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익과 현금흐름 사이에 일시적인 시차가 나타나고 있다.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늘면서 운전자본에 현금이 묶였고 미국 관세 환급 효과도 실적에 먼저 반영된 반면 실제 현금 유입은 하반기로 넘어갔다.
다만 설비투자 부담이 확대되지 않은 가운데 2조원대 유동성을 유지하며 재무 여력은 충분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관세 환급금 유입과 상반기 이연 물량의 매출 반영, 멕시코 신규 공장의 생산 확대가 예정돼 있어 실적 개선이 실제 현금흐름으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순이익 54% 늘었지만 영업현금 감소…운전자본 확대 영향 두산밥캣의 올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6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981억원보다 46.5% 감소했다.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도 같은 기간 6852억원에서 4048억원으로 줄었다.
현금흐름 감소가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4조69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2996억원보다 9.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042억원에서 4987억원으로 23.4% 늘었고 순이익도 2234억원에서 3438억원으로 53.9% 증가했다.
실적과 영업현금흐름이 엇갈린 데는 운전자본 확대와 일부 이익의 현금 유입 시차가 영향을 미쳤다. 우선 올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에서 2985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오히려 1663억원이 유입됐다. 1년 사이 운전자본이 영업현금흐름에 미친 효과가 약 4648억원 달라진 셈이다.
매출 확대 과정에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함께 늘었다.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은 지난해 말 6446억원에서 올 6월 말 9245억원으로 279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은 1조6826억원에서 2조667억원으로 3841억원 늘었다. 두 항목의 증가 규모만 약 6640억원에 달한다.
관세 환급에 따른 이익과 현금 유입 시점의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두산밥캣은 2분기 미국 관세 환급과 관련한 약 8100만달러의 효과를 이익에 반영했다. 다만 실제 환급금의 현금 유입은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손익에는 관련 효과가 먼저 반영됐지만 현금흐름에는 아직 온전히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결국 상반기에는 실적 성장에도 운전자본 확대와 관세 환급금의 유입 시차가 맞물리면서 영업현금흐름이 감소했다. 향후 매출채권 회수와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 부담 완화에 더해 관세 환급금이 실제 유입되면 영업현금흐름도 실적 개선 흐름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CAPEX 부담은 완화…하반기 생산·판매 확대 주목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올 상반기 마이너스(-) 26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61억원보다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다. 다만 설비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 유출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유형자산 취득액은 지난해 상반기 978억원에서 올해 830억원으로 15.1% 감소했다. 무형자산 취득액은 465억원에서 475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유형·무형자산을 합친 취득액은 1442억원에서 1306억원으로 9.5% 줄었다.
투자활동 현금 유출 확대에는 금융자산 운용이 영향을 미쳤다. 두산밥캣은 올 상반기 단기투자증권 취득에 1267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관련 현금 유출이 없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의 순유출 확대가 본업의 대규모 투자보다는 보유자금 운용에서 비롯된 셈이다.
재무활동에서도 대규모 외부 조달은 없었다. 올 상반기 재무활동에서는 1116억원이 순유출돼 지난해 같은 기간 2926억원보다 유출 규모가 줄었다. 차입금으로 642억원을 조달하고 470억원을 상환해 차입과 상환 규모가 비슷했다. 배당금 지급에는 888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배당금 1095억원과 함께 자기주식 취득에 131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현금 여력도 유지되고 있다. 6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9986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1319억원을 더하면 2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영업현금 유입이 줄었지만 설비투자와 차입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반기에는 생산·판매 확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상반기 생산·출하 차질로 약 1억달러 규모의 매출이 하반기로 이연된 가운데 지난 3월 준공한 멕시코 몬테레이 신규 공장의 생산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공장은 연간 약 1만20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북미 지역 신규 생산거점이다.
상반기 실적에 먼저 반영된 관세 환급금의 실제 현금 유입도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설비투자 부담이 완화되고 2조원대 유동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연 물량과 신규 생산능력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면 영업현금흐름을 뒷받침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은 설비투자와 차입 부담을 크게 확대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하반기 생산·판매 확대가 실적뿐 아니라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재무 운용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