만들어 흡수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쉽지만은 않다. 소위 빚 누적 및 전이 이슈가 생겨서다. 2026년 1분기 말 별도기준 ㈜두산의 부채총계는 3조4454억원, 자본총계는 3조857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89.3%에 불과하다.
다만 인수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 업계에서는 지분 70%에 대한 인수 대금(2조3000억원) 외에도, 나머지 최 회장의 잔여 지분(30%)을 매입하는 데 약 1조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SK실트론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부채다. 지분 인수를 거쳐 최종적으로 SK실트론을 흡수합하면 피합병법인의 자산과 부채는 ㈜두산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승계된다. SK실트론과 같은 대규모 장치산업(웨이퍼 제조) 기업은 본질적으로 공장 증설과 설비 유지보수에 조 단위의 설비투자(CAPEX)가 소요되어 부채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말 기준 SK실트론의 연결 순차입금은 약 2조6241억원, 자본총계는 1조8255억원, 부채총계는 4조141억원에 달했다.
종합하면 ㈜두산이 인수를 위해 빌릴 예정인 차입금(1조원)과 최 회장 잔여 지분 매입 자금, 그리고 SK실트론이 안고 있던 4조원대 부채까지 한 몸으로 합쳐지면 별도기준 ㈜두산의 총부채는 10조원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 즉 부채비율이 기존(89%)보다 두배 이상 급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반도체 업종 특유의 '사업 리스크'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SK실트론은 업황 사이클을 크게 타는 반도체 소재(웨이퍼) 기업이다. 다운사이클에 진입해 실적이 꺾이는 시기에도 대규모 설비투자가 지속되면 현금 창출력이 흔들리고 고정비 부담이 발생해 ㈜두산의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내부에서도 합병 가능성을 크게 열어두고 PMI 작업을 진행하려는 것 같다"면서 "두산이 최 회장의 지분을 얼마에 사오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어떻게 산정할지가 메인 이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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