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자산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당장 위험 수준으로 평가되진 않는다. 다만 시장금리 상승과 업황 부진이 겹치면서 차주의 상환 여력 약화에 따른 부실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실 전이 가능성이 있는 은행의 금융자산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최초 인식 후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한 자산을 의미하는 스테이지2(Stage2) 규모는 국내 4대 시중은행 기준 167조원에 달한다. 1년 사이 약 8%(13조원) 이상 증가했다.
물론 잠재 부실 현실화로 곧바로 연결되진 않는다. 은행마다 산정 기준의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도 어렵다. 하지만 회계 분류상 신용위험의 변화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은행의 스테이지별 추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잠재 부실 선행지표 오름세…전년 동기 대비 8% 증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부실여신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등으로 2022년 최저 수준으로 축소됐다가 최근 시장금리 상승, 업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에 있다. 한은은 향후 시장금리가 추가로 오르는 과정에서 부실여신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잠재 부실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은행의 스테이지2 여신 규모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보고서 기준 스테이지2 규모는 168조150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 154조4081억원 대비 8.9%(13조7424억원) 증가한 규모다.
IFRS9(국제회계기준 제9호)에서는 금융자산을 신용위험 수준에 따라 스테이지 3단계로 구분해 단계별 기대신용손실(Expected Credit Loss)을 인식한다. 기대신용손실은 현재 부실화된 채권뿐만 아니라 정상채권에 대해서도 미래에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금액이 포함된다.
금융자산 최초 인식 후 신용위험 증가 정도에 따라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하지 않은 경우 스테이지1,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한 경우 스테이지2, 신용이 손상된 경우 스테이지3으로 분류하고 있다. 즉 스테이지2는 최초 인식 이후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했지만 아직 손상되지는 않은 여신을 의미한다.
금융자산은 신용위험의 변화에 따라 스테이지 간 양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1단계에서 2단계로 이동할 경우 신용위험 악화로 손실충당금이 12개월치에서 전체기간으로 확대되면서 비용이 크게 인식된다. 실제 신용 손상이 나타나면 이자수익 기준금액이 총액에서 순액으로 줄어 미래 인식 이자수익이 감소한다.
◇예상 신용위험 선제 반영…부실 정리 규모에 따라 스테이지3 증감
국내 은행의 스테이지2 규모는 대체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자산이 증가한 데다 차주의 상환능력 악화로 신용위험이 커졌다.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위험을 반영하는 경향도 있다. 손실이 현실화한 뒤가 아니라 예상되는 신용위험을 미리 회계에 반영하는 게 IFRS9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은행별 스테이지2 규모를 보면 올해 1분기 보고서 기준 신한은행 59조1억원, 국민은행 39조2852억원, 하나은행 45조9828억원, 우리은행 23조8824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신한은행은 약 4조5154억원,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 4조8138억원, 4조4258억원가량 늘었고 우리은행은 소폭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별 차주의 신용등급, 재무상태, 상환 능력 및 향후 영업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용위험의 유의적 증가 여부를 판단한다"며 "스테이지2 규모 증가는 고금리·고물가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향후 경기와 차주의 상환 여건에 대한 미래전망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신용 손상이 나타난 스테이지3의 경우 국민은행은 감소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증가했다. 손상 자산의 확대보다는 부실채권 상각 규모에서 스테이지3 증감 방향이 엇갈린 것으로 해석된다. 스테이지3 잔액은 신규 부실 발생뿐 아니라 회수·상환, 상각·매각 등 기존 부실 자산의 정리 규모에 따라 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