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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배당으로만 '7조' 확보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해외법인발 배당 확대로 '자본 리쇼어링' 실시...국내 전기차 산업 투자금 확보

양도웅 기자  2023-08-18 09:30:34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공언한 대로 '자본 리쇼어링'을 단행했다. 자본 리쇼어링은 해외법인의 유보금을 국내 본사로 들여오는 것을 뜻한다. 현대차그룹은 해외법인을 포함한 종속법인 등으로부터 올해 상반기에만 총 7조원 가까운 자금을 배당금으로 끌어왔다. 전년동기 대비 4배 넘는 규모다.

해당 자금은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에 쓰일 예정이다. 이번 현대차그룹 자본 리쇼어링의 중추 역할은 한 지역은 '미국'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그간 미국 시장에서 큰 순이익을 내며 이익잉여금을 충분히 쌓은 덕분이다. 이익잉여금은 순이익의 누계로 배당재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에도 자본 리쇼어링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 공장 모회사 '기아아메리카'에서만 2.2조 조달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배당수익은 현대차는 2조6656억원, 기아는 3조6509억원, 현대모비스는 3922억원이다. 총 6조708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13%(5조826억원) 증가한 규모다. 각 사의 국내 본사가 지분을 보유한 해외법인 포함 종속법인 등으로부터 올해 상반기 거둔 배당수익이다. 올해 상반기 세 계열사의 현금흐름을 책임진 것 중 하나가 배당수익이었다.

세 계열사 가운데 구체적으로 배당수익원을 밝힌 곳은 기아뿐이다. △기아아메리카 2조2019억원 △기아슬로바키아 1조645억원 △현대모비스 492억원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총 59억달러(7조9000억원) 규모의 자본 리쇼어링 계획을 밝히면서 기아아메리카와 기아슬로바키아에서 배당금을 가져오겠다고 알렸다. 계획대로 진행했다.

기아 국내 본사의 첫 번째 배당수익원인 기아아메리카는 북중미 지역 영업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북중미에서 발생한 매출액 28조원 가운데 17조원이 기아아메리카 영업에서 나왔다. 미국 내 최대 생산기지인 조지아 공장(법인명 기아조지아)을 자회사로도 두고 있다. 기아 전체 해외법인 가운데 현재 가장 중요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기아아메리카가 올린 총 당기순이익은 5조73억원이다. 이 기간 국내 본사가 해외법인 등으로부터 거둔 배당수익은 총 1조원도 되지 않는다. 당기순이익이 배당 재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아아메리카에는 국내 본사에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수조원이 쌓여 있던 셈이다. 북중미 시장 판매량이 증가한 덕분이다.

2조원 넘는 배당금을 국내 본사에 지급하면서 기아아메리카 재무구조는 다소 약해졌다. 지난해 말 109%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254%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 7349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대비 1조2788억원 줄어든 3조1216억원이 됐다.

◇하반기도 기대되는 현대차그룹 '자본 리쇼어링'

수익원을 구체적으로 밝힌 기아를 제외하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올해 상반기에 거둔 배당수익의 출처가 해외법인인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단 자본총계 변화를 보면 현대차도 밝힌 대로 미국과 체코, 슬로바키아법인 등에서 배당금을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배당금 재원인 이익잉여금은 자본총계를 구성하는 한 요소다. 따라서 배당을 하면 자본총계는 줄어든다. 반면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건 순이익이기 때문에 순이익 발생하면 결론적으로 자본총계가 늘어난다. 자본총계 측면에서 배당은 감소의, 순이익은 증가의 원인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모터아메리카는 1조735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5조497억원이었으니, 올해 상반기 말 자본총계는 6조7857억원이 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6조345억원으로 이보다 7500억원 가량 작았다. 이만큼이 국내 본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과정을 밟으면 현대모비스에서는 모비스슬로바키아가 300억원 이상을 국내 본사에 배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다른 해외법인이 더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에도 해외법인으로부터 배당금 형태로 투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에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국내외 종속법인 등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은 6조7087억원이다. 이 중 해외법인발 배당금만 떼내면 이 규모는 더 줄어든다. 앞서 발표한 자본 리쇼어링 규모 59억달러(약 7조90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자본 리쇼어링을 진행하겠다고도 밝혔다.

해외법인으로부터 확보하는 59억달러는 국내 전기차 생산시설 확충 등에 쓰일 예정이다. 전기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비와 지분투자 등에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올해 상반기 사용한 총 CAPEX(유형자산 취득액)와 총 지분투자(종속·관계기업 투자주식 규모)는 각각 2조1360억원과 2조7214억원으로 모두 전년동기 대비 증가했다. 이 규모는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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