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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흐름 발맞추는 농협금융…디지털·ESG 성과 공개

지난해 3분기부터 비재무 성과 포함…이석준 회장, 경영철학 시장 공유

이기욱 기자  2024-02-20 15:06:57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농협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사 중 유일한 비상장사다.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실적 관련 기업설명회(IR)도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다. 자연히 실적 자료에 담긴 내용 역시 타 금융지주에 비해 제한적인 정보에 국한해 있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재무 정보 외 디지털 전환, ESG경영의 성과를 담아내며 업계 흐름에 발맞추는 중이다. 지속가능성장을 중시하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을 투자자 및 고객들에게도 원활히 공유되고 있다는 평가다.

◇친환경 투자 및 ESG채권 발행 등 명시…디지털 인재 육성 현황도 공개

농협금융이 최근 발표한 2023년도 경영실적 자료에는 전년도 자료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 △경영실적 Highlight △수익성 △자금운용 및 조달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등 기존 4가지 항목 외 '참고자료'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참고자료는 크게 ESG와 디지털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농협금융은 각 분야에 한 페이지씩을 할애해 주요 성과 및 목표를 공개했다.

ESG 부문의 주요 성과로는 △친환경 투자 15조9000억원 △4조9000억원 ESG채권 발행 △1735억원 사회공헌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 인증 획득 △규범준수경영시스템(ISO 37301) 인증 획득 등을 제시했다. 또한 농협금융은 2050 탄소중립 달성,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 도입, 한국ESG기준원(KCGS) 대외평가기반 지배구조 점검 및 개선 등 다양한 전략방향과 중점추진과제를 선보였다.

디지털 부문에서는 주요 앱 가입자수와 비대면 상품판매 비율, 디지털 인재 육성 현황을 공유했다. 지난해말 기준 NH올원뱅크 가입자수는 1028만4000명으로 전년말(901만2000명) 대비 14.1% 늘어났으며 NH페이 가입자수도 551만7000명에서 684만1000명으로 24% 증가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DT-Master' 제도 인증 직원의 수는 552명에서 1044명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비대면 상품판매 비율은 60.1%로 집계됐다.

◇신한·우리금융 등 2020년부터 시작…이석준 "AI와 ESG, 미래준비 핵심"

농협금융의 이러한 변화는 타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농협금융의 실적자료에는 지주 및 계열사의 재무성과만이 다뤄졌다. 지난해 3분기가 돼서야 처음으로 비재무적 성과 내용이 담겼고 연간 실적 자료에도 포함되며 정례화 됐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2020년 경영실적 자료에서 처음으로 ESG경영과 디지털 전환 성과를 별도로 정리해 공개했다. 이후 4년 연속 빼놓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해당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밖에 때에 따라 글로벌 성과 등도 별도 공개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마찬가지로 2020년 경영실적 자료에서 처음 ESG경영과 디지털 전환 내용을 다뤘고 이후 매년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1년 늦은 2021년부터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매년 조금씩 내용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KB금융지주도 2021년쯤부터 플랫폼 사업성과, 계획 등을 실적 자료에 담아냈다.

농협금융이 늦게나마 업계 흐름에 동참하게 된 것에는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경영철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회장 취임 이후 지속가능성장을 강조해왔다. 세부적으로 디지털과 ESG경영을 통해 미래 준비에 나설 것으로 주문했다. 기업의 방향성을 실적 자료를 통해서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서도 미래준비의 핵심으로 AI(디지털)와 ESG를 꼽은 바 있다. 그는 "모든 산업에 있어서 AI의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올해부터 사업과 서비스 전 영역에서 생성형 AI를 실장하는 준비를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또 한가지 꼭 필요한 미래 준비는 ESG 경영의 내재화"라며 "ESG를 경영과 사업에 실질적으로 접목하는 원년으로 생각하고 진심을 가지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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