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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글로벌 빅베팅

삼성 형제도 해외로…너도나도 초대형 투자 승부수

①삼성생명·화재, 조단위 지분 투자…미래에셋·KB·DB도 신시장 개척 속도

정태현 기자  2026-09-03 07:55:00

편집자주

국내 보험사의 글로벌 전략이 한층 과감해지고 있다. 현지 거점 확보를 넘어 해외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대규모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사업 체급을 키우는 사례가 잇따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수조원 단위의 해외 투자를 추진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다양한 진출 방식을 병행하는 보험사들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짚어본다.
국내 보험사의 해외 진출 전략이 한층 과감해지고 있다. 현지 거점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대형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의 체급을 대폭 키우는 모습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수조원 단위의 해외 투자 카드를 꺼내 들면서 해외 시장을 향한 보험업계의 승부수도 한층 커지고 있다.

해외 사업은 더 이상 국내 사업을 보완하는 부수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있다. 보험 본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압박받으면서 자본 여력이 있는 대형사는 해외에서 새로운 이익원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현지 사업 기반을 단숨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이 향후 성장을 좌우할 핵심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 형제, 조 단위 승부수…판 커진 글로벌 투자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영국 특수보험사 캐노피우스의 잔여 지분 약 60%를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지분 40%에서 경영권 확보 단계로 넘어가려는 구상이다. 추가 투자 규모는 최대 3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거래가 성사되면 기존 전략적 지분 투자에서 직접 지배로 글로벌 전략의 수위가 한 단계 높아진다.


삼성생명도 미국 금융사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유력 인수 후보로 퇴직연금 전문 금융그룹 프린시플파이낸셜그룹(PFG)이 거론된다. 지분 약 15%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액은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사될 경우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해외 투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수조원대 자금을 동원해 해외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흐름은 삼성 계열 보험사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5월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 지분 100%를 16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보험사 최초의 미국 보험사 M&A를 성사시켰다. 현지 보험사를 통째로 품어 미국과 유럽의 사업 기반을 한 번에 확보하면서 국내 보험사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대형 M&A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미래에셋생명은 인도를 두 번째 해외 보험시장으로 낙점하고 현지 보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과 상품, 재무 전략을 검토하는 중이다. 베트남에 이어 성장성이 높은 신흥 보험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대형 M&A와 방식은 다르지만 국내에서 축적한 보험 역량을 해외 현지 시장에 직접 이식해 장기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성을 보인다.

KB손해보험은 영국 로이즈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기존 아시아 중심 해외 사업의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이사회에서 로이즈 시장 진출 계획안을 승인했다. 구본욱 대표도 현지를 찾아 사업 기회를 점검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아시아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온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 최대 특수보험 시장을 새로운 성장 무대로 삼으려는 행보다.

◇흔들리는 보험 본업…글로벌 확장 지역·방식도 다변화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는 배경에는 국내 보험사의 본업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이 적자로 돌아서고 일반보험 순익이 악화하는 등 수익성 관리 부담이 커졌다. 생명보험사는 보험손익 성장세가 꺾이면서 투자손익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본업에서 나타나는 수익성 압박이 해외 사업 확대를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자본 배분 방식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새회계제도(IFRS17)와 K-ICS 제도 도입 이후 보험사는 자본 건전성을 관리하면서 주주환원과 성장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충분한 자본력을 확보한 대형 보험사의 경우 수익성이 높은 해외 보험사를 인수해 자본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게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 사업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신규 법인을 세워 직접 영업 기반을 구축하는 오가닉 방식은 인허가부터 인력과 판매망 구축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지 보험사를 인수하면 고객과 라이선스, 영업망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인도에서 현지 보험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는 반면 DB손보는 포테그라를 통째로 인수해 사업 기반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화재는 또 다른 경로를 보여준다. 캐노피우스에 소수지분 투자로 진입한 뒤 단계적으로 지분과 경영 참여 수준을 높여왔다. 지분을 40%까지 확대해 실질적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잔여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부터 완전 인수에 나서는 방식보다 투자 위험을 나눠 부담하면서 검증된 해외 사업을 핵심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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