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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약품, 적자에도 현금은 두배…'정상화 체력' 구축

현금성 자산 1300억, 설립 후 최대치 확보…세부 용처에 이목

최은수 기자  2024-03-21 15:30:46
부광약품이 작년 적자 실적으로 돌아섰지만 현금성 자산은 두배로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축소된 상황에서 최대한 비용을 아끼면서 자금조달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보유 토지와 사옥을 담보로 800억원에 달하는 차입을 받은 것도 주목된다. 혁신을 하기 위한 채비로 읽힌다.

◇1324억 역대급 현금보유고 바탕 '부동산 담보차입'

부광약품이 공시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32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말 618억원과 비교하면 두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현금성자산이 1000억원을 넘긴 건 2010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로 전환한 이후 처음이다. 설립 전체를 통틀어도 당좌 및 현금 예금 잔고가 1000억원을 넘긴 건 작년이 첫 사례다.

이 같은 풍부한 현금곳간이 적자 실적에서도 마련됐다는 데 주목된다. 부광약품은 별도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34% 줄어든 125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172억원, 당기순손실은 191억원이다.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던 기조가 한순간에 적자실적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대한 배경은 부광약품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2023년 부광약품은 설립 이래 '역대급' 재무활동을 기록했다.

작년 재무활동현금흐름을 통해 회사에 유입된 현금은 770억원이다. 이같은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세는 부광약품이 2010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로 전환한 이래 최대치다.


부광약품의 재무활동현금흐름이 전년도 마이너스(-) 73억원, 즉 순유출을 기록했던 걸 고려할 때 작년 재무활동은 조달에 초점을 맞췄던 모양새다.

현금흐름 추이를 살펴보면 2023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00억원 아래로 축소됐다. 19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여파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보다 늘어난 140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어디까지나 현금이 늘어난 건 재무활동 순유입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제도권에서 총 800억원의 장기차입을 일으킨 게 컸다. 각각 하나은행에서 300억원, 신한은행을 통해 500억원을 차입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 및 건물을 담보로 제공했다.


◇내부에서 소화하기엔 지나치게 큰 현금확충 향배는

부광약품이 역사상 최대치의 유동성을 확충한 것은 단적으로 체질개선을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부광약품을 인수하고 마침내 대표로 오른 OCI그룹 이우현 회장은 올해를 '리바운드 원년'으로 삼았다. 본격적인 체력 확충을 선언했다.

OCI그룹은 인수 후 1년 가까이 부광약품 경영에 수동적이었지만 작년부터 달라진 움직임을 보였다. 실적 하락으로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체질개선을 위한 마중물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확보한 자금의 용처는 아직 명확치 않다. 부광약품은 작년 3~4분기 들어 고강도 포트폴리오 조정을 단행했다. 매출 볼륨을 줄이고 손실이 일시적으로 더 커지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털어내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유통 채널 간소화 등을 단행하며 재고관리 및 유통구조 등을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 고려하면 신약개발이나 외부투자 등에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부광약품이 작년 지출한 전체 경상연구개발비는 155억원이다. 현재 유동성과 영업현금흐름 및 상각전영업이익(EBITDA)를 종합적으로 보면 최소 10년의 자체 R&D를 지탱할 재원을 확보한 셈이다. 현재까진 외부 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자금 확충으로 해석하는 시각에 무게가 쏠린다.

이 회장은 올해 직접 부광약품 IR 전면에 나서 "제약사인만큼 신약개발 노력을 계속한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 밝히며 R&D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담보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어떻게 활용할 지는 아직 외부에 밝히기 어렵지만 운용의 묘를 통해 본격적인 체질 개선과 R&D 성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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