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투썸플레이스와 이디야는 사모펀드와 오너십으로 지배구조가 극명하게 구분되지만 경영 기조만큼은 일맥상통한다. 업황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에게 사업을 맡겨 지속 성장을 도모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매진하고 있다.
◇'구창근→이영상→문영주' 마케팅통 전면, CFO는 IB 전문가 배치
투썸플레이스는 지금까지 3명의 대표이사를 거쳤다. CJ푸드빌 사업부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할하면서 구창근 현 CJ ENM 대표가 투썸플레이스의 첫 번째 수장을 맡았다. 이후 2019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이영상 전 대표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 전 대표는 한국산업리스, 로디아 폴리아마이드 재무 담당, 보루네오 가구 대표이사, AIG손해보험과 오비맥주에서는 CFO를 역임했다. 커리어 전체를 보면 재무 분야에서 오랜 기간 실력을 발휘해 온 인물이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코로나로 외식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도리어 투자를 확대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약 40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7월 충북 음성 성본산업단지 내 1만9800㎡(5989평) 부지에 어썸페어링플랜트(APP)를 준공했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4년 만에 수장이 교체됐다. 이 전 대표 자리는 문영주 전 버거킹코리아 대표이사로 채워졌다. 신임 문 대표는 오리온 외식사업 계열사를 거쳐 2013년부터 버거킹 운영사 BKR을 이끌었다. 올 상반기까지 버거킹을 책임지며 국내 버거업계 최장수 CEO로 통했던 인물이다.
이 전 대표가 재무관리 전문가로서 신규 공장 증설 투자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마무리했다면, 문 대표는 마케팅 등을 강화해 소비자를 모으는 데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칼라일그룹 입장에서도 저가커피 시장에 맞서 투썸플레이스의 점유율을 확대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이사 교체와 맞물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바뀌었다. 올해 8월부터 박창욱 경영기획본부장 후임으로 스위스 금융사 UBS 서울지점에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하던 김신영 기업금융부 부문장이 CFO로 합류했다. 김 CFO는 고려대 학사와 미국 MIT MBA를 마쳤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펌 액센츄어 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UBS 홍콩지점을 거쳐 서울지점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수행했다.
◇이디야는 CFO 부재, 경영지원본부장이 '총괄 관리'
문창기 회장은 2004년 이디야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때부터 문 회장이 장기간 단독대표를 맡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처음으로 전문 경영인 이석장 대표와 권익범 대표를 영입하며 ‘3인 대표’ 체제 포문을 열었다.
그러다 올해 6월 이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권 대표만 남게 됐다. ‘2인 각자대표’ 체제가 된 배경이다. 권 대표는 과거 LG유통 마케팅 총괄 상무, GS리테일 전략부문장 전무, 인터컨티넨탈호텔(파르나스) 대표이사를 지낸 리테일·가맹사업 전문가다. 권 대표는 해외사업도 책임진다. 권 대표가 이끄는 유통사업본부 산하에는 유통영업팀·해외사업전략팀 등이 배치돼 있다. 국내 출점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자 해외사업 등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현재 이디야에는 재무와 자금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C레벨 단계의 CFO는 없다. 다만 경영지원본부 차원에서 인사, 총무, 재무, 법무 등 전반적인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형태다. 경영지원본부장은 신동희 상무다. 신 본부장은 2006년 SPC를 거쳐 CJ푸드빌, 투썸플레이스 등 국내 대형 식품·외식기업에서 16년간 몸담은 프랜차이즈 경영전략 전문가다. 지난 2021년에는 이디야에서 전략기획부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이디야에는 올해 5월 재입사했다.
CFO는 없지만 최근에 재무팀이 승격되면서 재무파트에 한층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다. 경영지원본부 산하 재무팀이 재무부로 승격되면서 외부에서 재무부장도 영입했다. 임원은 아니고 수석팀장급이다. 신임 재무부장은 신 본부장을 서포트해 자금을 효율화하고 내실화를 다지는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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