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Board IndexBSM 분석

BSM 작성 않는 현대차…테슬라 '12개 역량'으로 공개

현대차, 이사별 전문 분야만 공개…이사회 특성은 현대차 '법률·규제' 테슬라 '운영·기술'

양도웅 기자  2024-04-04 11:41:35

편집자주

이사회 역량 지표 또는 이사회 역량 현황표 등으로 번역되는 'BSM(Board Skills Matrix)'은 이사회 구성원의 능력과 자질, 국적, 성별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도표다. 작성자는 기업으로 주주와 투자자는 BSM을 통해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BSM 공시 여부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주주친화성을, 그리고 BSM 내용(구성 항목 등)으로 이사회의 전문성과 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BSM 공시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에도 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늘고 있다. THE CFO가 각 기업의 BSM 공시 여부와 내용 등을 종합 분석해본다.
현대자동차그룹 간판 계열사인 현대자동차는 BSM(Board Skills Matrix, 이사회 역량 지표)을 작성해 공개하지 않는다. 이사회 내 각 구성원이 어떤 능력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또한 현재 회사의 경영 방향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선 투자자가 직접 여러 공시 서류를 찾아봐야 한다.

반면 전 세계 시가총액(약 5221억 달러) 1위 완성차 업체인 테슬라는 12개 항목으로 구성된 BSM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테슬라 이사회는 기술과 운영, 전략·기획 등에 능한 이사들로, 현대차 이사회는 주로 법률과 규제, 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기술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는 이지윤 카이스트 교수 한 명뿐이다.

BSM이란 이사회 구성원의 능력과 자질, 다양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기업이 직접 작성한 도표다. 주주와 투자자들은 BSM으로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고,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올 시 이를 근거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사회의 투명성과 주주친화성, 전문성 등을 BSM으로 가늠할 수 있다.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정보는 아니지만 미국등 선진 자본시장에선 많은 기업이 BSM을 도입하고 있다.


◇현대차 사외이사 5명 중 1명만 '기술 역량' 보유

BSM을 공개하는 국내 기업들은 매년 발표하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관련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 공시하는 기업이지만 BSM은 담지 않았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올해 자산 5000억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로 의무 공시 대상이 넓어졌다.

BSM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현대차는 이사 12명의 전문 분야를 밝히고 있다. 사내이사인 정의선 회장은 경영전반 총괄, 장재훈 사장은 국내 사업, 호세 무뇨스 사장은 글로벌 담당, 이동석 부사장은 생산과 안전, 이승조 전무는 기획과 재경이다. 모두 전문 분야와 맞는 직책에 있다. 가령 호세 무뇨스 사장은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 본부장이다.

사외이사인 윤치원 EQONEX 회장은 국제금융과 기업경영, 이상승 서울대 교수는 경제학과 지배구조, 유진 오 전 캐피탈인터내셔널 파트너는 글로벌 비즈니스와 자산운용, 심달훈 우린조세파트너 대표는 재무·회계와 세무, 이지윤 카이스트 교수는 미래 기술, 장승화 서울대 교수는 법학과 국제통상, 최윤희 건국대 교수는 법학과 노동법이다.

이 가운데 장승화 교수는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행정과 관련한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최윤희 교수는 지방검찰청 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심달훈 대표는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관 출신 인사들이다.

이를 보면 현대차는 사외이사들에 자동차 산업과 기술에 대한 경험과 능력보다 법과 규제, 금융 부문에 대한 경험과 능력을 원한다. 유일하게 기술 전문 사외이사인 이지윤 교수의 전공도 '항공'이다.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을 고려한 선임이지만, 현재 사업인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는 한 명도 없다.


◇테슬라, 매년 주총 앞서 BSM 공개…'재무·운영·전략·기술'에 특화한 독립이사 구성

테슬라는 매년 5월 중 열리는 주주총회에 앞서 공시하는 'Schedule 14A Information' 보고서에서 BSM을 밝히고 있다. 주주들을 만나는 가장 큰 행사를 치르기 전에 주주들에게 자신들을 대리해 회사를 경영하는 이사들이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 안내하고 있다.

BSM은 12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리더십(Executive Leadership) △재무와 투자(Financial Expertise/Investment) △기술(Technology) △사이버 보안(Cybersecurity)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Risk and Compliance) △성장과 변화(Growth and Transformation) △상장사 이사회 경험(Public Company Board Experience) △법률·규제·정책(Legal, Regulatory and Public Policy) △ESG △글로벌 운영(Global Operations) △생산/공급망(Manufacturing/Supply Chain) △전략 기획(Strategic Planning)이다.

이 가운데 ESG는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로 세분화해 이사별 역량을 보여준다. 달리 보면 BSM을 14개 항목으로 구성하고 있다. 많은 국내 기업이 항목 10개 이하로 BSM을 구성하는 점과 비교하면 테슬라는 더 상세하게 이사별 역량을 설명하고 있다.

2023년 5월 기준 이사 9명 가운데 독립이사(Independent Director)는 6명이다. 독립이사는 우리로 하면 사외이사에 해당한다. 독립이사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공통 역량은 재무와 투자, 글로벌 운영, 전략·기획이다. 모두 6명 중 5명이 해당됐다. 이를 보면 테슬라는 독립이사에 경영과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과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기술 역량을 갖고 있는 독립이사도 6명 중 4명이다. 낮지 않은 비율이다. 구체적인 보유 기술 분야는 통신과 에너지, 디자인, 미디어 등이다. 테슬라가 중국 BYD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고 디자인과 자율주행 기술 등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건,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이사들이 여럿 존재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