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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목표는 '1등 은행'…실적 자신감에 앞당긴 IR

하나은행 2년 연속 리딩뱅크…선제적 대외 메시지 통해 인식변화 노려

고설봉 기자  2024-02-01 11:29:26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하나금융그룹이 예년과 다르게 기업설명회(IR)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통상 경쟁사들의 눈치를 보며 실적 발표를 뒤로 미뤘던 예년과 다른 행보다. 올해 은행권 가운데 가장 먼저 IR 포문을 열면서 업계를 리드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지난해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하나금융은 지난 31일 2023년 실적발표 IR을 진행했다. 예년과 비교해 IR 일정이 10일 정도 빨라졌다.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올해 최소 일주일 이상 하나금융이 IR을 빨리 개최한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은 오는 2월 7일, 신한금융은 8일, 우리금융은 6일에 각각 IR을 개최한다.

통상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국내 상장사들은 직전 분기가 끝난 뒤 약 5주 가량 되는 시점에 실적발표 IR을 개최해 왔다. 해당 시기는 실적 집계가 완료되고 내부 검토와 관계 기관 등에 승인을 거치는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간이다. 물리적으로 최소한 한달 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 발표 IR은 직전 분기가 끝난 다음달 하순경부터 그 다음달 중순까지 약 3주간에 몰려있다. 은행권은 대략 직전 분기가 끝난 다음달 첫주에 실적 발표 IR을 진행해왔다. 지난해까지 하나금융도 2월 10일을 전후해 연간 실적을 발표했었다.


대체로 금융지주사들은 체급별 순서에 맞춰 IR을 진행하는 암묵적 룰이 있었다. 가장 먼저 실적 발표 IR 포문을 여는 곳은 항상 KB금융이었다. 이어 신한금융이 IR을 진행하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따라가는 식이었다.

실제 최근 3년 연간 실적 발표 IR 시기를 살펴보면 2022년 2월 단행된 2021년 실적 발표 IR의 포문을 연 곳은 KB금융이다. 2022년 2월 8일 KB금융 IR을 시작으로 9일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IR을 개최했다. 하나금융은 10일 IR을 열었다.

2022년 실적 발표 IR도 똑 같은 순서로 진행됐다. 2023년 2월 7일 KB금융이 가장 먼저 IR을 진행했다. 이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8일 각각 IR을 열었다. 하나금융은 가장 늦은 2월 9일 IR을 개최했다.

그러나 올해 하나금융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IR을 개최했다. 그것도 하루 이틀 정도 일정을 앞당긴 것이 아닌 약 10일 가량 일정을 앞당겼다. 경쟁 금융지주들은 예년과 비슷하게 2월 초에 IR을 단행한다. 우리금융이 오는 2월 6일, KB금융 2월 7일, 신한금융 2월 8일 각각 IR을 단행한다.

올해 하나금융이 IR 일정을 크게 앞당기면서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선 실적 자신감이 커진만큼 선제 IR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에 깔려 있는 시각을 지우고 새롭게 도약하는 하나금융의 모습을 각인 시기키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도 있다.

그동안 하나금융은과 하나은행은 경쟁사에 밀려 3위 금융지주와 은행에 머물러 있었다. 실적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낙인효과는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을 계속해 3등 금융지주 및 은행으로 인식하게 하는 꼬리표였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이미 2022년부터 리딩 뱅크로 올라섰다. 철저히 계획된 우량자산 성장으로 외형이 불어나면서 수익성도 극대화 됐다. 이를 통해 순이익 기준 순위를 다투는 은행권에서 1등 은행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여전히 하나금융의 3등 금융지주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빈약한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3등 금융지주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금융은 포트폴리오 현황에서 경쟁사와 금융지주 전체 실적에서 자웅을 겨룰 수 없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부족할 뿐 아니라 각 비은행 자회사들의 업권 내 지위도 경쟁사 대비 한수 아래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취임 뒤 전략을 수정했다. 하나은행을 1등으로 밀러올리고 비은행부문은 차츰 정상화 시켜 체급을 불리는 전략을 펼쳐왔다. 우선 은행부터 체급을 키운 뒤 이를 기반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전략은 2022년부터 노골화됐고 그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2022년 1등 은행으로 올라섰고 2023년에는 경쟁사와 격차를 더 벌렸다. 2022년 하나은행은 순이익 3조1692억원을 기록하며 1등으로 올라섰다. 2023년에는 3조476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겨차를 더 벌렸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하나은행의 수익만 키운 것은 아니다. 순이익 증대로 핵심자본인 보통주자본이 늘어나면서 자본적정성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 CET1비율은 16.06%로 크게 상승했다. 하나금융 자기자본의 83%를 차지하는 하나은행이 보통주자본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금융의 자본적정성도 개선됐다. 지난해 말 CET1비율을 13.22%로 끌어올렸다.

하나은행을 통해 확보한 1등 타이틀은 향후 하나금융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3등이란 이미지를 지우고 1등이란 이미지를 새롭게 확보하면 그만큼 브랜드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또 하나은행의 탄탄한 실적을 토대로 확보한 보통주자본 발판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개선도 이룰 수 있다. 자본력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만큼 비은행 자회사 인수합병(M&A) 및 증자 등에서도 한층 여유가 생겼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과 IR 관련 부서 등의 의견을 종합해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라며 “하나은행 실적이 증대된 것은 맞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일부 감소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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