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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SK인천석화, AA급 금리로 공모ABS 발행한 배경은

구매자 SK에너지 신용등급으로 매출채권 등급 평가…신한투자증권, 창의적 구조화

오찬미 기자  2023-07-10 16:43:16
SK인천석유화학이 공모를 통해 매출채권을 유동화해 1800억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등급을 발행사 신용등급보다 높이면서 A급 이슈어의 조달 금리가 AA급 수준으로 낮아진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자산관리자로 나서서 ABS 딜 구조를 잘 짰다.

◇A급 이슈어 SK인천석유화학, AA등급 ABS로 1800억 조달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특수목적회사(SPC) 아이피씨제일차는 이날 18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했다. 만기별로 3년물 300억원, 4년물 500억원, 5년물 1000억원이다. SK인천석유화학이 SK에너지와 체결한 석유제품 매매계약에 의해 보유하는 매출채권과 2028년 7월 10일까지 리볼빙으로 발생할 확정 매출채권이 기초자산이 됐다.

SK인천석유화학이 매출채권에 대한 권리를 신한은행에 위탁하고, 신한은행은 SPC에게 제1종 수익권(1800억원)을, SK인천석유화학에게 제2종 수익권(무액면)을 발행하는 구조다. SPC가 이후 1종 수익권을 통해 지급받는 돈으로 ABS를 상환하게 된다. 각 무보증사채의 이자는 1개월 단위로 후급해 지불된다.

한국신용평가는 "2016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매출채권의 평균 월말 잔액은 4096억원으로 제1종 수익권 최초 권면액인 1800억원의 약 2.3배 규모"라며 "매출채권의 발생가능성과 초과 담보 수준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딜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ABS의 신용등급 'AA(sf)'다. ABS의 경우 자산보유자의 신용도를 등급으로 기초자산의 등급이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A급인 SK인천석유화학이 SK계열 통합도에 기반해 매출채권의 거래 상대방인 SK에너지의 신용등급 AA를 기준으로 ABS의 신용등급이 정해졌다. ABS 3·4·5년물 금리는 각각 4.821%, 4.965%, 5.148%에 발행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자산 보유자인 SK인천석유화학보다 구매자인 SK에너지의 신용등급이 더 높은데 ABS가 SK에너지의 신용도에 맞춰서 발행됐다"며 "공모 ABS 시장에서 단일 매출채권을 유동화해 별도의 외부 신용기관 보강 없이 등급을 높여 발행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말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이 딜 구조를 혁신하는데 참여해 SK그룹으로부터 계열간 담보 책임 등 업무적인 협조를 이끌어 냈다"며 "현업 부서에서 몇 달간 고민하고 신용평가사와 금융감독원을 설득해서 이번 딜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매출채권 유동화, 기업 자금 조달 다변화 방안으로 떠오르나

신한투자증권은 ABS 딜 구조 혁신에 성공하면서 SK그룹과의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 시장의 반대 의견에도 SK인천석유화학의 자금 조달 비용을 상당부문 절감시켜 주면서 SK그룹과의 조달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전에도 SK그룹의 단기 ABCP 등을 주관한 적은 있지만 리볼빙 구조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단일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공모 ABS 발행이 쉽지 않다는 말들이 많았는데 신한투자증권이 업계 평가를 뒤집고 딜을 성공시키면서 파트너십이 맺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SK그룹에서도 조달 비용을 상당 부문 감소할 수 있어서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SK그룹의 계열 통합도나 신용도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좋기 때문에 이같은 딜 구조로 신용평가사에서 등급 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며 "신용평가사와 금융감독원을 설득해 'AA0' 등급으로 상향하고 공모 발행을 하기까지 4~5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향후 일반 기업들의 조달 방법으로도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 ABS가 확대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선 관계자는 "매출채권을 보유한 일반 기업도 지금까지는 사모로만 조달을 해왔는데 사모 발행을 하면 금리가 다소 올라간다"며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도 공모 조달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기업들의 활용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PF ABS가 사업성이 없다보니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상품을 제공하는 차원에서도 매출채권 ABS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동시에 기업에게는 일반적인 론이나 은행 대출을 대신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에 투자자와 발행사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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