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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건 관련기사
사외이사 추천인의 무게
"어떻게 사외이사가 되셨나요?" 최근 국내 금융회사 사외이사 A씨를 만날 기회가 생겨서 어떤 경로로 선임되었는지를 물어봤다. 그는 당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의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지인 추천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자격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A씨는 국제금융 분야에서 탁월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국내 투자기관의 기관장으로도 재직했다. 기업 사업보고서에서 이사회 관련 공시를 보다 보면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부분이 바로 '이들은 어떻게 사외이사가 됐을까'였다.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지배주주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사내이사에 대해 견제와 감시가 필수적인 만큼 어떤 이가 어떤 경로로 선임됐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사외이사의 선임경로를 알 길은 많지 않다. 그나마 금융사들은 금융회사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와 추천경로...
김슬기 기자
질문 없는 이사회
회의 때 평소보다 말이 없어지는 건 ‘국룰’인가 싶다. 평소 오디오가 비면 불안감을 느끼는 나조차도 회의 때만큼은 적막감에 익숙해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 침묵을 견디기가 어려워 몇 마디 말을 꺼내다 보면 괜한 말을 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침묵은 금(金)이다'라는 격언을 되새겨야 했는데 싶다. 회의 때 말이 없어지는 건 ‘K-직장인’ 특징인 줄 알았는데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진들이 모인 이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질문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이어지는 침묵 그리고 짧은 ‘네’라는 대답. 안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이사회도 있다고 한다. 과연 이 얘기가 한 특정 기업의 사례일 뿐일까. 질문 자체에 대한...
김지효 기자
신동빈 회장의 9년전 결단
한국의 현금줄 산업이었던 석유화학이 이제 '한계 사업' 소리를 듣고 있다. 제품을 블랙홀처럼 흡수해가던 중국이 이제 스스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면서 국내 업스트림 화학 사업은 그간의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까지 나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활로를 쉽게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롯데가 가장 우려스럽다. LG는 캐즘이 왔다고 하지만 배터리가 있고 이외 전자라는 큰 기둥이 버티고 있다. HD현대, 에쓰오일, SK는 '정유'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고 석유화학을 뒷받칠 굵직한 줄기들이 있다. 한화도 주력인 태양광이 부진하지만 방산이라는 거대한 축을 만들어놨다. 반면 롯데는 상대적으로 화학이 그룹에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대기업집단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남다르다. 롯데의 화학, 특히 롯데케미칼이 걱정스러운 부분은 '업스트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박기수 기자
사외이사가 일하기 좋은 기업은
서울 시내 모 대학 A 교수를 만났다. 회계학 분야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최근 20여 년간 내로라하는 대기업 소속 사외이사로 활약해 온 인물이다. A 교수와 직접 만나 얘기한 내용은 인터뷰 기사로 소개하려고 했지만 사외이사 이력이 담기는 게 불편하다며 한사코 거절하는 바람에 익명을 빌어 이제야 소개한다. A 교수를 만난 건 B 교수 덕분이다. 사외이사 경력을 쌓고 있는 B 교수는 A 교수가 자신의 멘토라고 소개했다. 20여 년간 시중은행과 증권사, 제조기업, 통신사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대여섯 곳에서 사외이사로 일해온 A 교수는 기간도 기간이지만 그간 달성한 업적이 많다고 했다. 업적이라는 게 뭘까, 궁금해하며 A 교수를 찾았다. 50대 후반의 A 교수는 그간의 사외이사 경력을 '축복받은 커리어'라고 소개했다. 사외이사로 일한 기업들이 모두 '주인 ...
이돈섭 기자
파고를 즐기는 방법
포르투갈 북쪽에 있는 도시 '나자레'는 서퍼들의 성지다. 집채만 한 파도를 타기 위해 서핑 고수들이 모인다. 지난 2월에는 독일 출신 서퍼 세바스찬 슈퇴트너가 높이 28.57m 파도를 넘었다. 4년 전 본인이 나자레에서 세운 기네스 기록(26.2m)을 깼다. 기업도 경제와 산업 주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라는 파고를 만난다.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 반도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업턴(상승 국면)과 공급 과잉인 다운턴(하강 국면) 사이 손익 변동 폭은 조 단위다. 올 상반기 SK하이닉스 연결 기준 순이익은 6조37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순손실이 5조5734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가 하루아침에 '벼락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기술력을 갈고닦은 덕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올라탈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는 11년 전에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
김형락 기자
'차입'은 잘못이 없다
유튜브를 들여다보니 20년 전 방영된 드라마 '영웅시대'를 편집한 쇼츠(shorts) 영상이 즐비하다. 경제 발전을 선도한 현대와 삼성의 성장사를 그려낸 작품이다.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재계 1세대 오너들이 종잣돈을 마련하느라 분투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닮은 주인공은 조선소 건립에 필요한 차관을 받으려고 영국 기업인에게 "우리는 당신들보다 먼저 철갑선을 건조했다"고 설득했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연상되는 인물 역시 공장 재건자금을 빌려줄 상대에게 국수를 끓여 대접하는 정성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룩한 근간에는 차입의 기여가 두드러졌다. 1960~70년대 해외에서 도입한 차관은 사회간접자본과 산업시설을 조성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 역시 울산 온산제련소를 지으며 국제금융...
박동우 기자
강한 종(種)의 교훈
조만간 과일을 끊을 작정이다. 현대인의 지나친 당 섭취가 얼마나 위험한지 구구절절 적어놓은 기사를 최근 읽었다. 여름 내내 복숭아를 매일 4개씩 먹었는데 결단의 필요성을 느낀다. 당이 그렇게 건강에 나쁘다면서 왜 인간은 아직도 단맛에 끌리게 설계되는지 모르겠다. 별볼일없는 생존력이다. 반면 요즘 바퀴벌레들은 단맛을 싫어한다. 독미끼에 탄 시럽을 먹고 줄줄이 황천길로 가니까 불과 몇년만에 완전히 다른 입맛으로 진화했다. 수억년 끈질기게 살아남은 곤충답다. 기업의 세계에서도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위기가 닥치면 달라질 필요가 있다. 그만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중요해진다. 10여년 전 다 죽어가던 포드를 되살린 것 역시 CEO인 앨런 멀러리의 대담한 전략 선회, 그리고 CFO 루이스 부스의 뒷받침이었다. 멀러리가 영입된 2006년, 포드는 100년 넘는 역사 이래...
고진영 기자
CFO들이여, 무대에 나서라
“CFO들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이고 진중한 경향이 있지요. 다소 샤이(shy)한 분들도 많습니다.” 일전에 한 기업의 CFO를 만났을 때 "CFO들은 나서길 꺼려하는 것 같다"고 얘기하자 그런 성향들이 많다는 공감을 받았다. 회사 재산을 지키고 숫자로 실익을 따지는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아무래도 영업통들보단 진중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었다. 물론 화통한 성격의 CFO도 있겠지만 떠올려보면 얼추 그런 것 같다. 일면식 있는 CFO들을 한 명 한 명 머릿 속에 소환하다 불현듯 한미반도체 김정영 부사장(CFO)이 생각났다. 오, 예외의 인물이었다. 예전에 그가 삼프로에 출연한 영상을 꽤 인상 깊게 본 적 있다. “반도체를 자르는 ‘톱’을 생산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를 시작으로 한미반도체에 대한 정...
김현정 기자
박용철 호전실업 회장의 고집과 꿈
"50년 전 매일 술 먹고 접대만 받았다면 지금쯤 파고다공원에서 놀고 있었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늦게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었죠. 올해 82살이고 이젠 쉬어도 됩니다만 아직 일을 놓을 수 없는 건 오랫동안 꿈꿔온 비전을 제 손으로 마무리 짓기 위함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호전실업'의 박용철 회장은 짧지 않았던 '의류인'으로의 삶을 이렇게 반추했다. 의류가 아닌 식품 공학을 대학에서 전공했지만 생에 가장 많은 시간을 옷에 할애했다. 남들보다 한 발짝 늦은 시작이었지만 지금은 몇 발짝 더 앞서 나가는 회사를 일궜다. 비결은 쉽지 않은 선택에 있었다. 매번 갈림길에 설 때 어려운 길을 택했다. 주위에서 볼 때 '굳이' 혹은 '고지식하다' 여길 수 있는 선택을 내렸다. 처음 그가 의류 사업에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호전실업을 창업해 후세대를 ...
김소라 기자
지식재산(IP)의 아찔한 유혹
게임과 신약. 상관성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두 산업은 재무적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꽤 닮은 점이 많다. 먼저 기업에 돈을 벌어다 줄 후보 아이템을 파이프라인으로 부른다거나 이 파이프라인의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상당한 시간과 투자 비용이 드는 걸 꼽을 수 있다. 두 산업 모두 핵심 가치를 창출하는 근간이 대부분 무형자산 즉 지식재산(IP)에 편중한 것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시중에서 파는 비타민이나 알약은 형태가 있지 않느냐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신약의 본질적인 가치는 우리 손에 잡히는 화합물에 있지 않다. 신약으로 인정받고 높은 가격에 긴 기간 독점판매를 인정받을 수 있는 노하우, 즉 IP가 진수다. 게임업계에서도 IP는 중요하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대표적이다. 악명이냐 위명이냐를 따지기 전 리니지 IP의 힘은 볼 때마다 놀랍다. 출시 30년이 눈앞에 온 지금도 ...
최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