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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글로벌 빅베팅

KB손보, 로이즈 진출 속도…구본욱 사장 현장 점검 '런던행'

④일반보험 외연 확대, 선진 특수보험 시장 진입 모색…수익성 확보 관건

정태현 기자  2026-09-08 10:47:54

편집자주

국내 보험사의 글로벌 전략이 한층 과감해지고 있다. 현지 거점 확보를 넘어 해외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대규모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사업 체급을 키우는 사례가 잇따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수조원 단위의 해외 투자를 추진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다양한 진출 방식을 병행하는 보험사들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짚어본다.
KB손해보험이 영국 로이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본욱 사장이 직접 런던 출장에 나서 현지 사업 환경을 살필 정도다. 검토 단계를 넘어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기존 아시아 현지법인 중심의 해외사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특수보험 중심지로 사업 반경을 넓히려는 행보다.

KB손보에 로이즈 진출은 해외 거점 확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반보험의 수익 기반과 특수보험 인수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 사업과 차별화된 성장축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맞물려 있다. 삼성화재가 캐노피우스 투자를 통해 먼저 성과를 확인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만큼 진입 방식과 투자 시점을 둘러싼 셈법도 중요해졌다.

◇로이즈 진입안 구체화…미국 진출도 동시 타진

KB손해보험에 따르면 구본욱 사장(사진)은 이달 둘째 주 영국 런던 출장에 나서 현지 사업 환경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출장에는 복수의 업무 일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즈 시장의 사업 여건과 진출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는 게 출장의 주요 목적 중 하나로 꼽힌다. KB손보가 로이즈 진출 구상을 실제 사업 전략으로 구체화하는 단계에 들어선 모습이다.


현지에서도 KB손보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런던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들 사이에서도 KB손보가 로이즈 진출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보험사라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현지를 찾는 구체적인 행동까지 이어지면서 시장 조사와 파트너 탐색 등 진입 준비에도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KB손보는 올해 3월 이사회에서 로이즈 시장 진출 계획안을 승인한 뒤 사업 방식과 투자 구조를 검토해 왔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해외사업을 영국을 비롯한 선진 시장으로 확장하는 게 핵심 방향이다. 현지 사업자 지분 투자 등 인오가닉 방식을 주요 선택지로 놓고 구체적인 진입 구조를 살피고 있다.

일반보험 경쟁력을 보완하려는 목적도 크게 작용했다. 국내 손해보험 사업은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비중이 높아 일반보험이 상대적으로 작다. 대형·특수위험을 다루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수 역량과 네트워크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로이즈의 언더라이팅 전문성과 글로벌 재보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국내 일반보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진 보험시장 공략 범위는 영국에 그치지 않는다. KB손보는 로이즈 진출과 별도로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에서는 인오가닉 투자를, 미국에서는 직접 진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해외사업의 무게중심을 아시아에서 선진 시장으로 옮기려는 구상이다.

◇삼성화재 선례 벤치마킹…진입 시점, 수익성 확보 관건

삼성화재가 캐노피우스 투자로 확인한 성과는 KB손보가 로이즈 시장을 주목하는 배경 중 하나다. 삼성화재는 2019년 캐노피우스에 소수지분을 투자한 뒤 추가 출자를 거쳐 지난해 지분율을 40%까지 높였다. 최근에는 추가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한층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캐노피우스가 이익 성장을 이어가면서 단계적 지분 투자의 성과도 확인했다.

다만 KB손보가 진입을 검토하는 현재 시장 환경은 삼성화재의 초기 투자 시점과 차이가 있다. 현재 글로벌 특수보험과 재보험 시장의 가격 상승 사이클은 정점을 지나면서 보험료율 하락 압력이 높아지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스위스리는 충분한 자본 유입과 경쟁 심화, 재보험 비용 하락의 영향으로 올해와 내년 글로벌 손해보험 시장이 소프트마켓(경쟁 심화로 보험료율이 낮아지는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손해보험 실질 보험료 성장률도 올해 0.6%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B손보로서는 시장 사이클을 감안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진입 조건을 찾는 게 핵심 과제다. 여기에 국내 일반보험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선별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후발주자로 무리하게 몸집을 키우기보다 특수보험 인수 역량과 현지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이 중요한 상황이다. 구 사장의 이번 런던 출장이 실제 지분 투자나 현지 사업 진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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