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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CJ온스타일 vs GS홈쇼핑

같은 합병 구조, 미미한 시너지 효과

①[합병과 효과]새로운 돌파구 제시, 기대 못 미친 취급고 성장

홍다원 기자  2024-05-08 08:04:5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CJ와 GS의 유통사업 부문은 TV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각각 CJ온스타일과 GS홈쇼핑으로 국내 홈쇼핑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둘 다 1995년 개국해 사업을 이끌어왔다.

홈쇼핑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황금기부터 TV 송출 수수료 부담 속 업황이 내리막길을 걸을 때까지 서로 경쟁자 역할을 해 왔다. 변화를 맞이한 방법도 같다. 두 기업 모두 합병으로 새로운 전략을 짰다. 그간 쌓아 온 홈쇼핑 경험을 바탕으로 각 그룹사와의 시너지를 위해 CJ ENM과 CJ온스타일을 합병하고 GS리테일과 GS홈쇼핑을 합병했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합병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계열사와의 협동은 물론 모바일 중심으로 업태를 변화시키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TV 시청 인구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아직 합병 시너지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 모두 합병 당시 내걸었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홈쇼핑업계 업황이 악화하면서 2023년 실적 타격이 컸다. 시너지 효과를 위한 체질 개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분석된다.

◇CJ온스타일, 합병 후 2021년 '단일 브랜드' 통합

CJ온스타일의 전신은 1995년 8월 국내에서 처음 개국한 TV홈쇼핑 채널인 HSTV다. 30년 가량 한 우물을 파 오면서 CJ온스타일은 업계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개국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외형을 확장해 왔다. 2000년 6월 CJ그룹 품에 안긴 후 CJ39쇼핑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에도 CJ홈쇼핑·CJ오쇼핑으로 이름을 바꿔 입지를 다졌다. 2015년에는 T커머스 채널을 론칭하기도 했다.

2018년엔 합병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당시 CJ오쇼핑인 커머스 부문과 미디어 부문인 CJ E&M이 합병해 하나의 기업으로 출범했다. TV홈쇼핑 성장세는 둔화하고 모바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미디어 커머스 시너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관점에서 2021년엔 단일 브랜드 통합에 집중했다. 그동안 TV홈쇼핑 'CJ오쇼핑'과 인터넷몰 'CJ몰', T커머스 'CJ오쇼핑플러스' 등으로 각각 흩어져 있던 브랜드를 CJ온스타일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시켰다.

시너지를 위해 채널 확장 전략을 취했다. CJ ENM이 확보한 TV 채널에서 홈쇼핑 상품을 노출한 후 CJ온스타일 채널에서 이를 판매하는 식이었다. 이후에도 원 플랫폼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커머스 부문 매출 비중은 2021년 38.81%에서 2022년 28.28%로 줄어들었다가 2023년 30.62%로 소폭 늘어났다.

◇GS리테일 주도로 GS홈쇼핑 '흡수합병'

GS홈쇼핑 역시 1995년 케이블 TV 산업을 시작으로 TV 홈쇼핑 업계에 발을 들였다. 사업을 키워오던 GS리테일이 변화를 위해 합병을 선택한 건 마찬가지다. GS리테일은 2021년 7월 GS홈쇼핑(GS샵)을 흡수합병하면서 'No.1 통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홈쇼핑·온라인 채널인 GS홈쇼핑과 편의점·슈퍼 등 오프라인 채널 중심인 GS리테일이 결합되면 그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편의점업계에서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GS리테일 중심으로 합병이 이뤄졌다. 존속법인은 GS리테일이며 소멸법인은 GS홈쇼핑이었다.

홈쇼핑에게 부족한 이커머스 사업 전략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특히 합병 이후 핵심 플랫폼으로 '마켓포'를 내세웠지만 결국 종료 수순을 밟았다. 마켓포는 편의점 오프라인 인프라에 식품·세탁·청소·택배 등 밀접한 생활 서비스를 연결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었다. GS리테일이 1년 이상 준비했던 만큼 뼈 아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합병 이후 주목할 만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 주도로 합병이 이뤄진 데다 홈쇼핑업계 상황이 악화하면서 GS홈쇼핑이 전체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 직후 GS리테일의 2021년 3·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6197억원, 671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 20% 감소한 수치다. GS홈쇼핑의 매출 비중도 2021년 12.66%에서 2022년 11.2%, 2023년 9.7%로 줄어들었다. 특히 GS리테일의 여섯 가지 사업 부문(편의점·수퍼·홈쇼핑· 개발사업·호텔·기타) 중 홈쇼핑 부문과 개발사업 매출은 2023년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합병 당시 목표 달성 실패, 시너지 효과 현재진행형

두 기업 모두 합병 당시 내걸었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대보다 합병 시너지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합병 이후 업황 자체가 악화되면서 당장은 체질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합병 당시 CJ온스타일은 2023년 모바일 취급고(거래액) 목표를 3조원으로 제시했다. 모바일을 강조한 원 플랫폼 전략을 택하면서 TV보다 모바일 부문 매출을 올리겠다는 포부였다.

다만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CJ ENM IR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모바일 등 디지털 부문 취급고는 1조9459억원에 그쳤다. 물론 전체 취급고에서 디지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기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2023년 3분기 기준 취급고에서의 디지털 비중은 50.31%, 4분기 기준으로는 50.54%늘 기록했다.


GS리테일도 목표를 제시했다. 합병 당시 시너지 설명자료에서 향후 5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해 2025년 취급고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디지털커머스 2700억원, 물류·IT인프라 5700억원, 신규사업 1800억원을 각각 투자해 온오프라인 채널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다만 흡수합병 이전인 2020년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산 취급고가 약 15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내 67%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해야 했다. 연단위로 단순 계산하면 매년 13% 정도의 매출 증가율을 달성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2023년 매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8.73% 감소하면서 매출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두 기업 모두 합병 당시 제시했던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합병 시너지를 위한 움직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TV 시청 이탈자는 많아지고 송출 수수료 부담은 커지는 상황에서 각 업체별로 세운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업태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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