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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킹'이 더 빛나려면

김형락 기자  2024-03-26 07:14:58
상장사들이 사업보고서를 공개하는 결산 시즌에는 그해 임원 연봉 순위도 드러난다. 지난해 계열사에서 177억원(지난 20일 기준)을 수령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국내 재계 총수 연봉 1위에 올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22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08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99억원) 등도 상위권을 형성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오너 경영인과 전문 경영인이 두루 고액 연봉자에 오른다.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임원 보수로 4900만달러(약 660억원)를 받는다. 오너 경영인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023 회계연도 보수로 2136만달러(약 287억원)를 수령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처럼 무보수 경영을 펼치고 있다.

누구든 기여한 만큼 보수를 받는 건 당연한 이치다. 임원 보수 절대액을 두고 많고 적음을 따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 보수 산정 기준이 타당한지, 기여도는 제대로 측정했는지 등 보수 체계를 살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은 임원 상여를 산정할 때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을 계량 지표로 활용한다. 롯데지주, 현대차, CJ 등이 그렇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3개년 수익성 관련 지표(ROE·주당수익률·세전이익률)와 주가 상승률까지 본다. 포스코홀딩스도 계량 지표에 주가를 포함한다. 비계량 지표는 각 기업 사정에 따라 다르다.

성과 인센티브 산정 기준과 지급한 상여금 사이 연관성을 상세히 설명해 주는 곳은 드물다. 대체로 각 지표 내 항목을 어떤 비중으로 반영하는지만 기술한다. 매년 보수 체계 연차보고서를 내는 금융사 정도가 임원 성과 측정과 보상 연계 방식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미국에 상장한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기업들과 임원 보수를 책정하는 기본 원칙은 비슷하다. 재무 성과와 주가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차이는 운영·보고 방식에서 나타난다. 글로벌 기업들은 주주가치와 임원 보수가 동떨어지지 않도록 설계했다. 그해 경영진이 달성해야 할 성과 범위와 성과 척도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비율도 안내한다.

예컨대 애플 보상위원회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초과 달성한 점을 고려해 현금 인센티브를 목표액대비 178.6%로 책정했다. 이외에도 미국 상장사들은 S&P500 등 대표 지수와 비교한 상대 총주주수익률(TSR) 백분위에 따라 성과금 지급 수준이 달라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개년 상대 TSR 백분위가 S&P 500 기업 중 85% 이상이면 주식 보상을 150%로, 25% 미만이면 주식 보상을 75%로 조정한다.

기업들은 개인과 조직의 성과가 모여 기업가치 향상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 보수 체계를 정교화한다. 성과 달성도와 주주가치 연계성까지 상술한 임원 보수 체계를 공개한다면 연봉킹이 더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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