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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현대차 vs 테슬라

매분기 '현금' 주는 현대차, 가끔 '주식' 주는 테슬라

[주주환원]④배당액 늘린 현대차, 자사주 소각 예정…테슬라는 역대 주식배당 2회가 전부

양도웅 기자  2024-02-05 15:41:2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주주환원의 대표적 형태는 배당이다. 자사주 소각도 꼽히지만 배당만큼 주주에게 즉각적인 보상을 주지는 않는다. 자사주 소각은 주가를 끌어올리지만, 주주가 처분하지 않는 한 어디까지나 숫자 상의 이익(평가이익)일 뿐이다. 배당은 실물 이익이다.

물론 이 또한 현금으로 배당했을 때 이야기다. 주식배당은 이와 다르게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성숙기에 있는 기업은 현금배당할 때, 성장기에 있는 기업은 주식배당할 때 주주 호응이 크다. 성장기 기업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는 현금배당보다는 주식배당으로 한 주를 더 갖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현대자동차는 성숙기, 테슬라는 성장기 기업으로 분류된다. 양사는 이에 적합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매분기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단 한 번도 현금배당한 적이 없다. 주식배당만 2020년과 2022년에 두 차례했다.

(출처=현대자동차, 테슬라 공시 자료)

지난달 25일 현대차는 이사회를 열고 주당(보통주) 8400원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실적에 대한 결산배당이다. 이로써 현대차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1500원씩의 현금배당을 포함해 주당 총 1만1400원을 2023년 실적에 대한 배당금으로 지급하게 됐다.

현대차는 2020년 실적에 대한 현금배당으로 주당 3000원을 지급한 이후 꾸준히 배당 규모를 늘렸다. 2021년 5000원, 2022년 7000원, 2023년 1만1400원으로 3년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 사이 중간배당에서 분기배당으로 배당 횟수도 늘렸다. 주주들에게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사주 소각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2023년 연간 실적 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에서 이승조 현대차 전무(기획재경본부장·CFO)는 "올해 4월 이내에 1% (자사주) 소각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1%는 현재 보유한 자사주(보통주 기준 865만5660주)의 1%다.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3년간 매년 1%를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기업설명회를 개최한 테슬라는 이번에도 현금배당과 관련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당분간 현금배당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이날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 '10-K'에서 "당사는 가까운 미래에 현금배당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2010년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단 한 번도 현금배당한 적이 없다. 2020년에 주당 5주, 2022년에 주당 3주를 주식배당한 게 전부다. 주식배당은 말 그대로 주주들에게 현금이 아닌 주식을 지급하는 주주환원 방식이다. 재무제표에서는 이익잉여금의 일부가 자본금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있다.

주식배당의 특징 중 하나는 현금배당과 달리 기업에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테슬라처럼 흑자를 내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2020년 흑자 전환) 대규모 설비투자를 필수로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현금배당보다는 주식배당이 그나마 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주환원 정책이다.


더욱이 테슬라는 많은 투자자가 매수를 선호하는 주식 종목이기 때문에, 기존 주주 중에 현금배당보다 주식 1주를 더 갖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5년간 테슬라 주가는 821.58%(167.52달러) 상승했다. 이 기간 현대차 주가는 89.24%(11만2000원) 올랐다.

테슬라는 최근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현금배당 여부는 관련 법률과 재무상태, 실적, 업황 등에 맞춰 이사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 측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전체 발행주식의 4%를 자사주로 갖고 있는데 앞으로 3%를 소각하면 1%가 남을 것"이라며 "(추가 소각을) 검토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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