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Board IndexBSM 분석

BSM '미공개'하는 토요타, 현대차와 면면 비교해보니

토요타 '기술 전문' 없이 법률과 경영·전략 등에 치중…현대차 BSM공개로 정보 접근성 개선

양도웅 기자  2024-04-15 07:58:14

편집자주

이사회 역량 지표 또는 이사회 역량 현황표 등으로 번역되는 'BSM(Board Skills Matrix)'은 이사회 구성원의 능력과 자질, 국적, 성별 등을 한 눈에 보여주는 도표다. 작성자는 기업으로 주주와 투자자는 BSM을 통해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BSM 공시 여부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주주친화성을, 그리고 BSM 내용(구성 항목 등)으로 이사회의 전문성과 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BSM 공시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에도 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늘고 있다. THE CFO가 각 기업의 BSM 공시 여부와 내용 등을 종합 분석해본다.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인 토요타자동차(Toyota Motor)는 현대자동차와 달리 BSM을 공개하지 않는다. 주주들은 토요타 이사회가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 알기 위해선 직접 이사들의 이력을 찾아 유추해야 한다. 현대차는 최근 BSM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 정보 공개 범위를 넓히고 정보 접근성도 높였다.

사외이사진의 이력을 살펴보면 토요타는 사외이사들에게 자동차 산업과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제언을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보다는 법률과 제도, 자산운용 등의 분야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가 공학과 교수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다양성을 확보한 것과 대비된다.

최근 토요타는 자회사들의 품질 조작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토요타가 아닌 자회사들에서 발생했지만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토요다 아키오(Toyoda Akio) 회장이 직접 공개 석상에서 머리를 숙였다. 이후 토요타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조치를 단행했다. 이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대규모 이사진' 토요타, BSM은 미공개…현대차는 홈페이지서 공개 시작

토요타는 올해 2월 발표한 'Integrated Report 2023(통합보고서 2023)'에서 BSM을 공개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도 게시하지 않았다. 토요타가 최대주주인 덴소가 비슷한 시기 발표한 통합보고서에서 11개 역량 항목으로 구성한 BSM을 공개한 것과 대비된다. 덴소는 일본 최대 자동차 부품사다.

최근 홈페이지에 BSM을 공개한 현대차와 비교했을 때 주주들의 정보 접근성은 낮은 편이다. 기아는 토요타처럼 BSM을 공개하지 않지만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이사별 전문 분야를 간략하게라도 밝히고 있다. 가령 사외이사인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전문 분야는 '미래 거버넌스'로 명시했다. 토요타는 이러한 수준의 공개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토요타 주주들은 이사별 전문성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위해 직접 이사들의 전공과 과거 근무한 기업의 직책 등을 살펴보며 그들의 전문 분야를 유추해야 한다. GM과 테슬라 등까지 포함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이사회 정보공개 투명성 면에서 뒤처져 있다.

토요타의 최신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감사위원 포함)는 총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 12명과 9명인 현대차와 기아의 이사회보다 인적 규모가 크다. 반면 사외이사 수는 현대차와 기아가 과반수를 차지하지만 토요타는 과반수가 되지 못한다. 토요타 사외이사(사외이사 모두 독립이사 겸직) 수는 7명으로 비율로는 44%다.

총수가 이사회 참여하는 점은 세 개 기업 모두 같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의 사내이사다. 현대차에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토요다 아키오(Toyoda Akio) 회장은 토요타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지난해 사토 고지 사장에게 이임했다.


◇토요타 사외이사별 전문 분야, 이력으로 살펴보니…기술 전문 이사 없어

그럼 구체적으로 토요타 사외이사 7명의 역량은 무엇일까. 회사가 밝히지 않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의 이력을 토대로 정리하면 △국제경제·통상(스가와라 이쿠로 전 일본 경제산업성 차관) △금융(오시마 마사히코 현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부회장) △국제관계와 ESG(필립 크레이븐 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장) △기업전략(오소노 에미 히토츠바시대 경영학부 교수) △기업경영과 자산운용(조지 올콧 전 UBS자산관리일본 대표) △법률(사카이 류지 변호사와 캐서린 오코넬 변호사) 등이다.

현대차·기아 사외이사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이는 토요타 사외이사진에는 산업·기술 분야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산업·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철저하게 사내이사에 의존하는 것으로 토요타는 사외이사들에게 '조직과 리스크 관리'를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사외이사에서는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현대차의 미래 사업 중 하나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관련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교수는 특히 지능형 교통시스템, 자율무인시스템의 안전성 보장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아 사외이사에서는 신현정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기술 전문가다. 신 교수는 '메케노바이올로지(Mechanobiology)' 분야 전문가다. 메케노바이올로지란 세포의 생리와 대사에 미치는 물리적 환경과 기계적 자극의 역할, 그 작동 등을 연구하는 융합 학문이다. 자동차 산업과 직접적 연관성은 약하지만 기술 융합적 관점이 신 교수에 의해 이사회에 추가됐다.

토요타 이사회에서 산업·기술 분야의 전문성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나카지마 히로키 수석부사장이 떠받치고 있다. 나카지마 수석부사장은 일본 교토대에서 공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수석엔지니어 시절에 토요타의 소형차인 'IQ' 개발과 SUV 등에 탑재되는 바디 플랫폼 'IMV'를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단 그에게 기술적 관점에서 제언할 만한 사외이사는 없다.


◇품질 조작 문제 발생한 토요타,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현재 토요타 이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계열사들의 '품질 조작'이다. 상용차를 생산하는 '히노'와 소형차를 생산하는 '다이하츠', 디젤엔진을 생산하는 '토요타산업' 등이 수년간 연비와 배출가스, 충돌테스트, 출력 등의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토요다 회장은 지난 1월30일 토요타그룹 비전 설명회에서 직접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다.

이날 토요다 회장은 "고객과 주주분들에게 히노와 다이하츠, 토요타산업 등에서 연이어 발생한 부정행위로 불편과 우려를 안긴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정행위는) 그룹 전체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날 이후 토요타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평가 기준'을 개정했다. 현재 그룹이 당면한 품질 조작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수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령 최근 10년간 토요타그룹에서 근무했거나, 토요타그룹과 거래한 회사에서 근무했거나, 컨설턴트나 회계사 등으로서 토요타그룹으로부터 자문료 등의 보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인물은 사외이사에 선임될 수 없도록 바꿨다. 이에 따라 현재 사외이사인 사카이 류지 변호사는 사임할 예정이다.

사과한 당일 토요다 회장은 "내 생각에 지배구조(Governance)란 감독하고 지휘하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기업에서 지배구조는 건전 경영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경영 철학을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