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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그 이후

합병 셀트리온, 구조적 운전자본 부담 해소 관건

⑤현금사이클 500일로 늘어져, 거래구조 단순화로 운전자본 통제력↑

원충희 기자  2024-04-29 12:12:55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하면서 재고자산이 3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재고자산회전기간이 10개월을 넘어가게 됐다. 두 회사로 나눠져 그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운전자금 회전주기(Cash Conversion Cycle)가 이번에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다만 매출구조가 '제품 생산→최종소비자 판매'로 단순화 됨에 따라 인력배치와 전사적 자원 활용 및 시너지 증대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합병 후 제고된 운전자본 통제력을 활용, 늘어진 현금 사이클을 빠른 시간 내 줄일 수 있는 게 관건이다.

◇운전자본 회전주기 518.26일, 1년 넘게 현금 묶여

셀트리온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3조414억원으로 통합 전(2023년 9월 말) 5250억원 대비 5.8배로 급증했다. 흡수 합병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 2조6806억원이 반영됐다. 합병 전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제제 복제약) 생산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매자 역할을 있던 점을 감안하면 재고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몰려 있었다.


재고자산이 급증하면서 재고를 팔아 현금화하는 기간(재고자산회전일수)도 늘어졌다. 작년 말 기준 306.72일로 2022년 말(95.44일)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여기에 제품을 납품한 후 대금을 받는데 걸리는 기간(매출채권회전일수) 220.03일을 더하고 인건비나 재료비 등의 대금결제 일수(매입채무회전일수)를 제한 값이 운전자금 회전기간, 일명 현금 사이클이다.

현금을 투입해 원재료를 구입하고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뒤 현금으로 돌아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518.26일로 1년 반이나 현금이 묶인다는 의미다. 현금 사이클이 길어질수록 자금순환이 막히고 유동성이 나빠진다. 운전자본 규모가 3조9511억원으로 전년(2조2168억원)대비 1조원 넘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정확히 말하면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됐다기보다 실제 운전자본 부담 규모가 드러난 격이다. 그동안 두 회사로 나눠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운전자금 흐름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투명성이 제고됐다. 합병으로 기존 '셀트리온 제품 생산→셀트리온헬스케어 재고매입→ 최종소비자 판매' 구조에서 '제품 생산→최종소비자 판매'로 단순화 된데 따른 영향이다.

◇분리된 생산·판매 통합, 운전자본 통제 효율성 제고 관건

셀트리온은 그간 생산과 판매가 분리된 사업구조상 운전자본의 규모 및 변동성 큰 편이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채권 회수기간은 9개월(기존 6개월이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9개월로 변경)이나 매입채무 대금결제는 대부분 1~2개월 내 이뤄지고 있어 구조적 운전자본 부담이 내재했다. 2020~2022년 평균 매출채권 회전기간은 222일, 매입채무 회전기간 10일, 재고자산 회전기간 85일이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전사적 자원 활용 및 시너지 증대로 경영 효율성 제고가 가능해지면서 구조적인 운전자본 부담을 해소할 여건이 마련됐다. 양사의 합병과 더불어 운전자본 부담이 대폭 감소한 게 그 시작이다. 셀트리온의 작년 말 연결기준 운전자본 투자는 2214억원으로 전년(7481억원)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덕분에 순유출(-89억원) 상태였던 영업현금흐름이 순유입 5126억원으로 전환됐다. 잉여현금흐름 역시 순유출 4234억원에서 순유입 1072억원으로 개선됐다. 셀트리온은 신규품목 출시 전후의 재고자산 증가와 최전방 거래처로부터의 매출채권 회수 장기화 등 운전자금 변동성이 신용도 평가 과정에서 부정적 요소로 고려된 만큼 이를 개선하는 게 합병효과를 보여줄 관건이 됐다.

이는 거래구조 단순화로 운전자본 통제 효율성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렸다. 셀트리온은 직접판매 비중을 2016년 1%에서 2022년 30%로 확대했으며 2025년 90%, 2030년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직판망 구축 초기에는 판매관리비 등 초기비용 증가 예상되나 직판 확대로 파트너사에 지급하던 유통마진 흡수, 수익성은 개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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