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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성과 보수

상여 기준 밝힌 삼성·SK, 현대차·LG는 CEO 기준 '복붙'

사업보고서로 살펴본 4대 그룹 CFO 상여금 산정 기준

박기수 기자  2023-08-22 13:37:18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상여금을 어떤 기준에서 산정하고 있을까. 투자자와의 대표적인 소통 창구인 보고서 공시 과정에서 4대 그룹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CFO의 상여금 산정 기준을 밝히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CFO 고유의 상여 지급 기준을 밝힌 곳은 삼성과 SK그룹이다. 반면 현대차와 LG그룹은 대표이사급인 최고경영자(CEO)와 CFO의 상여 산정 기준이 '복붙' 수준으로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리스크 관리·투자 자원 배분

4대 그룹을 포함해 통상 기업 CFO의 상여금은 직전 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으로 이뤄진 계량 지표와 CFO 고유 역할 수행 정도 등 비계량 지표를 통해 산출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CFO인 박학규 사장은 작년 성과에 대한 상여금으로 올해 1억4900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상여 제도는 설 상여와 성과인센티브로 나뉜다. 설 상여는 월 급여의 100%를 지급한다. 성과 인센티브는 사업조직별 사업연도 평가세후이익과 자본비용 등 재무적 요소로 산정한 계량지표를 바탕으로 연봉의 0~50%내에서 연 1회 지급한다.

성과인센티브에서 계량 지표는 전사 실적 중에서도 DX부문의 실적이 주요 평가 대상이다. 작년 삼성전자의 DX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82조5000억원, 1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박 사장의 상여도 이 실적에 기반에 산정됐다.


비계량 지표에서는 △사업 리스크 선제적 관리 △자원 운영 고도화 △투자 자원의 배분 등이 평가 대상이다.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일조하는 CFO의 고유 역할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대표이사인 한종희 부회장이나 경계현 사장의 상여 기준은 CFO인 박 사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표이사들의 상여 기준은 사업 성과와 영향이 깊다. 한 부회장의 경우 DX 부문 제품 경쟁력 제고와 B2B 및 서비스 사업을 강화했다는 점을 근거로 올해 4억33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았다. 경 사장은 최선단 12나노급 DRAM 개발과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 등 반도체 사업 미래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다는 점을 근거로 3억30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았다.

◇SK, 사업 구조조정 성과 조명

올해 상반기 SK그룹 CFO들 중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한 인물 중 한 명은 SKC의 CFO인 최두환 부사장이다. SK그룹 역시 기업가치 제고 노력 등으로 이뤄진 정량 지표와 리더십과 전문성 등 정성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상여금을 지급한다.

최 부사장은 작년 SKC의 숨가빴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의 공을 인정받았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 부사장은 작년 필름 사업 매각과 동박 증설 재원조달, 재무구조 개선,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리스크 관리 강화 등 CFO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3억82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았다.


SKC는 반기보고서 상에 CFO의 구체적인 성과를 기재했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점을 갖는다.

CEO인 박원철 사장은 기업의 종합 성과를 기반으로 상여금을 받았다. 박 사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동박 유럽 증설 추진, 2차전지·반도체·친환경 소재 사업화 등 기업 가치 제고 기반 조성 및 회사의 지속 성장에 기여한 점을 근거로 올 상반기 12억원의 상여금을 받았다.

◇현대차·LG, CEO와 같은 기준? 불분명한 공시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대부분 계열사들의 CFO가 각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재무 인력을 중용하는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반기·사업보고서 상에 CFO의 상여 기준을 명확히 기재하지 않고 있다.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의 CFO 상여 기준은 CEO의 상여 기준을 '복붙'해놓은 내용이다.

일례로 현대차의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이사인 정의선 회장과 CFO인 서강현 부사장의 상여 기준이 동일하게 기재돼있다.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가 평가 대상인 점은 나타나 있지만 비계량지표에서 '경영진으로서 성과 및 기여도,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0~200%내 지급할 수 있다'라고만 나타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각 이사들이 정확히 어떤 기준과 근거로 보수를 받았는지 보고서 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배경이다.

LG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지주사 LG를 제외한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의 CFO 상여 기준은 CEO와 동일하게 기재돼 있다. LG화학의 CEO인 신학철 부회장과 CFO인 차동석 사장 모두 상여 기준 중 비계량지표는 모두 '인오가닉(Inorganic) 투자를 통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실행 기반을 강화한 점'으로 기재돼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떠오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CFO의 상여 기준이 CEO인 권영수 부회장과 동일하게 작성돼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권 부회장과 CFO인 이창실 부사장의 상여 지급 비계량지표 기준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구조 고도화 및 사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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