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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7년 만에 '회계 분류' 또 바뀐 미래에셋증권

②의결권 지분율 따라 종속→관계→종속, 자사주가 트리거 역할

원충희 기자  2024-05-03 08:08:05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캐피탈을 중심으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이 포진한 게 지배구조의 기본 틀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자회사 미래에셋증권 회계 분류다. 2017년에 종속기업(연결재무제표)에서 관계기업(지분법)으로 변경하더니 지난해 종속회사로 재분류했다.

자회사 분류 변동요인은 자사주로 인한 의결권 지분 변화다. 2017년에는 미래에셋-네이버의 자사주 교환으로 의결권 지분이 2%포인트 변동한 게 트리거였다. 이번에는 자사주 매입과 추가 인수로 인해 의결권 지분이 3%포인트 변화된 게 요인이 됐다.

◇100조 넘는 자산 변동 일으킨 회계 변경

국제회계기준(IFRS)이 국내 도입된 이후 자주 불거진 이슈 중 하나는 자회사 회계처리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온전한 지배력을 갖췄다면 지분율이 50% 미만이라도 종속회사로 분류해 연결재무에 반영한다. 반대로 온전한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할 겨우 지분율이 높아도 관계기업으로 지정해 지분법손익을 적용한다.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모회사의 연결재무가 천지차이로 바뀔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삼성바이오 사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하면서 2900억원대 지분가치가 4조8000억원으로 재평가했고 덕분에 적자기업에서 조 단위 흑자기업으로 변모했다. 이를 두고 분식 회계 논란까지 일어 총수가 재판정에 서는 사태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런 사태까지 야기할 수 있는 자회사 분류는 기업과 회계법인들의 중점 사항이 됐다.

미래에셋그룹 역시 비슷한 일을 두 차례 겪었다. 첫 번째는 2017년 네이버와 지분교환 후 불거졌다. 당시 6월 네이버와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 50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스왑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 지분 1.71%를,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 지분 7.11%를 보유하게 됐다. IT와 금융의 시너지를 위한 협력이었으며 이는 2019년 네이버파이낸셜 합작으로 확대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고 자본에서도 차감대상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의 자사주는 네이버로 넘어가면서 의결권이 부활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미래에셋증권 의결권 지분율은 24%에서 22%로 변화가 생겼다. 이를 근거로 미래에셋증권을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했다.


자회사 분류 변화로 미래에셋캐피탈의 총자산은 2016년 말 연결기준 86조3900억원에서 2017년 말 3조2137억원으로 급감한 반면 지분법이익 반영으로 당기순이익은 497억원에서 3987억원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 지분 추가인수로 지배력 획득

미래에셋캐피탈의 미래에셋증권 자회사 회계처리가 또 다시 변경된 것은 작년이다.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캐피탈의 미래에셋증권 지분율은 50% 미만이나 지배기업 또는 종속기업이 관련활동을 지시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변동이익에 유의적으로 노출돼 있으며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힘을 사용할 능력이 있으므로 연결범위에 포함했다. 즉 지배력이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도 자사주가 트리거가 됐다. 미래에셋증권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여러 차례 매입하면서 미래에셋캐피탈의 미래에셋증권 의결권 지분은 2022년 말 36.14%에서 작년 6월 말37.41%, 지난해 말 39.81%로 상승했다. 거의 40%에 가까운 의결권을 확보하면서 이제 더 이상 미래에셋증권을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기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캐피탈의 연결기준 총자산은 2022년 말 9조3047억원에서 작년 말 166조7632억원으로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 산하에 있던 미래에셋생명의 자산까지 연결재무에 반영됐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미래에셋증권이 지분 20%를 가진데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캐피탈이 각각 12.47%, 15.59%, 4.26%씩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를 감안한 그룹사들의 의결권 지분율이 50% 이상이므로 종속기업에 포함됐다.

외형이 급격히 팽창한 반면 당기순이익은 6705억원에서 3626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지난해 미래에셋증권 보통주 727만5500주(지분율 1.2%)를 500억원에 추가 취득함에 따라 지배력을 얻으면서 염가매수차익 2조6170억원이 반영됐다. 그러나 분류 변경에 따라 그간 지분법이익으로 처리하던 자회사 지분을 연결재무로 돌리면서 2조2983억원이 관계기업투자자산 처분손실로 인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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