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장수 CFO 열전

'스타검사'에서 SK하이닉스 최장수 CFO로, 김준호의 6년

[SK하이닉스]①최태원 사법리스크 때 그룹 합류, 재무 정상화·중국 진출까지 주도

김태영 기자  2026-09-16 16:46:21

편집자주

CFO의 책임과 위상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높아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CFO의 역할은 과거 단순 곳간지기에서 벗어나 그 범위가 꾸준히 확대돼 왔다. 이에 THE CFO는 우리나라 장수 CFO들의 족적을 되돌아보고 그들이 남긴 유산과 영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전 경영지원 사장은 하이닉스가 그룹에 편입된 이후 정착할 때까지 재무 등을 총괄한 인물이다. 학교 후배인 최태원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빠진 상황에서 그룹에 구원투수격으로 영입됐다.

초기에는 그룹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고 윤리경영을 도입하는 데 전념했다. 이후 SK하이닉스로 옮겨가서는 재무상태를 개선하는 데 성공해 현재의 기틀을 다졌다. 말년에는 CFO를 넘어 파운드리 사업의 대표이사까지 맡았으나 현재는 법조계로 돌아간 상태다.

◇스타검사에서 SK의 소방수로, 소버린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

김준호 전 사장은 1957년생으로 신일고와 고려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일고 3년 선배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신일고를 졸업했다.

김준호 전 사장은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1984년 사법연수원 제14기를 수료했다. 1985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부임한 이래 부산지검, 광주지검 검사 및 대검 연구관, 과학수사과장, 컴퓨터수사과장, 중수3과장, 법무부 정책기획단 등을 거쳤다.

대검의 초대 컴퓨터수사과장이었으며 중수3과장 시절엔 소위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초기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법무부 정책기획단 부장검사로 강금실 장관 하에서 검찰과 법무개혁에도 참여한 소위 스타검사였다.

2003년 최태원 회장이 처음으로 검찰에 구속된 뒤 2004년 김준호 전 사장이 SK그룹으로 영입됐다. 사장 직속 윤리경영실의 실장을 맡으면서 초기에는 사법 리스크 대응의 성격이 짙었다.

그 직후인 2005년에는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한복판에 서기도 했다. 그해 주주총회에서 그를 SK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에 대해 표대결이 이뤄졌고 68.66%로 김준호 전 사장이 승리하면서 소버린의 공세를 물리치는 데 일조했다. 이 사내이사 선임을 발판 삼아 이후 SK에너지, SK텔레콤 등으로 옮기면서도 주로 윤리경영 분야와 대관을 담당했다.

◇ SK하이닉스의 기반 마련, 중국 활동 적극

2012년 SK하이닉스의 경영지원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CFO직을 맡게 된다. 이에 앞서 하이닉스의 인수 과정에서 실사에도 참여했다. 이후에는 일본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엘피다의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과 함께 SK하이닉스의 사내이사를 맡았다. 그가 CFO로 있는 동안 SK하이닉스는 부실기업에서 점차 탈피해 순현금흐름으로 전환됐으며, 그룹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동시에 중국법인 이사직도 겸하며 현지 활동도 넓혀갔다. 2017년에는 중국 우시를 방문해 성위원회 위원장과 간담회를 갖는 등 발걸음이 잦았다.

2017년 SK하이닉스시스템IC(현 SK키파운드리)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SK하이닉스 CFO직에서는 물러났고, 보유 중이던 SK하이닉스 자사주 8940주도 같은 해 8월 주당 6만8400원에 전량 매도했다. SK하이닉스의 CFO로 재직한 기간만 약 6년으로 현재까지도 SK하이닉스의 최장수 CFO다. 사내이사로 등기된 마지막 CFO기도 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표 시절에는 CFO 재직 중 다져둔 중국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중국 진출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중국 우시산업발전그룹과 합작해 현지에 하이천반도체(海辰半导体)를 설립했다. 이후 중국의 십일과기(十一科技)와의 협력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8년 8월 하이천반도체와 십일과기의 협력식에서 김준호 당시 SK하이닉스시스템IC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차오쪈위엔 십일과기 이사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출처: 십일과기)

◇ CFO로 한때 회사의 얼굴 역할, 법조계로 복귀

다시 CFO 시절로 돌아가면, 2015년 SK하이닉스 신축 공장 현장에서 작업자 3명이 사망했을 때 회사를 대표해 사과하기도 했다. 대기업 안전사고 국면에서 CEO가 아닌 CFO가 사과한 이례적인 사례였다.

2019년 자리에서 물러나 SK하이닉스 기업문화부 경영자문위원으로 옮겼으며 2024년에는 법무법인 지평에 합류하면서 법조계로 돌아갔다.

사법·경영 이력 외에 천주교 신자로 친형은 김민호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법인사무처 국장이다. 김준호 전 사장은 가톨릭학원 이사회의 현 이사이기도 하다. 동생은 김상호 경상대 교수로 노동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