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홍기 부사장이 지난해 10억원대의 보수를 받았다. LG그룹 상장사 CFO들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LG생활건강 연간 매출은 2022년 연결 기준 7조1858억원이다. 10조원대를 훌쩍 넘는 주요 타 계열사에 비해 LG생활건강 매출 규모가 작은데도 CFO인 김 부사장의 연봉이 '톱 3'인 이유 중 하나는 김 부사장의 역할급이 높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부임 이후 별도 기준 30~40%대에 육박하던 부채비율을 10%까지 낮추는 등 재무건전성 개선에 힘썼다. 그룹에서 지주사와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통' 김 부사장을 LG생활건강에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타 CFO보다 높은 직급인 부사장으로서 역할 보수를 받은 영향도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홍기 LG생활건강 부사장은 지난해 1년간 총 10억1900만원을 받았다. 하범종 ㈜LG 사장(12억9000만원)과 차동석 LG화학 사장(10억5900만원)에 이어 세 번째다.
이어 배두용 LG전자 부사장(9억2100만원), 김창태 LG이노텍 전무(8억1200만원),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7억8500만원),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전무(6억3700만원),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6억300만원) 순이었다.
이들 계열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규모를 보면 LG전자가 83조467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LG생활건강이 가장 적었다. 매출로만 따지면 10분의 1도 되지 않았지만 계열사별 CFO 연봉은 이에 비례하지 않았다.
급여는 5억2200만원으로 보통 직급과 연차에 비례돼 산정된 연봉을 매월 균등 분할해 받는 형태다. 김 부사장의 급여는 전무급의 다른 CFO보다 많았다.
상여의 경우 매출, 영업이익 등 계량지표가 일부 반영된다. 하지만 회사의 중장기 기대사항 이행, 리더십, 회사의 기여도 등으로 구성된 비계량지표의 영향이 더 크다. LG생활건강 이사회 결의 사항인 임원보수규정 중 성과인센티브 규정에 따르면 임원 상여는 성과평가를 기준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상여는 연봉의 0~150% 내에서 책정돼 1년에 1회 지급된다.
1962년생인 김 부사장은 1987년 LG그룹에 입사해 LG화학 회계관리팀장과 금융담당(상무), LX하우시스 CFO(상무) 등 정통 재무라인을 거쳐왔다. 2014년 전무 승진한 뒤 2016년 LG생활건강 재경팀장을 지내고 2018년 LG생활건강 CFO가 되면서 부사장 승진했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만큼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CFO로 낙점된 것이다. 국내외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까지 포괄하는 사업인 만큼 화학과 건자재 등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김 부사장이 선임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부사장은 2018년 말 부임 이후 만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채비율을 20%포인트가량 줄였다. 2017년 47.7%, 2018년 31.3%이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019년 25.4%, 2020년 20.2%, 2021년 21.1% 등으로 내려왔다가 2022년 14%로 최저점을 찍었다.
여기에 CFO뿐 아니라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사내이사, 내부거래위원회 위원 등까지 겸직하게 되면서 높은 역할급이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 CEO 못지 않은 책임과 역할이 부여된 자리인 셈이다.
김 부사장은 차석용 부회장 퇴임 이후 3월 주주총회 의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대표이사 다음으로 보수가 가장 많지만 그에 상응하는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번 주총에서 LG생활건강 대표로 새로 선임된 이정애 사장을 보필해 계속해서 회사의 재무건전성 관리와 투자, 조달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