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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의 개혁…사외이사 줄이고 이사회 기능 정상화

④'재일교포vs 사모펀드' 세대결로 사외이사 증가…제 기능 못한다는 지적에 칼 뺐다

고설봉 기자  2024-03-07 15:32:56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체제가 도래하면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재정비를 시작했다. 지난해3월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약 1년여 개혁을 단행한 결과 올해 새로운 이사회가 출범한다. 진 회장은 비대해진 사외이사진을 축소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 과점주주간 이익 극대화를 위해 사외이사들을 세력화하면서 발생한 이사회 내 경쟁관계를 완화한 점도 주목된다. 확실한 지배주주로 재일교포 주주들이 올라서고 기존에 이에 대항했던 글로벌 사모펀드 주주들이 사라지면서 이사회 내 경쟁관계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구성원이 줄고 사외이사간 대립을 유발할 수 있는 외압 요소가 줄어들면서 신한지주 이사회는 이전과 다른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과 신한지주 경영진들이 제출한 중장기경영전략 등에 대해 심도 높은 토론과 이사들간 신뢰와 화합에 기반한 안정적 운영이 기대된다.

◇주주세력간 경쟁으로 몸집 불어난 사외이사

2019년을 기점으로 신한지주 이사회는 큰 변화를 맞았다.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과점주주로 등장하면서 이들의 이사회 참여를 보장해야했다. 지분 4%당 사외이사 1명 추천권을 부여하면서 사외이사 숫자가 늘었다.

2018년 3월 신한지주 이사회는 1명의 사내이사, 2명의 기타비상무이사, 9명의 사외이사 등 총 12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2019년 3월 이사회는 2명의 사외이사를 추가해 총 13명으로 늘었다. IMM PE를 주주로 영입하면서 사외이사 추천권을 줬기 때문이다. 동시에 사모펀드 측 사외이사가 늘어나자 재일교포 주주들도 사외이사를 한명 더 추천했다.

2022년 3월에는 사외이사가 1명 더 추가되면서 이사회 구성원은 총 14명으로 늘었다. 베어링PEA와 어피너티가 주주로 등장하면서 사외이사 2명을 추천했다. 기존 사추위에서 추천했던 다른 사외이사가 퇴진하면서 전체 사외이사 숫자는 12명으로 굳어졌다.

2022년 12월말까지 12명 사외이사 체제는 유지됐다. 다만 주주간 추천 사외이사 비율은 바뀌었다. 사추위 추천 사외이사 가운데 사모펀드 추천으로 이사회에 들어온 뒤 사추위에서 재추천된 사외이사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모펀드 측 사외이사 숫자는 5명으로 늘었다. 재일교포 주주 측 사외이사 4명, 사추위 추천 사외이사 3명으로 진영이 구축돼 있었다.

진옥동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사회 변화가 시작됐다. 곧바로 사외이사 규모 축소했다. 2023년 3월 사외이사가 9명으로 줄어 이사회는 총 11명으로 축소됐다. 변양호 사외이사가 중도 사임했고, 박안순·허용학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나머지 사외이사를 연임하고 새로 사외이사를 뽑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숫자를 줄인 뒤에도 신한지주 이사회 내 균형은 맞춰지지 않았다.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 4명, 재일교포 추천 사외이사 3명, 사추위 추천 사외이사 2명 등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올해 정기주총을 계기로 사외이사 비율이 맞춰졌다. 이윤재 사외이사가 퇴임하면서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는 3명으로 감소했다. 재일교포 추천 사외이사 3명과 이사회 추천 사외이사 3명으로 각 추천 세력간 사외이사 비율은 같아졌다.

또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와 베어링PEA가 올해 초부터 지분을 매각하면서 사실상 경영참여가 막을 내렸다. 기존 대립각을 펼치던 재일교포 주주와 사모펀드 주주 간 갈등 요소가 제거됐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들의 자율성이 높아지는 등 역할이 재정립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사회 규모 축소로 이사회 효율성 높인다

일련의 이사회 개혁은 진 회장의 의지다. 진 회장은 취임 뒤 줄곧 조직 슬림화와 전문화를 주문했다. 이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사회 내 구성원이 너무 많고 전문성 등에서 겹치는 사외이사들이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진 회장은 지난 1년간 이사회 개혁을 위해 다양한 주주들을 만나 문제점을 설명하고 해소 방안을 함께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일환으로 사외이사 숫자를 우선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진 회장은 기존 주주세력간 추천한 사외이사 비율을 맞추며 중립성을 높였다.

사외이사를 줄인 진 회장은 이사회를 기능적으로 성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토론을 활성화 해 다양한 의견과 전문적인 견해들이 신한금융그룹 경영전략과 비전에 녹아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기존 이사회는 구성원 숫자가 너무 많아 이사회 내내 토론의 기회가 없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특정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들간 의견 대립이 있을 경우 토론 보다는 즉각 표결 등 방식으로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결정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주주세력간 표대결 양상이 펼쳐졌다. 이에 계속해서 각 주주세력간 사외이사 추천권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수싸움도 벌였다. 그 결과 사모펀드에서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 내에서 셀프 재추천되고 다시 사모펀드 주주들이 사외이사 한명을 더 추천하는 식으로 숫자를 늘려나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 개혁을 통해 이러한 문제는 해소됐다. 진 회장은 각 주주세력간 추천 사외이사 비율을 맞췄다. 또 사모펀드의 지분 엑시트를 유도하면서 경영참여 철회를 이끌어냈다. 자신의 지지기반이자 신한금융지주 창립세력인 재일교포 주주들 중심으로 이사회 구심점이 재구축되면서 이사회 운영의 안정성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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