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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PE 애뉴얼 리포트

릴슨PE, 투자 빙하기 속 빛난 루키의 저력

국내 1위 스타일링 브랜드 ‘보다나’ 인수 , THKC 소수 지분 투자 마무리

이영호 기자  2022-12-14 14:55:18
릴슨프라이빗에쿼티(PE)는 올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프로젝트펀드만으로 1건의 바이아웃과 1건의 그로쓰캐피탈 투자를 마무리했다. 투자 빙하기라는 악조건과 자체 블라인드펀드가 없다는 여건을 고려하면 루키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이다.

릴슨PE의 투자 전략은 뚜렷하다. 저평가된 소비재 기업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제고한 후 엑시트하는 데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고객 세그먼트가 확실한 투자대상을 물색하는 스탠스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 집단이 확고한 시장이어야 기업에 안정적 이익이 발생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간 릴슨PE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기업마다 확고한 수요층이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릴슨PE는 2021년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투자 움직임을 자제했다. 통신·미디어 디바이스 개발 전문기업 에이엘티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했지만, 이외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다. 에이엘티는 사업자 간 거래(B2B) 기반 C2M(Customer to Manufacturer) 플랫폼 기업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를 고객사에 맞춤 공급한다.

◇국내 1위 스타일링 브랜드 ‘보다나’ 인수 완료

그러나 올해 들어 릴슨PE는 투자 전략을 공세로 전환했다. 투자를 적극 타진하며 보폭을 늘렸다. 릴슨PE가 자본시장에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낸 딜은 지난 7월 보다나 바이아웃이었다. 보다나는 릴슨PE의 다섯 번째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릴슨PE는 인수를 위해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했다. 하반기 들어 펀드레이징 난도가 크게 높아졌지만 MG새마을금고를 포함한 복수 유한책임사원(LP)으로부터 투자금을 확보하는 저력을 보였다. 투자금 약 600억원을 마련하는 데 성공하면서 지난 9월 거래를 종결했다.

매입 대상은 최수정 보다나 대표 등이 보유한 지분 71.4%다. 지분 매입에 5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100억원은 향후 볼트온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보다나는 국내 1위 스타일링 브랜드로 유명하다. 2012년 1989년생 최 대표가 설립한 미용 전자기기 브랜드다. 최 대표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미용기기 제조업을 기반으로 미용기기 브랜드 보다나를 출범시켰다. 브랜드를 덧입혀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충성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케이스다.

보다나는 미용시장에서 확고한 포지션을 점유하고 있다. 고데기가 대표 제품군이다. 여성 MZ세대 소비자에게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판고데기 제품도 얼마 전 새롭게 내놨다.

실적도 성장세다. 2019년 매출 139억원, 영업이익 27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251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35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릴슨PE 역시 보다나의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투자 대상으로 낙점했다.

릴슨PE가 단순히 인수가로만 승부한 것은 아니었다. 김경래 릴슨PE 대표의 진정성도 통했다. 당초 보다나 측은 소수 지분만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지, 경영권 전체를 내놓을지를 두고 방향을 결정한 상태는 아니었다. 보다나가 투자자를 물색하게 된 이유도 사업 확대를 위해 전문 역량을 갖춘 파트너가 구하기 위해서였다.

릴슨PE는 소비재 기업 투자 전문성을 강조했다. 바이아웃을 통해 보다나를 다음 단계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어필했다. 소비재 기업 밸류를 성공적으로 높인 트랙레코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릴슨PE는 유아용 킥보드 브랜드 '마이크로킥보드' 판권을 확보한 지오인포테크이노베이션 엑시트로 투자원금 2배가량을 벌어들였다. 소비재 기업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앞세워 결국 경영권 매입에 성공했다.

현재 릴슨PE는 보다나에 전문경영진을 투입하면서 밸류에이션 제고 전략을 본격 가동한 상황이다.
이미지=보다나

◇쉴 새 없는 투자 행보…THKC 60억 규모 그로쓰캐피탈 투자

릴슨PE는 보다나 인수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투자를 단행했다. 실버케어 업체 'THKC'에 대한 그로쓰캐피탈 투자다.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THKC 지분 10%를 60억원에 매입했다. 딜 클로징 시점은 올해 7월이었다. 릴슨PE가 실버케어 산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HKC는 네 번째 포트폴리오 기업이 됐다.

그간 릴슨PE 투자 이력을 고려하면 의외의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주 사용층이 다를 뿐 소비재 산업과도 맞닿아있다. 노인층이라는 소비자 세그먼트가 확실하다는 요소 역시 그간 트랙레코드와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THKC는 부산 지역 소재 실버케어 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300억원이다. 노인, 환자 수요층을 위한 성인용 보행기, 목욕의자 등 복지용구 유통을 기반으로 각종 보조기구, 헬스케어 용품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 론칭한 실버케어 플랫폼 '이로움'은 THKC의 야심작이다. 요양 수급자, 고령자와 같은 소비자와 복지용구 판매사, 재가센터 등 실버산업 공급자 양자를 겨냥했다. 소비자와 서비스 공급자를 매칭하고, 사업자 회원에게 회계관리, 재고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용품 할인 판매 혜택을 앞세워 개인 회원도 끌어모으고 있다.

릴슨PE는 THKC의 미래 전망 뿐만 아니라 안정적 사업 구조에도 주목했다. THKC는 플랫폼 기업이 흔히 겪는 현금창출력 문제에서 벗어났다. 플랫폼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기존 복지용구 사업이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 수입원과 오랜 기간 업력으로 축적된 네트워크를 주목했다. 시장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투자 매력을 높였다. 릴슨PE는 THKC에 유동성을 공급해 실버케어 시장 선도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루키임에도 돋보이는 투자 성과로 '선전'

릴슨PE는 2018년 말 워터베어캐피탈로 출발했다. 릴슨PE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삼일회계법인 FAS팀, 하나금융투자 PE사업부, H&CK파트너스를 거쳐 창업에 나섰다. 출범 이후 올해까지 △지오인포테크이노베이션 △스테이지파이브 △에이엘티 △THKC △보다나를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확보했다.

신생 하우스지만 이미 여러 차례 굵직한 투자를 단행하며 이름값을 높였다. 2019년 창업 2년차에도 IBK캐피탈과 공동으로 카카오 계열 스테이지파이브에 390억원을 베팅하기도 했다.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형태였다.

올해 투심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블라인드펀드가 없는 중소형 하우스에는 특히 어려워진 시장 상황이라는 게 PE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릴슨PE는 올해 펀드레이징을 무사히 마무리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올 하반기에만 700억원 가까운 금액을 모았기 때문이다.

펀드레이징 시장이 닫히기 직전 딜을 마무리하는 운도 따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MG새마을금고와 같은 핵심 LP의 투자를 유치하는 퍼포먼스가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다수의 딜이 드랍되는 상황 속에서 실력 발휘를 한 셈이다. 내년 릴슨PE가 그간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나설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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