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의 해외법인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금흐름과 차입구조에도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89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 1분기에도 341억원을 기록하며 좋은 흐름으로 출발했다.
다만 미국 제2공장의 가동률이 낮아 현지법인을 뒷받침할 자금 수요가 계속되면서 순차입금은 지난해 9175억원에서 올 1분기 9813억원으로 늘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 비중도 총차입금의 72.8%에 달한다. 효율적인 자본배치를 통해 차입 규모를 줄임으로써 매년 반복되는 차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배재용 신임 CFO인 배재용 상무의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2년 적자 끝 FCF 흑자 전환…단기차입은 대폭 증가 한국콜마의 FCF는 최근 몇 년간 널뛰기를 거듭했다. 2022년 185억원 흑자였으나 2023년 -291억원, 2024년 -645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2024년은 자본적지출(케펙스)이 2605억원까지 치솟으며 순영업활동현금흐름(2154억원) 개선분을 웃돈 것이 적자 폭을 키웠다. 그러다 지난해 자본적지출이 1797억원으로 줄고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은 2914억원으로 늘면서, 배당금(226억원) 지급 후에도 890억원의 FCF 흑자를 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비율도 2024년 59.92%에서 2025년 51.92%로 낮아졌다. 순차입금 대비 EBITDA 배수 역시 2022년 5.2배에서 2025년 2.7배로 낮아지며, 버는 돈 대비 빚 부담은 가벼워지는 추세였다.
다만 이 흐름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올 1분기 FCF는 341억원으로 전년 동기(145억원)보다 개선됐고 순차입금/EBITDA 배수도 2.3배로 낮아졌지만, 순차입금은 9175억원에서 9813억원으로 638억원 다시 늘었다. 현금창출력은 여전히 뛰어나지만, 미국법인에 대한 121억원 유상증자 등 별도 재무·투자 활동이 순차입금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제2공장 가동률이 여전히 낮은 만큼 현지법인 지원 자금 수요가 순차입금 증가 압력으로 계속 작용하는 모양새다.
차입금 만기 구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단기차입금은 2022년 3117억원에서 2023년 4000억원, 2024년 5794억원, 지난해 7441억원, 올 1분기 8099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여기에 유동성장기부채까지 더해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단기성 자금으로 보면, 올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의 72.8%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총 차입금 1조2315억원 중 단기성 자금이 8619억원으로 70.0%를 차지했는데, 올 1분기 들어 비중이 더 커졌다. 부채비율도 2025년 말 107.4%에서 2026년 1분기 116.4%로 높아졌다.
단기성 자금 비중은 매년 꾸준히 오른 게 아니라 2023년에 한 번 크게 튄 이후 높은 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패턴을 보인다. 2022년 49.9%였던 단기성 자금 비중은 2023년 77.4%로 급등했는데, 이 해 자본적지출이 1247억원으로 전년(575억원) 대비 두 배 넘게 뛰었다. 미국 2공장 착공 초기 자금 수요와 시점이 겹친다. 반면 장기차입금인 사채는 2022년 2995억원에서 2023년 599억원으로 급감했다. 대규모 회사채는 상환대로 하면서, 신규 자금 수요는 회사채 대신 은행 단기대출로 채웠음을 보여준다.
2024년엔 유동성장기부채가 줄며 비중이 69.5%로 잠시 낮아졌지만, 자본적지출이 2605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으며 단기차입금이 45% 늘었다. 지난해 이후엔 자본적지출이 오히려 줄었는데도 단기차입금은 계속 늘었는데, 이 구간은 미국법인 유상증자(지난해 147억원, 올 1분기 121억원)·지급보증 확대 시기와 겹친다. 국내 설비투자와 해외법인 지원 자금 모두 단기차입으로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전반적으로 국내외 신규 자금 수요가 생길 때마다 회사채 대신 실행이 빠른 은행 단기대출로 대응하면서 매년 갚고 다시 빌려야 하는 만기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내년 초 960억원의 회사채 만기도 예정돼 있다. 한국콜마는 이를 신규 회사채 발행으로 차환하고, 은행권 대출 등 단기차입금은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상환 여력은 충분, 불확실성 대비 가능성 주목 한국콜마는 장기보다 단기 차입이 금리가 더 낮고, 만기가 일찍 도래하더라도 상환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이와 같은 자금 조달 전략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고금리 국면에서 회사채보다는 단기 차입으로 대응했다"며 "2024년 이후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전략적으로 단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금창출력 덕분에 상환 여력은 충분하다. 신용등급도 한국기업평가·NICE신용평가 모두 'A(안정적)'를 유지 중이고, 회사채 발행 자체도 매년 무리 없이 소화된다. 다만 매년 대규모 차환을 반복해야 하는 재무구조 자체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환경이 흔들리거나 회사채 시장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국면이 오면, 상환 여력과 별개로 차환 조건(금리·만기)이 불리해질 수 있어서다.
영업으로 확보한 현금이 미국법인 유상증자 등으로 계속 빠져나가면서 순차입금 감소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해외 투자가 현금흐름으로 돌아오도록 실적을 내는 동시에 단기차입 비중을 낮추고 만기를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차입구조를 다듬는 것이 재무 라인의 다음 과제로 꼽힌다.
한국콜마는 연간 부채비율을 연결 기준 100% 수준을 유지하는 형태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 배재용 상무는 지난달 말 370억원 규모 차입금을 상환하기도 했다.
올해 2월 CFO로 선임된 배 상무는 삼일회계법인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SK가스 재무관리실(2013~2019년), KB증권 인프라금융부(2020~2021년), E&F PE 투자본부(2021~2026년)를 거치며 금융·재무·투자 전반의 전문성을 쌓았다. E&F PE에서 기업 투자와 M&A,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콜마의 자본배치 효율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그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콜마 측은 "단기 비중 확대는 금리 대응 및 기존 장기부채의 만기 도래(유동성 전환)에 따른 것으로 순수 신규 차환 부담이 작다"며 "최근 수주 확대로 차입금 만기 시점에는 상환 여력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견고한 재무 안정성을 바탕으로 향후 유리한 조건의 차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