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비상장건설사 밸류 분석

한화건설, 5년간 장부가 고정…조단위 '몸값' 가능할까

1.3조 밸류 반영, 구주거래 없어 추정 '한계'…디벨로퍼·신사업 성장 '변수'

성상우 기자  2022-05-24 15:53:37

편집자주

건설업계에는 상장 후보들이 많다. 상장 건설사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조 단위 시총 이상 대어급이 즐비하다. 최근 수년간 최적의 상장 타이밍을 노려온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할 분위기다. 주요 상장 후보 건설사들의 기업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를 조명해보는 동시에 각사의 IPO 전략도 살펴본다.
한화건설은 아직 시장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대어급 비상장사이지만 기업가치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 모회사인 ㈜한화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지분 전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주가 시장에 나와 거래된 적이 없기 때문에 장외시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화건설의 기업가치가 어느 정도 될 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우선 모회사가 책정해놓은 장부가치는 1조원 초반대다. 지난해말 기준 ㈜한화는 사업보고서에 한화건설 지분 96.77%의 장부가치로 1조2587억원을 기재했다. 100% 지분으로 환산하면 1조3000억원이 된다.

주요 증권사들 역시 한화건설의 기업가치로 이와 큰 차이 없는 수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이 지난 3월 낸 보고서 내용 중 ㈜한화의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비상장계열사 한화건설 가치는 장부가액으로 EBITDA에 6배(멀티플)를 적용한 1조2230억원과 큰 차이가 없어 한화건설에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SK증권과 KTB투자증권 역시 비슷한 시기 낸 보고서에 한화건설의 밸류로 1조2587억원(장부가치)을 그대로 차용했다.

이 가격(1조2587억원)은 ㈜한화가 2017년부터 5년간 한화건설의 가치로 고정 기재해 온 수치다. 2016년까진 1조587억원으로 고정 기재해오다가 그 해 4월 한화건설 상환전환우선주(RCPS) 70만주를 취득하는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1조2587억원으로 고정시켰다. 지난 5년간 이뤄진 한화건설의 내재가치 변동과 관계없이 같은 가격이 매겨지고 있었던 셈이다.


한화건설 사옥

최근 건설사 밸류에이션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툴은 상대가치평가법 중 하나인 'EV/EBITDA'다. 지난해말 기준 한화건설 EBITDA 2268억원에 멀티플인 5~6배를 적용하면 1조1340억~1조3608억원 밴드가 도출된다. 6배는 올해 초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 과정에서 국내 피어그룹으로 설정한 삼성엔지니어링·GS건설·대우건설 멀티플 평균값이다. ㈜한화가 장부가격으로 설정한 1조2587억원이 이 범위에 포함된다.

다만 비슷한 실적 규모의 상장사들과 비교해보면 다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2조원 후반대의 연매출과 18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상장사 중 비슷한 규모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태영건설, 계룡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 정도다.

이들 중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자산규모(6조원대)를 감안하면 가장 유사한 비교기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수준이 한화건설보다 한 단계 높다. 실적만 본다면 시가총액이 3000억~5000억원대인 계룡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이 한화건설보다 소폭 높다. 매출과 이익규모 면에서 한화건설과 규모가 가장 비슷한 태영건설의 시총은 3800억원대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장부가인 1조2587억원을 기준으로 책정한 한화건설 PBR은 약 0.8배다. 한화건설과 규모면에서 가장 유사한 태영건설의 PBR은 0.56배에 그친다. HDC현산과 계룡건설 역시 PBR이 각각 0.34배, 0.47배로 0.5배를 넘지 않는다. 그나마 코오롱글로벌의 PBR이 0.8배로 가장 유사하다.

비교기업군(HDC현산·태영·코오롱글로벌·계룡건설)의 평균 PBR은 약 0.55~0.6배 수준이다. 이 수치를 지난해말 기준 한화건설 순자산가치에 적용한 기업가치는 8500억~9260억원대가 나온다.

다만 한화건설이 디벨로퍼 영역 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여력은 충분한 편이다. 디벨로퍼를 비롯한 신사업 확장여부에 따라 피어그룹 책정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최근 건설사 상장 움직임을 비춰볼 때 신사업 영역에 대해 상당한 멀티플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