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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실적 대비 저평가' 에스앤디, FI 주주행동 칼 빼들었나

2021년 이전상장 공모가 대비 35% 하락, 유안타 측 "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 공언

이우찬 기자  2024-02-29 11:51:0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에스앤디를 바라보는 주주들의 마음은 복잡할 것 같습니다. 펀더멘탈 핵심 요소인 실적은 고공 행진하고 있는데, 주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대 주주로 있는 유안타세컨더리 2호펀드(지분율 13.2%)가 최근 보유목적 변경 공시를 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안타는 단순 투자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최근 주가 흐름은 좋은 편은 아닙니다. 지난 28일 종가는 1만808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2.22% 하락했습니다.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지난 19일 장중 1만994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네요. 시장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래량이 1만주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죠.

주가는 후퇴 혹은 제자리 걸음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에스앤디는 2021년 9월29일 코넥스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는데요, 이전 상장일 시초가인 공모가 2만8000원에서 하락해 종가 2만1700원을 기록했습니다. 에스앤디의 최근 3년 최고가는 코넥스 시절인 2021년 5월 기록했던 4만6000원이었습니다. 코넥스에서 1000억원을 웃돌았던 시가총액은 28일 종가 기준 734억원입니다.
출처=네이버증권

◇Industry & Event

1998년 12월 설립한 에스앤디의 사업부문은 일반기능식품소재, 건강기능식품소재로 나뉩니다. 일반기능 쪽에서는 라면·제과·스낵 등 완제품 제조용 원료에 적용되는 소재를 만듭니다. 건기식 쪽에서는 수면보조제 소재로 사용되는 미강주정추출물과 감태추출물 등 개별인정형 원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2년 매출은 463억원, 565억원, 614억원, 733억원입니다. 빠르게 외형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33억원으로 2022년 동기대비 17% 늘었고요, 10년 전인 2013년 매출은 122억원이었네요. 10년 만에 6배 이상 매출을 키운 모양새입니다.

파트너를 잘 만난 덕분인지 모릅니다. 에스앤디의 매출에서 삼양식품 상대로 거둔 비중이 70% 가량이라고 하네요. 2011년 개발한 조미 소재가 삼양식품의 '나가사끼짬뽕'의 주 원료로 채택됐고, 2013년에는 '불닭볶음면'의 주 원료로 활용되면서 빠르게 몸집을 키웠습니다.

핵심 거래처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하면서 에스앤디의 외형도 매년 커졌습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929억원, 1468억원으로 전년보다 31.2%, 62.5% 증가했는데요, 특히 불닭볶음면의 매출 비중이 70%에 이르고 있습니다. 삼양의 메가히트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무적투자자인(FI) 유안타가 최근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겠다고 나선 건 실적과 주가의 괴리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유안타는 최근 공시에서 "이사·감사의 선임, 배당 등에 관한 주주제안권을 2월 중 행사하겠다"면서 "주주로서 회사의 업무 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에는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선포했습니다.


◇Market View

올해 들어서는 에스앤디를 다룬 증권사 리포트를 찾을 수 없었는데요. 최신 리포트는 지난해 12월 나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실적은 안정적인 편이고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인 것 같습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20일 리포트에서 "삼양식품, 농심, 일동후디스, 풀무원 등 국내 주요 고객군을 확보한 가운데 나가사끼짬뽕, 불닭볶음면 등을 기본으로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K푸드 열풍 확대로 인한 수혜, 신규 거래선 확보와 수출 시장 개척에 따른 건기식소재 매출 성장 기대감 등으로 주가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그러면서 "2024년 실적 기준 PER 5.4배로 국내 주요 동종 업체 평균 PER 12.3배 대비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해당 연구원은 지난해 6월 리포트에서도 "안정적인 매출 증가에도 동종 업계 대비 저평가됐다"고 밝혔습니다.

◇Keyman & Comments

에스앤디의 키맨은 창업주인 여경목 대표가 가장 먼저 꼽힙니다. 지분율 24%로 최대주주인 여 대표는 1954년생으로 올해 70세입니다. 학자 출신 사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출신으로 중앙대 대학원에서 박사를 수료했고 우송대 식품생명학부 겸임조교수로 일한 경력이 있네요. 1998년 에스앤디를 설립했죠. 한국식품기술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키맨으로 서동만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가 있습니다. 1962년생으로 계명대를 졸업한 서 전무는 삼성전자 지원그룹장, 이건산업 CFO를 지냈습니다. 주가와 IR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인물로 파악됐습니다.

더벨은 주가 흐름과 유안타 투자 목적 변경에 관한 대응 방안에 관해 에스앤디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먼저 지난 14일 오전 에스앤디 IR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는데요, IR 담당자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오르지 않아 유안타 쪽에서 공시한 것 같다"면서 "내부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26일 다시 연락했습니다. 이번에는 여 대표와 서 전무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죠. IR 담당자는 2대 주주의 투자 목적 변경에 관해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나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여 대표와 통화를 요청했으나 "오늘 회사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더벨은 IR 담당자에게 정체돼 있는 주가, 유안타의 경영권 영향 공시 대응 방안, 배당 확대 방안 등에 대해 여 대표의 입장을 대신이라도 전달해달라고 요청하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이튿날(27일) 오전 다시 통화했습니다. IR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은 내용에 관해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밝혔습니다. 여 대표와 서 전무와 통화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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