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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출자 다시보기

CJ, 법원 눈높이 맞추지 못했던 '현금흐름할인법'

CJ올리브네트웍스 평가액 4444억, 순자산과 차이…추정 손익 근거 보완 필요

김형락 기자  2023-10-18 15:04:39

편집자주

현물출자는 그룹 사업·계열 구조 개편이나 계열사 자본을 확충하는 재무구조 개선 등이 필요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 현금출자보다 난도는 높은 편이다. 출자액이 명확한 현금출자와 달리 출자 재산 가치 평가를 따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인된 감정인의 감정 평가와 법원 인가 등을 거쳐야 한다. 평가 가치 적정성, 과세 이슈 등도 따져봐야 한다. THE CFO는 현물출자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마주한 재무 과제와 대응 방안 등을 살펴본다.
CJ와 CJ CGV는 자신들이 평가한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가치를 법원에서 단번에 인정받지 못했다. 비상장사 가치 평가 방법 중 하나인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평가한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가치가 순자산보다 크게 나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했다. 평가액 변동 없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현물출자를 마무리하려면 추정 손익 근거를 보완해 법원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 CJ CGV는 4444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납입일은 지난 6일이었지만, 지난달 법원이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현물출자에 관한 감정인(한영회계법인)의 감정보고서를 불인가하면서 납입일이 미정인 상태다.

CJ CGV는 지난 4일 법원에 항고를 제기했다. 재평가 없이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가치를 기존에 평가한 4444억원으로 인정받으려는 행보다. 관건은 법원이 불인가 사유로 제시한 현물출자 가액 과대평가 가능성 해소다. CJ와 CJ CGV는 DCF로 평가액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미비했던 근거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항고 이유를 기술할 것으로 보인다.


◇ '성장성' 반영 위해 DCF 선택, 자산가치 평가 방법은 미적용

현물출자 가액은 CJ CGV 자본 확충 규모를 좌우하는 요소다. 지난 상반기 말 CJ CGV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052%였다. CJ CGV는 신용등급 상승을 바라보고 현물출자를 포함한 유상증자 구조를 설계했다. A-인 신용등급을 이른 시일 내에 A0까지 상향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유상증자(4153억원) 후 부채비율은 548%로 내려갔다.

CJ는 공모 유상증자 직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출자해 CJ CGV 재무구조 개선을 꾀했다.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여럿이었다. CJ와 CJ CGV는 DCF를 적용했다. 미래에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도별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적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를 산정하는 평가 방법이다.

순자산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자산가치 평가 방법'은 적용하지 않았다. CJ올리브네트웍스 성장성을 반영할 수 있는 DCF가 보다 이점이 많은 평가 방법이었다. 자산가치 평가 방법은 평가 방식이 비교적 단순하고, 객관적이지만 CJ올리브네트웍스가 얻을 수 있는 미래 경제적 효익을 반영할 수 없고, 장부상 반영되지 않은 무형자산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한영회계법인도 미래 수익 창출 능력을 반영할 수 있는 DCF가 평가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프로젝트 수임을 바탕으로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주와 현금흐름 변동 가능성을 중장기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DCF를 적용해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DCF로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가치를 평가해 산출한 현물출자 가액은 4444억원이다. CJ CGV가 선임한 하온회계법인(4462억원)과 CJ가 선임한 EY한영(4425억원)이 산정한 평가액을 평균한 값이다.

◇ '양날의 검' DCF, 과대평가 개연성 때문에 법원 불인가 처분

지난달 한영회계법인의 감정보고서를 살펴본 법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가치가 과대평가됐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먼저 CJ올리브네트웍스 순자산과 현물출자 가액 차이를 근거로 미래 경제적 효익과 무형자산이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95억원,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433억원이었다.

감정평가보고서와 CJ CGV 제출 자료에 CJ올리브네트웍스 계열 실적 분석과 예측이 부재한 점도 불인가 결정에 힘을 보탰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 중 특수관계자 거래비율이 약 75%였다. 법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률 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특수관계인과 매출, 영업 실적 등에 관한 분석과 예측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영회계법인은 2027년까지 CJ올리브네트웍스 매출총이익 등이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CJ CGV와 CJ올리브네트웍스가 제시한 사업 계획, 시장 조사 업체가 발표한 국내 SI(시스템 통합) 시장 성장률(가트너) 등을 근거로 평가를 진행했다. 이밖에 △SM(시스템 운영·유지관리) 매출은 임금상승률(EIU) △서비스 매출은 PG(전자결제대행) 시장 전망률(EMS) 등을 기반으로 추정했다. 매출 원가는 2021년과 지난해 평균 원가율 수준이 추정 기간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법원 인가는 CJ CGV가 계획했던 자본 확충을 이행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4444억원 규모로 진행해야 부채비율을 302%까지 낮출 수 있다. 상법은 현물출자를 할 때 법원이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심사해 현물출자 가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물출자 재산이 과대하게 평가돼 자본충실을 해쳐 다른 주주나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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