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의 보호예수가 순차적으로 풀리면서 오버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9월 2차 보호예수 만료 이후에는 케이뱅크 지분을 가장 많이 쥔 우리은행도 매각이 가능해진다. 우리금융지주가 이미 케이뱅크 지분 정리 방침을 밝힌 만큼, 우리은행이 움직이면 다른 FI들도 뒤따라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가는 계속 하락세인 데다 오버행 우려까지 겹치며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케이뱅크는 아직 뚜렷한 주주환원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장 당시 기준으로 삼았던 두 자릿수 자기자본이익률(ROE) 달성이 본업 성장 부진으로 요원해진 탓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다른 방향의 주주환원 접근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은행 보유 지분 출하 카운트다운, 타 FI 영향 가능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5일 주요 FI들이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의 2차 보호예수 기간 만료를 맞는다. 보호예수가 만료되는 주식 규모는 총 8377만5566주다. 현재 상장된 케이뱅크의 주식은 총 4억569만5151주로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주식에 대한 보호예수가 만료되는 셈이다.
보호예수 만료 주식 중 가장 많은 규모를 가진 곳은 우리은행으로 총 3739만4971주를 보유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이 약 2000만주 이상을 보유했으며 베인캐피탈(BCC KINGPIN), 카니예 유한회사 등 일부 FI가 각각 수백만 주를 보유했다.
케이뱅크는 앞서 6월에도 주요 FI의 1차 보호예수 만료를 경험했던 바 있다. 당시 보호예수 만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물량은 많지 않았다. 케이뱅크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상태였고 대규모 지분을 가진 우리은행의 보유 물량이 1차 보호예수 만료에 해당하지 않았던 점도 컸다.
다만 2차 보호예수 만료 물량에 우리은행의 지분이 포함되는 만큼 이를 기점으로 오버행 우려는 이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 승인 과정에서 자본 계획 관리를 제시하면서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대규모 지분이 시장에 풀리며 주가 하락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FI의 매각 결정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케이뱅크 주가가 낮은 상황인 만큼 FI들이 선뜻 매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다만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과 BC카드의 케이뱅크 공모가 차액 보전 약정으로 인한 일부 수익 회수 등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도 FI의 매각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케이뱅크 최대주주인 BC카드는 베인캐피탈 등 FI와 케이뱅크의 희망공모가를 맞추지 못할 경우 차액을 보전하기로 한 바 있다. 이어 케이뱅크의 상장 당시 공모가가 8300원으로 정해짐에 따라 BC카드는 관련 계약을 맺은 FI에 주당 999원을 보전하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케이뱅크 일부 FI들은 보전 금액 등을 고려하면 주당 4000원대에서도 차익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도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대다수 FI의 매각은 우리은행의 물량이 언제 얼마나 풀리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주가 하락세, 두 자릿 수 ROE 달성 요원 계속된 주가 하락과 오버행 리스크까지 부각되고 있지만 케이뱅크는 아직 별도의 주주가치 제고 계획은 마련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는 케이뱅크가 상장에 맞춰 제시했던 주주환원 기준선인 두 자릿수 ROE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탓이 크다.
최근 5년 기준으로 케이뱅크의 연간 ROE는 등락이 심한 모습이다. 2021~2022년의 경우 2.02%를 기록한 뒤 4.73%로 상승했으나 이후로는 0%대로 떨어졌다. 이어 2024년에는 다시 6% 수준으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5%대 중반을 기록하며 재차 하락세를 보였다.
불안정한 ROE 추이는 케이뱅크의 본업 실적이 불안정한 상황과 맞물린다. ROE 특성상 기업의 순이익 규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케이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26억원으로 2024년 대비 12% 감소했다. 케이뱅크의 실적 불안정성은 운영 및 수신 비용 증가, 비이자수익의 높은 대출채권 매각 이익 의존도 등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가 연간 두 자릿수 ROE를 달성하기 위해선 20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거두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성장세 등을 감안할 때 이를 달성하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주된 고객 확보 통로인 업비트와의 제휴 계좌에서도 예치금 이용료가 크게 증가하면서 과거보다 조달 비용 부담이 크게 뛰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 등 다른 시중, 인터넷은행 모델을 참고해 주주환원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ROE가 케이뱅크와 마찬가지로 한 자릿수이지만 2023년부터 배당을 실시했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돌입했던 바 있다.
중요한 점은 케이뱅크의 최근 자산건전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의 무수익여신비율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지난해 0.66%까지 떨어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0.57%를 기록해 업계 선두인 카카오뱅크(0.53%)와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케이뱅크가 각종 지표에서 카카오뱅크에 근접하고 있는 만큼 주주환원 여력을 재검토해볼 만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