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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권 모니터링

현대백화점, '영업익 급감' 지누스 손상차손 커지나

8900억 초대형 M&A '무형자산' 회계 부메랑, 미국발 '발주 제한' 등 타격

김선호 기자  2023-05-12 07:45:54

편집자주

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순자산가치보다 웃돈을 얹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또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손상검사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권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으로 알려진 지누스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현대백화점의 무형자산 중 영업권에 손상차손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누스의 미래영업현금흐름에 변동 요소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지누스의 연결기준 매출은 229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6% 감소한 83억원으로 매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주요 고객사의 과잉재고로 인한 발주 제한 정책이 실적에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해외 시장 확장과 점유율 확대를 위해 판관비(판매관리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지누스 측은 설명했다. 또한 차입금 규모는 이전과 같은 수준이지만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이 늘면서 순이익은 70.9% 감소한 5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고성장을 이뤄낸 지누스로서는 정체기를 맞이한 셈이다. 2022년 5월에 지누스 인수를 완료한 현대백화점으로서도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올해 1분기에 지누스 실적이 포함됐지만 현대백화점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2.4% 감소한 77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이 인식한 지누스의 영업권에 손상차손이 생길 수 있다. 영업권은 일반적으로 과거 실적과 5년 동안의 사업계획을 근거로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한 후 현금창출단위의 회수가능금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하면 손상차손을 반영한다.

현대백화점은 가구제조업체 지누스 지분 38.14%를 8890억원에 인수하고 지난해 2분기에 영업권으로 6449억원을 계상했다. 1조원에 가까운 해당 거래는 현대백화점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그만큼 영업권으로 인식한 무형자산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현대백화점이 인식한 지누스 영업권은 3027억원으로 반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지나해 지누스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2% 증가한 1조159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656억원으로 11.8%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358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현대백화점이 인식한 가구제조업부문 지누스의 영업권을 최초 6449억원으로 인식했다가 지난해 말 기준 3027억원으로 축소시킨 뒤 손상차손을 추가 반영했다. 이로써 지난해 말 기준 지누스 영업권은 2669억원이 됐다.


이 가운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가파르게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누스의 영업권에 손상차손이 불가피하다. 현대백화점으로서는 연결기준 실적 저하와 함께 주요 자산에 손상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누스는 최근 신흥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주요 고객의 발주 제한 정책에 따른 타격을 넘어서 해외 시장 다각화로 실적을 개선시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한국·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매출 목표를 2100억원으로 정한 배경이다.

올해 한국·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목표 2100억원은 호주·일본 등 17개 지역에서 올린 매출 대비 52% 증가시킨 수치다. 특히 인도네시아·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를 집중 육성 대상인 '핵심 인큐베이팅 국가'로 선정했다.

지누스 관계자는 "올해 중남미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최근 칠레 온라인몰과 입점 계약을 체결했고 멕시코에는 판매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톱 매트리스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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