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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진단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3년째 성과급 '0원'…'명예회복' 절치부심

①'라임 징계' 여파, 환수 가능성 고려 지급 연기…경징계 확정 후 첫해, CEO 역량 입증 기회

최필우 기자  2024-05-10 11:33:52

편집자주

금융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적 저평가 종목군인 금융주에도 관심이 모인다. 금융지주는 금리 상승 수혜를 입어 수년째 역대급 순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규모 이자이익, 지지부진한 주가와 함께 CEO의 고연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금융지주 CEO는 보수에 대한 책임과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을까. '책임경영'을 키워드로 금융지주 CEO 보수 산정 기준이 되는 재무적·비재무적 성적표와 주가 현황을 분석했다.
국내 금융권에는 실적이 높을수록 고연봉을 수령하는 성과주의 보수 체계가 자리잡았지만 현재 신한금융은 예외적인 상황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은행장 시절을 포함해 3년간 성과급을 수령하지 않고 있다. 과거 라임펀드 사태 여파로 금융 당국의 징계를 받은 영향이다.

신한금융은 금융감독기관 중징계를 받은 경영진의 성과보수를 환수하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진 회장의 경우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수위가 확정될 때까지 상여를 받지 않으며 CEO로 책임을 진 것이다. 경징계가 확정된 이후 첫해인 올해 진 회장 명예회복의 분수령이다.

◇타 금융지주보다 보수적인 상여 지급 기준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 회장은 지난해 급여로 6억5800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지난해 급여인 8억2000만원보다 낮다. 3월 말 회장에 취임해 근무 기간이 짧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진 회장의 급여가 늘지 않은 요인은 또 있다. 그는 2020년 3억800만원 수령을 마지막으로 상여를 받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 상여는 연간성과급과 장기성과급으로 나눠지는데 신한은행장 재임 마지막해 실적에 따른 연간성과급은 물론 중장기 성과에 따라 이연지급되는 장기성과급도 보수에 반영되지 않았다.


진 회장의 상여 미지급 배경엔 라임펀드 사태가 자리한다. 신한은행은 진 회장이 행장이었던 2020년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및 손실 사태에 직면했다. 판매 채널인 은행권과 증권업계를 뒤흔든 이 사건으로 진 회장도 금융 당국의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금융 당국은 당초 진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으나 이후 주의적 경고로 감경했다.

주의적 경고는 문책경고보다 한단계 낮은 수위의 징계다.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3년 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것과 달리 후속 징계가 없어 경징계로 분류된다. 신한금융은 중징계를 받은 경영진의 성과보수를 환수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지만 주의적 경고는 중징계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신한금융이 진 회장의 상여 지급을 미룬 건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한 징계 수위 확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라임펀드 사태가 불거진 지 4년여 만인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징계를 확정했다. 진 회장의 징계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았으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상여 지급을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징계 수위는 주의적 경고로 유지됐다.

신한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CEO의 징계에 대한 책임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라임펀드 사태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건으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는 문책경고로 진 회장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받았지만 상여는 그대로 수령했다. 결과적으로 손 전 회장은 징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했고 함 회장은 2심에서 승소한 상태다.


◇준수한 효율성 관리…수익성·건전성 개선 과제

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정해지면서 상여 지급이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징계로 일단락 된 만큼 보수위원회가 진 회장에 대한 상여 지급 중단을 지속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수억원에 달하는 상여 지급이 이연된 것으로 진 회장은 징계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진 셈이다.

올해가 징계 확정 이후 첫해인 만큼 진 회장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는 신한금융의 위상에 걸맞은 실적을 내고 CEO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상여는 CEO의 역량과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척도다.

단순히 순이익 규모 측면에서 1위에 오르는 것 뿐만 아니라 주요 재무지표를 업계 최고수준으로 개선하는 게 진 회장의 사명이다.

진 회장은 회장 취임 첫해였던 지난해 경영효율성 관리 측면에서 준수한 성과를 냈다. 총이익경비율은 지난해 41.4%를 기록했다. 전년도 43.9%보다 250bp 낮아진 수치다. 전임자인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의 두 번째 임기(2020~2022년) 평균치인 44.8%와 비교하면 300bp 넘게 하락했다.

수익성, 건전성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해 ROE는 8.6%로 전년도에 비해 1.4%포인트 하락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6%로 15bp 상승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대출 회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게 진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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