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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 재무 전문가 활용법

현대차그룹, 분야별 프로 전방위 중용

금융기관·회계사·학계 출신 배치, 현대차 5명 중 3명 '재무·회계' 전문가

박규석 기자  2023-10-24 13:55:49

편집자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가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1명 이상은 재무·회계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 이들은 경영 감시와 더불어 회계 감사까지 담당하는 만큼 독립적인 지위와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최근 들어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 수는 늘고 있으며 역할도 이사회 의장 등까지 확대되고 있다. THE CFO가 감사위 소속 재무·회계 전문가의 유형별 출신과 역할, 활동 범위 등을 조명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부정 회계 등을 감독하는 감사위원회의 기능 강화 차원에서 분야별 재무·회계 전문가를 적극 활용한다. 이를 위해 감사위 내 금융기관과 공인회계사, 학계 등의 출신을 고르게 중용한다. 감사위원장은 전원 재무 전문가로 배치했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 현대자동차는 5명의 감사위원 중 3명을 재무·회계 전문가로 채우기도 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재계 상위 기업의 평균이 1.4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감사위를 설치한 현대차그룹(이하 금융사 제외) 상장사의 평균 재무·회계 전문가 수는 1.2명이다.

◇감사위원장은 '재무·회계' 프로들

현대차그룹 내 상장사 중 감사위를 설치한 계열사는 총 11곳으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중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는 14명이다. 재무·회계 전문가로 분류되는 감사위원 중 이사회 의장까지 수행하는 이사는 없다.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는 상법 시행령 등에 따라 5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공시 작성 기준으로는 4가지다. 통상 재계에서는 공시 작성 기준으로 회계사(1호)와 회계·재무 학위보유자(2호), 상장사 재무 등 경력자(3호), 금융기관 등 경력자(4호)로 구분한다. 각 유형별로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관련 분야의 근무 경력은 최소 5년 이상이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재무·회계 전문가의 유형별 분포는 고른 편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4호 유형이 43%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1호와 2호가 각각 21%로 뒤따르고 있다. 1호와 2호에 모두 해당되는 인사까지 포함한다면 현대자그룹은 1호와 2호, 4호 유형의 재무·회계 전문가를 주로 중용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3호 유형은 7%였다.

이러한 현대차그룹 감사위의 특징 중 하나는 감사위원장 전원을 재무·회계 전문가로 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감사위를 설치한 11개 상장사는 감사위원장을 모두 재무·회계 전문가로 채웠다.

관련 전문가를 1인 이상으로 배치한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재무·회계 전문가 모두가 감사위원장을 맡은 상황인 셈이다. 아울러 재무·회계 전문 이사들이 감사위 외 소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는 곳은 주로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였다.

회계부정 등을 감시하기 위해 재무 부문의 전문가를 중용하는 현대자그룹의 기조는 감사위뿐만 아니라 내부회계관리 전담 조직 운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그룹 내 11개 상장사는 모두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내부회계관리자를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재계 4대 그룹으로 꼽히는 삼성과 SK, LG 등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현재차, 그룹 '감사위 선진화' 리딩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 위원을 활용한 현대차그룹의 내부통제 선진화는 현대차가 주도하고 있다. 그룹 내 가장 많은 재무 전문가를 감사위에 배치하는 동시에 위원회 기능 체계화, 이사회 영향력 확대 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감사위의 경우 경영진 등으로부터의 독립적인 직무 수행과 객관성 유지를 위해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회계·재무 전문가는 3명으로 심달훈 이사와 윤치원 이사, 이상승 이사 등을 중용하고 있다.

3명의 회계·재무 전문가 중 감사위원장은 심 이사가 맡고 있다. 그는 약 30년 동안 국세청에서 근무한 경력을 토대로 회계와 세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사다. 국세청 기획재정담당관과 감찰담당관,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는 우린 조세파트너 대표를 맡고 있다.


윤 이사는 글로벌 투자사에서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UBS Wealth Management 부회장과 UBS 아시아태평양 회장 겸 CEO, 나스닥 상장사 EQONEX의 Chairman 등을 역임했다. 투자기관과 의결권 자문기관 등 투자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한 게 특징이다. 감사위원 활동과 더불어 보수위원회 위원장을 수행 중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겸 학부장인 이 이사는 재무·회계와 더불와 지배구조 영역까지 전문성을 갖춘 인사다.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과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후에는 공정거래분야에 관한 연구를 다수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사추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는 감사위를 지원하는 조직도 분야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크게 3개 팀으로 구분되며 주식관리팀과 회계팀, 재경기획팀 등이 있다. 임원급 인사 없이 책임매니저와 매니저급 인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식관리팀의 경우 감사위 운영에 필요한 제반 업무를 지원한다. 회계팀과 재경기획팀은 각각 외부감사인 선임 절차 지원과 감사위 내부회계관리제도 교육 지원 등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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