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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가중되는 국도화학, '상환 역량' 입증 관건

연내 만기 도래 부채 3200억, 원경업 CFO 역할 부각…부채 구조 장기화 필요성

김소라 기자  2024-04-26 07:14:56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에폭시 수지 생산업체 '국도화학'의 재무 부담이 고조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화학 산업 위축에 따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업황 개선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채가 누적되며 상환 가능 역량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만기를 앞둔 채무가 다수 잡혀있는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재무 전략 설계와 관련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원경업 상무의 역할이 주목된다. 현재 유동 부채 부담이 높다 보니 상환 플랜을 짜는 것이 중요한 경영 이슈인 상황이다. 금융 비용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차입 루트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묘수가 요구된다.

국도화학은 근래 재무 안정성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주요 재무 지표들이 일제히 위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업에서 넉넉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차입한 돈은 늘어나며 상환 압박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특히 단기 차입 비중이 높다 보니 이같은 자금 이슈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도화학은 구체적인 상환 플랜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금융기관 차입분의 경우 차환하는 방향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도화학 관계자는 "절대적인 부채비율만 보면 80% 수준으로 건전한 편"이라며 "지난해 해외 계열사 차입금이 증가한 탓에 연결 기준으로 부채 부담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관련 지표들은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다. 유보 현금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국도화학의 순자산(자본총계)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말 37%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3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순차입금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을 전부 차입금 상환에 쓰고도 갚지 못하는 잔여 채무를 의미한다. 이 수치가 늘어나는 것은 현금이 줄어든다는 반증이다.

현금 사정에 여력이 없는 것은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탓이다. 국도화학은 지난해 영업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냈다. 연결 영업이익이 80% 급감했다. 국내 화학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며 이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 현지 업체들이 생산 역량을 내재화했고 글로벌 공급 물량이 크게 확대되면서 한국 화학 기업들이 변방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응해 판매 단가를 낮추면서 매출액 자체가 감소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전년대비 18% 줄어든 1조3100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관건은 상환 여력 확보다. 채무가 가중되도 이자 비용 등 이를 소화할 여력이 있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갚을 여력이 없다면 신용 등급 하락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도화학은 가장 최근인 2023년 6월 나이스신용평가가 진행한 신용 등급 정기 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한 상태다. 올해 10월 3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를 앞둔 만큼 차환을 위한 채권 재발행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 단계에선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 설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늘려 마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국도화학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흑자 전환하며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초부터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하며 고수익성 제품을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익을 남겨 상환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 당면한 주요 과제다. 국도화학의 지난해 영업 성과를 보면 연간 순익으로 전체 이자 비용을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다. 당해 금융 기관 차입 등에서 발생한 전체 이자 비용은 약 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국도화학 순익은 75억원에 그쳤다. 한 해 영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만 갖고 채무에 따른 금융 비용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무 조직 역량은 올해 특히 더 부각될 전망이다. 차환을 통해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분에 대응하는 것이 주요 미션이다. 지난해 말 기준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총 3520억원이다. 이는 같은 시점 국도화학 전체 차입분의 약 87%다. 평소 단기 차입 위주 조달 전략을 짜는 만큼 당장 상환 부담이 높게 나타난다. 지난 한 해 국도화학 전체 단기 차입금은 직전년도 대비 60% 증가한 3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도화학 살림은 원경업 CFO가 도맡고 있다. 올해로 6년째 재경그룹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에 앞서 5년간 경영기획팀 팀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사내이사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며 방향성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다수 계열사에서도 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총 7개 계열 법인에서 감사 및 사내이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는 사내 원 CFO의 영향력이 높음을 반증한다. 올해 이자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향을 모색하면서 장기 부채 구조를 설계,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그의 주요 과업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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