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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요건, 자산 2조에 던지는 의문

정지원 기자  2026-03-06 07:58:53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성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계열사를 누락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자산총계가 5조원 이상일 경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한다. 이때 각종 공시 의무와 사위 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성 회장의 계열사 누락 고의성은 검찰이 수사할 사안이다. 이번 사례의 위법성을 배제하면 떠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다. '5조원'을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타당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공시대상기업집단 규제는 2009년 도입됐다. 당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바로 아래 단계의 규제 필요성이 떠오르면서 5조 기준이 생겼다. 중견기업까지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 위해 중간선을 그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 자산총계는 10조원이다.

지난 16년간 공시대상기업집단 규제 기준점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 시간 동안 코스피는 네 배 가까이 불었다. 2009년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 종가는 1600대에 불과했다. 최근 코스피는 5000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을 뒤로 하고 한 때 6000을 돌파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GDP 역시 약 1000조에서 2200조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다른 기준들에도 같은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최근 상장사들의 고민을 키우는 건 상법상 '대규모 상장회사'로 분류되는 자산총액 2조원 기준이다.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3%룰 도입 등 관련 규제도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1100조원을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상장사 기준 2조원은 턱없이 작게 느껴진다.

최근엔 이런 기준선을 넘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보인다.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준선 아래에서 머무르려 하거나 지정 시점을 늦추려고 하는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현 시점에서 대기업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의 기업들에게는 당장 요구되는 변화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통해 실질적인 지배구조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제도의 기준선 역시 시대에 맞게 점검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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