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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권 모니터링

신세계, 손상차손 미미…광주신세계 인수 효과 '톡톡'

지난해 9월 정용진 부회장 지분 사들여, 순자산가치 8000억 상회 평가

이효범 기자  2022-04-29 10:06:17

편집자주

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순자산가치보다 웃돈을 얹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또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손상검사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권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신세계의 영업권은 최근 3년간 큰 변동이 없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계열사에 전체 영업권의 절반 이상이 배분되면서 영업권 손상은 수십억원 수준에 그쳤다.

오히려 부(負)의 영업권으로 불리는 염가매수차익이 큰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장부상 계상된 금액만 2400억원을 웃돈다.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했던 광주신세계 경영권을 인수해 발생했다.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여 장부상 이익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신세계가 평가한 광주신세계의 순자산가치는 8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권 2000억 중반대 지속…신세계센트럴시티 가장 커

신세계의 영업권은 2021년말 연결기준 2634억원이다. 전년대비 2억원 감소한 규모다. 손자회사 실크우드의 영업권이 25억원에서 22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방송프로그램 제작사로 신세계의 자회사 마인드마크가 지분 58.05%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33억5100만원에 지분을 사들였다.

무형자산 4282억원 가운데 영업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1%이다. 영업권 외에도 산업재산권을 비롯한 기타 무형자산을 늘리면서 영업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세다. 2019년말 기준 무형자산 중에서 영업권 비중은 72%에 달했다.




신세계의 영업권은 최근 3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19년말 2542억원에서 지난해말까지 92억원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권 손상차손도 크지 않았다. 마인드마크가 2020년 스튜디오329, 실크우드 등을 인수하면서 영업권이 오히려 소폭 늘어났다.

영업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는 '신세계센트럴시티'다. 강남에 있는 대형 복합건물인 센트럴시티빌딩을 소유한 법인이다. 복합건물 내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이 입점해 있다. 장부가 기준 보유한 토지와 건물 금액은 1조6680억원이다. 임대사업을 통해 매출의 60% 가량을 창출한다. 지난해 임대사업 매출액은 1298억원이다.

해당 건물에는 수년간 공실이 없었기 때문에 꾸준하게 현금이 발생했다. 신세계센트럴시티의 영업권도 오랜기간 1104억원으로 변동이 없다. 또 건물에 입주해 있는 신세계 강남점에 배분된 영업권이 483억원으로 두번째로 크다. 이외에 신세계디에프글로벌,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영업권이 각각 430억원, 293억원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의 영업권이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계열사는 면세사업을 영위한다. 2019년부터 최근 3년간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 기간 영업권은 475억원에서 430억원으로 45억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영업적자는 2020년 446억원에서 2021년 103억원으로 줄었다. 신세계는 이 과정에서 영업권 손상차손을 반영하지 않았다. 영업권 손상차손은 손익계산서 상 영업외손실로 반영된다. 결국 기업의 순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광주신세계 영업권 '0(제로)', 2400억 염가매수차익 계상

신세계는 지난해 광주신세계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영업권을 계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 부회장으로부터 광주신세계 지분 52.08%(83만3330주)를 넘겨받아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거래가격은 약 2285억원이다. 1주당 27만4200원으로 책정됐다. 당시 광주신세계 주가(종가기준)는 1주당 22만8500원이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가 정 부회장의 보유 지분에 4만5000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쳐 준 것으로 보고 비싸게 사들인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신세계가 영업권을 계상하지 않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헐값에 인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영업권은 인수대상 지분의 순자산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했을 때 발생한다. 결국 신세계가 사들인 광주신세계 지분 가격은 순자산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대규모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한 배경이다. 신세계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신세계의 순자산가치는 8252억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비지배지분 37.5%의 가치인 3094억원을 제하고, 기존 보유지분(10.42%)과 함께 지난해 정 부회장에게서 사들인 지분(52.08%)를 확보하는데 들인 비용인 2742억원을 차감한 결과 염가매수차익은 2415억원에 달한다.

이 계정은 영업권과 반대로 장부상 잡히는 가상의 이익으로 평가된다. 손익계산서상 영업외수익으로 계상된다. 지난해 신세계는 연결기준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5000억원을 돌파했다. 순이익도 3889억원에 달했다. 2020년 순손실 691억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큰폭의 실적 개선이다. 기타영업외비용이 2000억원을 웃돌았으나 염가매수차익 덕분에 기타영업외수익이 3000억원에 육박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광주신세계 매입 당시에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 돼 있었다"며 "이에 따라 영업권을 계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염가매수차익을 장부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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