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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조직 모니터

DL건설, 경영지원본부에 '기획·인사·구매' 관리역량 집결

이준행 상무 대행, CSO·CHO·COO 대비 높은 위상

신민규 기자  2023-06-19 13:13:16

편집자주

과거 오랫동안 기업의 CFO 산하 조직은 주로 재무영역에 국한돼 있었다. 대형사일수록 재무·조달·기획본부간 업역구분이 철저하게 이뤄졌다. CFO에 자금관리 이상의 역할을 부여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례화된 트렌드만 따르지 않는 움직임도 더러 엿보인다. 중견사의 경우 CFO에 관리총괄 중책을 부여하고 재무와 조달, 기획 등 전반적인 현안 해결을 주문하는 사례도 속속 보인다. THE CFO가 주요 기업 재무조직의 위상과 권한이 최근 들어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짚어본다.
DL건설은 경영지원본부에 재무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CFO격인 경영지원본부장 자리는 공석이지만 조직도상으로는 다른 C레벨 대비 높은 급에 위치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재무 뿐만 아니라 경영기획, 인사총무, 구매파트까지 맡겨 관리 총괄 역할을 부여했다.

DL건설 경영지원본부는 대표 직속의 주택건축사업본부, 토목사업본부와 같이 본부급으로 구성됐다. 경영지원본부 예하에 8개팀을 편성해 사내 관리조직을 집결시켰다.

경영지원본부장은 현재 공석이다. 본부 산하에 경영기획팀과 인사총무팀을 맡은 이준행 상무가 대행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최고인사책임자(CHO)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안전책임자(CSO)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조직도상으로만 보면 CFO가 곽수윤 DL건설 대표(CEO)와 기타 C레벨 사이에 존재할 정도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경영지원본부 산하에는 경영기획팀과 인사총무팀 외에도 회계팀, 재무팀, 품질환경팀, 법무지원팀, 외주동반성장팀, 프로젝트RM팀이 배치돼 있다.

이 중에서 회계팀과 재무팀은 1964년생인 이상택 상무가 이끌고 있다. 협력사 하도급 및 구매역할을 맡는 외주동반성장팀을 비롯해 법무지원팀, 프로젝트RM팀 등 3개팀을 1966년생인 우현식 상무가 맡았다.

CFO역할을 대행하는 이준행 상무는 1970년생으로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이준행 상무는 고려개발 출신으로 곽수윤 대표가 고려개발을 이끌던 시절 경영기획과 인사총무,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와 같은 중책을 맡기도 했다. DL건설이 고려개발을 흡수합병한 2020년 이후에도 곽 대표의 신임을 받고 있는 셈이다.


DL건설은 2021년도만 하더라도 관리조직이 한 곳에 집중돼 있지 않았다. 2020년말 조직도에선 경영혁신본부를 두되 경영기획팀과 준법경영팀은 대표 산하에 배치했다. 경영혁신본부에는 재무팀과 회계팀, 인사총무팀, 외주동반성장팀, SEQ팀을 두는 정도였다.

합병 전인 삼호나 고려개발 당시로 올라가도 경영본부 조직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삼호의 경우 4개팀을 두는 정도였고, 고려개발 역시 3개팀에 불과했다. DL건설은 2020년 삼호가 고려개발을 흡수합병해 새로 출범했다. 합병이후 DL건설 경영지원본부 산하 팀은 8개로 늘어났다. 경영기획과 법무파트 등을 본부 산하로 편입한 결과다.

경영지원본부에 관리 권한을 집중시킨 것은 다각적으로 해석된다. 일차적으로는 재무관리 뿐만 아니라 경영기획을 비롯해 외주업무까지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원가관리 부담이 커진 데다가 올해 납품대금연동제 시행까지 앞두고 있어 중견 건설사 입장에선 관리조직의 역할이 더욱 중대해졌다.

반대로 본부에 C레벨 인물이 워낙 집중돼 있어 관리상의 부담이 커질 여지도 생겼다. 이슈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책임소지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CFO가 CSO를 겸직하는 식이라 중대재해 이슈가 생겼을 때 재무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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