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엽 전무이사는 2020년 초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엘앤에프 CFO로 부임했다. 엘엔에프는 당시 이미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 수혜를 받으며 가파른 실적 상승을 예고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말 엘엔에프와 1조4547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과 2022년 총 2년간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 및 해외 공장에 양극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엘엔에프는 향후 몇년간 매출이 수백억원씩 늘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에 따른 CAPA 증대 역시 필요해 단기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2023년까지 대구국가산업단지에 2500억원을 투자해 2만6372㎡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립하고, 연간 양극재 생산 규모를 총 8만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늘어난 CAPA에 걸맞게 신규 인력을 고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실제로 투자는 즉각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정 전무이사가 부임하기 직전인 2019년 말과 2021년 말 비교하면 엘엔에프의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 지표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2019년 7월 대구에 공장을 준공하면서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수주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고정 비용 증가가 뒤따랐다. 2019년 3133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9708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한 지표는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36억원에서 647억원으로 약 17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마이너스(-) 77억원에서 44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 규모는 88억원에서 1123억원으로 확대됐다. 정 전무이사의 재임기간 동안 재무 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는 자본적 지출이 늘면서 유무형 자산이 늘어난 결과였다. 2019년 말 215.7%였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41.2%로 감소했고, 단기차입금의존도 역시 35.3%에서 10.8%으로 개선됐다. 자산총계는 4162억원에서 1조5322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단기차입금은 1389억원에서 1296억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총차입금의 경우 2382억원에서 3476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정 전무이사는 CFO 부임 이후 자본시장에서도 활발히 조달활동을 펼쳤다. 엘앤에프는 2020년 8월과 2021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79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2021년 2월에는 39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설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자본 조달이었다.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은 모두 공장 건설을 위한 시설 자금과 공장 운영 자금(원재료 매입) 확보 목적으로 이뤄졌다.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전문기업으로서 선제적 투자에 나서기 위한 결정이었다. 엘앤에프는 당시 공시를 통해 "신규 사옥 구축 및 고객사 수요 대응을 위한 공장 신축과 시설 증설을 위한 시설자금, 수주 증가에 따른 원재료 증액분 결제를 위한 운영자금"이라고 자금 조달의 목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