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화장대 앞에 나열된 다양한 브랜드 화장품들의 제조사가 궁금해져 하나씩 찾아본 적이 있다. 놀랐다. 대부분 한국콜마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유명한 브랜드들의 제품을 골랐는데 진실은 하나의 제조사에서 나온 화장품을 바르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 K-뷰티가 날아오르며 한국콜마의 최근 3년 성적표도 고공행진했다. 영업이익률과 매출 모두 우상향을 그리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국내 화장품 공장 가동률만 봐도 76.8%로, 그룹 내 어느 공장보다 높다. 최근에는 역량 결집을 위해 콜마스크·에치엔지의 화장품사업부까지 잇따라 편입하며 그룹 계열사의 화장품 밸류체인을 손안에 쥐었다.
아쉬운 대목이 있다면 미국법인이다. 지난해 준공한 제2공장은 생산능력을 6800만개에서 2억3340만개로 늘렸는데, 그 캐파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가동률은 8.8%에 그쳤다. 3년 연속 적자를 내며 순손실 규모도 작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지분투자·대여금·지급보증까지 여러 형태로 자금이 투입됐다. 지금 시점만 놓고 보면 성에 차지 않는 숫자들이다.
다만 이는 실패가 아니라 결실을 맺지 못한 '진행형 투자'다. 공장을 새로 짓고 1년 안에 완전 가동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대형 전통 기업들은 기술 보호와 품질 관리를 위해 자체 생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국내 ODM 업체가 뚫기에 더더욱 어렵다.
한국콜마는 글로벌 톱티어 브랜드들과 초도 물량으로 시작해 조금씩 거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인디 브랜드 고객도 적극적으로 늘린다는 전략이다. 마침 PE 출신 CFO를 선임해 재무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로레알코리아 출신 임원을 영입해 글로벌 브랜드 영업을 강화했다.
실제 로레알 물량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는 모습은 청신호로 읽힌다. 미국법인에 필요한 건 극적인 반전이라기보다 현지 뷰티 생태계에 맞춰 탈바꿈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인내일지도 모른다.
한국콜마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5.3%에서 2022년 3.9%로 한 차례 주춤했지만, 이후 3년 연속 반등해 지난해 8.8%에 이르렀다. 굴곡을 거치고도 저력을 입증한 셈으로, 이 뚝심만 있다면 미국 공장도 국내 공장처럼 꽉 채워 돌아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관건은 지금 쌓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신뢰를 얼마나 꾸준히, 빨리 실적으로 옮겨오느냐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흥행 열기가 식지 않는 요즘, 반전의 시점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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