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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는 지금

인도 공 들이는 국도화학, 유동성 부담 감내

자회사 증자 활발, 400억 투입…CAPEX 확대 따른 상각비 상승세

김소라 기자  2024-04-29 14:58:45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에폭시 수지 생산업체 '국도화학'이 자회사 키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산하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업황 악화를 돌파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현지 인프라 투자 수요 확대에 발맞춰 수주분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선제적 생산역량(CAPA) 확충 작업에 자금을 투입한 그림이다.

투자에 따른 유동성 악화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원경업 상무가 져야 하는 부담이다. 당장 가용 가능한 자산이 매년 쪼그라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채무는 늘어나는 반면 유동 자산은 감소하는 식이다. 영업에서 고전하는 탓에 이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유형자산 증가에 따른 감가상각 비용도 재무 부담으로 꼽힌다. 향후 인도 법인에서의 투자 성과 확보가 재무구조 개선의 주요한 키가 될 전망이다.

국도화학은 근래 자회사를 대상으로 투자를 단행 중이다. 증자를 결정, 모회사가 직접 신주를 확보하는 형태로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약 400억원을 해당 작업에 지출했다. 이 가운데 인도 생산 법인인 'Kukdo Chemical India Pvt. Ltd' 투자금이 가장 많은 몫을 차지했다. 과반 이상을 이 인도 법인 앞으로 배정했다. 독일에 위치한 영업 법인을 대상으로도 소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해외 거점 체계를 안정화하기 위함이다. 국도화학은 앞서 장기간 해외 직수출 체계를 유지해왔다. 1972년 법인 출범 후 중국을 제외한 별도 해외 계열사 설립 활동 등은 감지되지 않았다. 특히 유럽, 미국,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직판매 시스템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최근 들어 해외 판매 방식에 변화를 기하고 있다. 2017년 인도 생산·판매 법인 신규 설립을 시작으로 2021~2022년 유럽, 미국 영업 법인을 잇달아 설립했다.

국도화학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초기 해외 법인 셋업(set-up)을 위한 자금 충당 목적"이라며 "직판매 방식일 때 고객사에 제품이 도달하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리던 시간을 실시간 수준으로 단축하기 위해 해외 거점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근래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의 대외적 불안정성이 고조되며 글로벌 운임비 변동성이 심화되는 상황도 고려했다.

이 현지화 전략의 대표 기지가 인도 법인이다. 생산 역량 확보 및 현지 영업 시스템을 사전에 구축해 당국 건축·건설 수요 확대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국도화학은 현재 글로벌 대형 페인트 업체들을 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인도 법인 투자분은 구체적으로 에폭시 6만톤(t)과 경화제 2만톤(t) 추가 생산을 위한 설비 증설 용도로 활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인도 법인 자산총액은 420억원으로 늘었다. 전년대비 규모가 약 25% 증가했다.

아울러 부동산 임대업 계열 법인 '서교흥업'에도 유의미한 투자를 단행했다. 인도 법인 다음으로 가장 많은 몫인 170여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현재 국도화학이 추진 중인 신축 사옥 건설 작업과 관련한 자금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도화학은 지난 2022년 사옥 신축을 목적으로 총 650억원을 들여 서교흥업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이듬해인 2023년 기매입해둔 부지를 서교흥업에 약 160억원에 넘기며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유동성 둔화는 당면한 문제다. 산하 법인에 대한 신규 투자를 늘린 탓에 유동 자산 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말 기준 국도화학 연결 유동비율은 전년대비 34%포인트(p) 하락한 116%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19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다.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 전환하며 성장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신규 투자 등 외부로 빠져나가는 자금은 많다 보니 유동성에 부담이 따르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국도화학 재경그룹 측은 "향후 금리 인하가 예상돼 단기 차입금 비중을 의도적으로 늘렸고 이에 따라 유동비율이 낮아진 상태"라며 "유동비율은 점차 높일 계획이며 상황에 따라 필요 시엔 소규모 차입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경그룹은 CFO인 원경업 상무가 이끌고 있다. 재경그룹장으로 올해로 6년째 국도화학 살림을 도맡고 있다. 원 상무는 당해 단기 부채를 낮추는 동시에 현금을 확보하는 과제를 안았다. 영업 분위기 개선을 단순 가정하면 자산 회전율을 높여 현금 회수를 촉진하는 방향을 고민할 수 있다. 그룹 재무 조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원 상무는 계열사 7곳의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각 법인 재무 관리를 직접 책임지고 있다.

수익성 측면의 과제도 있다. 인도 법인 등 CAPEX(자본적지출) 확대에 따라 상각비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국도화학 전체 유무형자산상각비는 전년대비 42% 증가한 71억원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론 일반 유형자산상각비가 1년새 2배 늘어난 41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다른 항목의 비용을 줄여 전체 판매관리비는 낮췄다. 운반 등 수출과 관련한 제비용이 줄었고 복리후생비도 2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전체 판매관리비를 10% 가량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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