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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리더십'에 대한 소고

양도웅 기자  2024-02-16 07:10:15
"저는 일론 머스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임직원들을 대하는 방식에 동의할 수 없어요." 최근 만난 모 지주사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일론 머스크 평전(월터 아이작슨 지음)을 읽고 있다고 했더니 나온 반응이다. 그는 요즘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을 읽고 있다며 머스크 리더십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머스크 리더십을 직접 경험한 이의 증언도 이러한 평가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봄 미국 현지에서 만난 한 한국인 트위터(현 X) 엔지니어는 "머스크에 키보드를 집어던지고 싶다"며 "새벽에 메일로 일방적 지시를 내리기 일쑤"라고 전했다. 당시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막 인수한 뒤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몰두할 무렵이다.

여기에 더해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보인 잦은 말바꿈부터 현재 미국 현지에서 나오는 마약 복용 의혹까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머스크의 기행은 그의 성공과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의 성공을 '운(運 또는 Fortuna)'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머스크 리더십이 만든 성공 규모가 너무 크다. 우주에 대한 가혹할 만한 무관심으로 국내에선 테슬라만이 성공 사례인 것처럼 언급되지만 스페이스X는 그의 리더십을 말할 때 꼭 언급해야 하는 사례다. 아이작슨도 머스크 평전의 상당 부분을 스페이스X가 미항공우주국(NASA) 자리를 어떻게 대신하는지로 채웠다.

그럼 머스크의 성공 원인을 전적으로 그의 리더십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이쪽에 더 가깝다. 그래야 배울 게 있다. 따라서 끈질기게 묻고 논쟁해야 할 건 머스크의 '어떤' 리더십이 전기차 대중화와 민간 우주개발 시대 등 인류의 오랜 숙제를 풀게 했는가다. 혹은 그의 리더십 가운데 우리가 배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다.

이 질문에 하나의 대답을 제출해본다면 머스크의 '망상에 가까운 비전과 압도적 실행력'이다. 누가 '화성 식민지 건설'을 현실 가능한 프로젝트로 인식해 재활용 로켓을 개발하고 화성 내 운송수단과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전기차와 태양광 지붕을 개발하는 데 진지하게 매달릴 수 있을까.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리더는 다른 기업과 딱히 구별되지 않는 비전을 내세우며 실행만 강조하거나 또는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새로운 사업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일단 뛰어든다. 머스크는 이러한 리더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비전과 실행력을 보였다. 아마도 전 세계 온갖 괴짜 천재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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