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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Briefing

부광약품 대표로 첫 IR 이우현 회장 '체질개선' 예고

적자전환, OCI 적극 경영개입…통합 후 한미와 부광 역할 "논할단계 아냐"

정새임 기자  2024-02-08 17:32:59
이우현 OCI그룹 회장(사진)이 부광약품 대표이사로서 기업설명회(IR)에 섰다. 2022년 부광약품 인수 후 이 회장이 부광약품 주주들 앞에 선 첫 공식자리다.

OCI그룹의 DNA로 부진한 부광약품 실적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OCI-한미' 통합그룹에서 부광약품의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두고 시장의 궁금증과 의문이 증폭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직접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집중했다.

◇실적 부진에 직접 나선 이우현, 고강도 체질개선 실시…"수익성 개선 초점"

이 회장은 8일 부광약품이 진행한 2023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직접 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부광약품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이 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유희원 대표는 지난해 11월 실적 부진 책임을 안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유 전 대표의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한 대표이사인 이 회장이 주주 앞에 나섰다. 이 회장의 컨콜 진행은 OCI와 부광약품 시너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직접 해소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특히 부광약품은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해 양사의 합병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커진 상태다.

이 회장은 "부광약품 첫 발표자리인데 안좋은 실적을 얘기하게 돼 마음이 좋지 않다"는 말로 컨콜을 시작했다. 이날 부광약품이 공시한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1259억원, 364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34%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도 커졌다.

그는 "지난해 자회사의 유럽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매출의 27%에 해당하는 342억원을 R&D비용으로 지출해 적자 폭이 커졌다"며 "3분기와 4분기부터 고강도 포트폴리오 조정과 유통 채널 간소화, 구조조정 등으로 방만하게 운영되던 재고관리 및 유통구조 등을 타이트하게 만드는 재편 과정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OCI그룹은 인수 후 1년 가까이 부광약품 경영에 수동적인 편이었다.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며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실적 하락으로 하반기부터 OCI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체질개선이 시작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매출과 손실이 일시적으로 더 커지는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에 최우선 목표를 둔 만큼 올해부터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이 회장은 기대했다.

매출 대비 지나치게 높은 연구개발(R&D) 비용도 손 본다. 상용화와 고수익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R&D 포트폴리오를 정리한다. 다만 이 회장은 제약사인 만큼 신약개발 노력을 계속할 것이란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그룹과의 협업에는 "시기상조" 말 아껴

이날 이 회장은 OCI와 한미약품의 통합그룹에서 부광약품의 역할이 어떻게 될 지는 말을 아꼈다. 아직까지 통합그룹의 출범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전략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오늘 이 자리는 부광약품 대표로 선 것"이라고 강조하며 "아직 한미사이언스와 OCI 그룹의 통합까지 여러 절차가 남아있고 한미그룹 경영진들과도 이와 관련해 의논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부광약품과 한미그룹은 각자 서로 좋은 R&D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고 각사가 지닌 강점을 살려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통합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뒤 통합그룹이 안정화 된 후에나 이야기할 문제"라고 답했다.

전날 OCI그룹 회장으로 선 OCI홀딩스 컨콜에서 한미그룹과의 통합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OCI홀딩스 컨콜에서 이 회장은 "OCI의 해외 신시장 개척 DNA와 한미그룹이 보유한 제약바이오 전문성이 만나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OCI홀딩스는 한미그룹과의 통합 주체가 되지만 부광약품은 OCI홀딩스의 자회사라는 거리 때문이기도 하다. OCI홀딩스 컨콜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을 때 이 회장은 "부광약품 정상화 작업이 완료되고 한미그룹과의 성공적인 통합이 이뤄진 후 서로 협업할 분야를 논의할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당장 시급한 건 부광약품의 수익구조 개선과 도입 신약 '라투다'을 통한 매출 확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수익성이 높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라투다를 통해 CNS 영역에서 매출 증대를 이루는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달성하고 글로벌 이노베이션도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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