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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수청구 단 79억…합병 셀트리온 곳간 지켰다

마감 일주일 앞두고 주가상승 효과…국민연금도 '보유' 결정

정새임 기자  2023-11-15 07:51:06
셀트리온이 합병 반대로 인한 주식매수청구권(주매청) 매수 부담을 크게 덜었다. 최대 1조원까지 예상했던 행사 금액은 불과 79억원에 그쳤다.

셀트리온 주가가 매수 기준가를 넘기면서 반대를 던진 주주들도 대부분 주매청을 행사하지 않았다. 형식상 합병 '기권'을 던진 국민연금공단도 주식 보유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매청 부담이 최소화되면서 셀트리온은 5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쥐고 갈 수 있게 됐다.

◇마감 일주일 앞두고 껑충 뛴 주가, 주주들 마음 돌렸다

셀트리온은 13일 마감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의 주매청 행사 결과를 14일 공시했다. 셀트리온의 주매청 행사 주식수는 4만1972주로 주당 행사가격 15만813원을 적용한 총 매수대금은 63억2992만원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만3786주의 주매청 행사가 접수돼 총 15억9963만원(주당 행사가격 6만7251원)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결정 당시 주매청 한도를 1조원으로 설정했다. 변수는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었다. 양사 합병 건에 기권을 던진 국민연금은 셀트리온 지분 7.43%에 대한 주매청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 경우 셀트리온은 1조원이 훌쩍 넘는 현금을 마련해야 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임시주주총회에서 "1조원을 넘겨도 무조건 합병을 관철시키겠다"고 단언했지만 실제 이 상황에 맞닥뜨리면 셀트리온의 자금 부담은 급격히 커진다.

우려와 달리 국민연금은 보유 지분에 대해 주매청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매청을 행사해야 할 이유가 해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이 기권표를 던진 시기만 해도 셀트리온 주가는 주매청 기준가인 15만813원보다 낮은 14만원대를 기록했다. 주총 이후 15만원을 넘기도 했지만 여전히 기준가보다 낮았다.

셀트리온 최근 3개월 주가 추이(출저: 네이버)

11월 6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3일 종가인 14만9900원에서 6일 15만79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상승세가 이어지며 셀트리온 13일 종가는 15만6800원으로 기준가보다 5987원 높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기준가보다 2249원 높은 가격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대나 기권을 던진 주주들이 주매청을 신청하더라도 마감일인 13일까지 언제든 권리를 취소할 수 있다. 주주총회 때와 달리 주가가 연일 상승하며 주매청을 신청한 주주들도 주식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선회한 것으로 보여진다.

◇재무 부담 최소화한 셀트리온, 합병법인 기대감 한껏 높여

주가 상승으로 셀트리온은 매수해야 할 지분 규모를 최소화하면서 재무적 부담을 크게 줄이게 됐다. 셀트리온은 3분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등 막대한 현금을 쓰면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5512억원에서 3614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단기금융자산을 포함해도 4000억원 수준이다. 만약 주가가 유지되지 못해 막대한 주매청이 쏟아지면 회사가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다.

11월 주가를 상승시킨 덕분에 셀트리온은 매수대금으로 63억원(셀트리온 한정)만 지불하면 된다. 더불어 추가 자사주 매수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들의 요구사항도 수용할 여력이 생겼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내 합병 법인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도 한껏 올랐다. 셀트리온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7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5.5% 늘어난 2676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보다 7%p 오른 39.8%를 달성했다.

별도 법인인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5% 확대했다. 비록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가량 줄어든 505억원을 기록했지만 직접 판매 확대로 비용이 증가한 탓이란 설명이다. 직판을 안정화하며 전분기 대비 개선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회사는 덧붙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양사 합병 성공에 가장 큰 관건인 주매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합병에 대한 시장 내 우려를 사실상 해소했다"며 "연말 합병 법인 출범을 거쳐 본격적인 성장에 집중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합병된 통합 셀트리온은 오는 12월 28일 출범하고 내년 1월 12일 신주 상장 절차를 거쳐 마무리된다. 소멸법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존 주주는 1월 12일 보유 주식 1주당 셀트리온 신주 0.4492620주를 교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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