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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Briefing

'낸드 흑자' SK하이닉스, 영업익 컨센서스 1조 상회

계속되는 AI 특수, HBM·eSSD 실적 '쌍끌이'

김도현 기자  2024-04-25 14:02:37
"메모리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5일 2024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CFO의 자신감은 실적에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수혜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기대 이상의 호성적을 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앞세워 일찌감치 상승 기류를 탄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까지 흑자전환한 점이 고무적이다.

하반기부터는 기존 응용처까지 살아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수요 급증 대응 차원에서 공장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한편 투자 규모를 당초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D램 이어 낸드 살아나자 '어닝 서프라이즈', 투자 확대 예고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기 대비 10%,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734% 증가,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이다.

이번 매출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중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준으로 메모리 초호황기로 여겨지는 2018년 이후 2번째로 높다. 애초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8550억원이었다. 실제로 약 1조원 높게 집계된 것이다.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에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를 50% 이상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호성적 배경에는 여전한 AI 수요와 낸드의 반등이 있다. 김 CFO는 "1분기 계절적 영향으로 PC와 모바일 수요가 약세였으나 업황 개선을 이끄는 AI 서버 수요가 강세였다"며 "D램과 낸드 가격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D램과 낸드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전기 대비 각각 20%와 30% 이상 상향됐다. D램은 HBM, 낸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가 견인차였다.

이중 낸드의 선전이 주목할 만하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 마케팅 담당은 "최근 고용량 eSSD 수요 증가는 AI 시장 확대에 따른 '온프레미스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주요인"이라며 "AI 기술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무게 중심 이동한 영향이다. 기존 스토리지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비 빠르고 소비전력 낮고 고용량인 SDD 솔루션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솔리다임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SK하이닉스의 최신 낸드와 솔리다임의 쿼드레벨셀(QLC) 기반 60테라바이트(TB) 이상 SSD 솔루션을 결합해 고용량 eSSD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심산이다. QLC는 하나의 셀에 4비트(b)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를 지탱해온 HBM에 대해서는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5세대 제품(HBM3E) 확장에 속도를 낸다. 올해는 8단 위주로 판매하고 12단은 올해 3분기 개발 완료 및 고객 인증, 내년 본격 양산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극자외선(EUV) 생산성, 5세대 10나노미터(nm)급(1b) D램 기술 완성도를 바탕으로 HBM3E 램프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4세대(HBM3) 수준의 수율(완제품 중 양품 비율)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황이 나아진 만큼 자본적지출(CAPEX)은 연초 계획 대비 늘리기로 했다. 앞서 발표한 청주 M15X 투자가 대표적이다. 용인 팹과 미국 첨단 패키징 라인 등 구축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다.

SK하이닉스는 "해당 증가분은 수요에 대한 가시성이 뚜렷하고 수익성 높은 제품 생산 확대와 인프라 확보를 위한 것으로 단기적 범용품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회복 사이클 진입→재무구조 개선, 현금 늘고 재고 줄었다

실적 호조로 현금도 대폭 늘었다. 작년 말 8조92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0조3200억원으로 1조4000억원 정도 불었다. 지난해 3분기 42%까지 치솟았던 순차입금비율은 1분기 기준 35%까지 낮아졌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9170억원으로 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조730억원으로 전기(3조5820억원) 및 전년 동기(1540억원)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EBITDA 마진은 49%로 작년 4분기 대비 17%포인트 올랐다.

수익성 개선에는 재고자산평가 충당금 환입이 발생한 부분도 한몫했다. 1분기 환입 규모는 9000억원대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메모리 ASP 상승, 재고 축소 등으로 추가 환입 인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AI가 시장 반등을 이끌었다면 하반기는 일반 서버와 PC, 모바일 등도 힘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 고객 및 제조사가 보유한 재고 소진이 빠르게 이뤄지고 일부 제품은 공급 부족 사태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22~2023년 다운턴 기간 동안 축적된 메모리 재고는 공급사의 적극적 감산 등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줄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고객 빌드 수요가 늘면서 업계 전반의 재고 수준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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