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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현대차 vs 테슬라

'레거시의 반격' 마침내 수익성 앞지른 현대차

①[수익성]현대차, 매출원가율·영업이익률 모두 비교우위…'모듈화·믹스 개선' 노력 결실

양도웅 기자  2024-01-31 08:30:5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자동차 산업에서 소위 '레거시(Legacy) 업체'로 분류되는 현대자동차는 그간 수익성 면에서 테슬라에 비교할 바가 못 됐다. 특히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 그것도 더 뛰어난 자동화 기술로 생산설비를 구축한 테슬라의 수익성을 따라잡는 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견됐다.

하지만 전기차도 결국 '자동차'다. 자동차를 만든 경험의 시간은 현대차가 테슬라보다 36년이나 두껍다. 현대차는 1967년, 테슬라는 2003년 설립됐다.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한다는 절박함이 뼛속 깊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현대차는 마침내 테슬라의 수익성을 앞지르는 결과를 냈다. 이유는 무엇일까.

◇4년 만에 수익성 앞지른 현대차

현대차와 테슬라는 같은 날인 지난 25일(한국시간) 2023년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162조원, 테슬라는 967억달러(약 128조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양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SUV 차량들이, 테슬라는 스테디셀러인 모델3(준중형 세단)와 모델Y(중형 SUV)가 판매량을 주도했다.

실적 발표 이후 시장 안팎에서 주목한 점은 현대차의 높아진 수익성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9.3%로 전년 대비 2.4%p 상승했다. 2020년 이후 3년 연속 상승세가 지속됐다. 역대 최대 매출액에 이어 역대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테슬라 영업이익률인 9.2%보다 0.1%p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가 테슬라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건 2019년 이후 처음이다. 2022년에는 현대차 영업이익률이 테슬라 영업이익률(16.8%)의 절반 이하인 6.9%였다. 지난해에 격차를 줄이는 걸 넘어 앞지르는 데 성공했다.

(출처=현대자동차와 테슬라 IR 자료)

◇현대차 수익성이 향상된 이유

수익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현대차가 테슬라보다 우위를 점하게 된 원인으로는 △지속적인 모듈화 △SUV와 제네시스 등 판매가격 높은 차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개편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이 꼽힌다.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인 매출원가와 마케팅 비용 등 판매관리비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매출원가율은 79.4%로 전년 대비 0.7%p 하락했다. 최근 5년간으로 살펴보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품종 생산(테슬라는 소품종 생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꾸준히 부품을 모듈화하며 여러 모델에 동일한 부품을 사용해 원가 절감에 집중해온 결과로 분석된다. 부품 모듈화의 또 다른 장점은 전보다 조립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인건비 등 생산비용도 줄어든다는 점이다.

반면 지난해 테슬라의 매출원가율은 81.8%로 같은 시기 현대차보다 2.4%p 높았다. 현대차가 매출원가율을 꾸준히 낮추며 생산비용 절감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테슬라의 매출원가율은 2019년 수준으로 뒷걸음질했다.

테슬라의 판매가격 인하도 현대차가 수익성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판매단가를 약 16% 낮췄다. 수익성을 양보해서라도 전기차 시장 '톱 티어(Top Tier)'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적어도 지난해 기준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초기에 비해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에도 내연기관차를 여전히 선택지에 포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기보다는 하이브리드차 등 중간 단계에 있는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점도 테슬라의 전략이 통하지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출처=현대자동차와 테슬라 IR 자료)

◇올해 수익성 전망에서도 상반된 태도

관건은 앞으로다. 현대차는 수익성 개선세를 지속시킬 수 있는지가, 테슬라는 수익성을 반등시킬 수 있는지가 주목된다.

일단 올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하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다양한 모델을 가진 현대차가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업체인 BYD의 약진으로 전기차 시장 내 경쟁 강도도 더 높아졌다. 당장은 전기차 하나로만 승부하기에는 녹록하지 않다는 평가다.

올해 수익성을 전망하는 자세에서도 양사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한 8.0~9.0%의 영업이익률을 제시했으나 환율에 따라 초과 달성할 여지도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혔다. 수출 판매량이 많은 현대차에 높은 환율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테슬라는 수익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지난해 연간 실적자료에서 "우리는 생산과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한 혁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짤막한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시장 관계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테슬라 측은 원가 절감 질문에 "임금 인상이 부정적인 요인이나 원가 절감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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